제주문화예술재단, 내부 문서에 특정 응시자를 합격자로 기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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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 내부 문서에 정규직 채용 응시자의 이름(붉은 색)이 등장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문화예술재단(문예재단)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절차가 남아있음에도, 내부 문서에 특정 응시자를 합격자로 명시한 문서가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문예재단 내부용 주간업무계획 문서에 매우 이상한 내용이 등장했다. 현재 필기시험을 마치고 최종면접을 앞둔 ‘정규직 직원 공개채용’ 일정표에서 아직 합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특정 인물의 이름 석 자가 ‘합격자’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정표 안에는 합격자가 어디에 근무할지, 그리고 사적인 대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환영한다’는 표현까지 문서에 등장했다. 문제는 합격자로 명시된 당사자는 정규직 공채에 응시한 현직 계약직 직원이라는 점이다. 

문예재단은 일반행정(경영관리) 5급 1명, 문화예술행정(5급) 1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공고일은 9월 17일, 필기·서류 전형을 마치고 25일~26일 마지막 절차인 면접 시험을 앞두고 있다.

내부 문서에 등장한 인물은 현재 문예재단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이번 정규직 채용 시험에 응시했고, 면접 시험까지 앞두고 있다. 아직 채용 절차가 진행 중으로 마지막 면접시험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특정인 이름이 재단 내부 문서에서 합격자 명단으로 등장한 상황은, 사실상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재단 직원 A씨는 “어떻게 아직 면접시험 보기 전인데 합격자 발표 일정에 현재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직원 이름이 적혀있을 수 있는지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합격자가 내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꼬집었다. 

A씨는 “제주도는 유관 기관 직원들을 공정하게 채용하기 위해 통합 공채로 뽑는다고 하는데, 공모 절차가 남은 상황에서 계약직 직원 이름을 미리 합격자라고 써놓는 것을 보면 정말 공정하게 채용하는 게 맞나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문예재단은 계약직 응시자와 친분을 가진 내부 직원 개인의 일탈이자 실수라는 입장이다.

재단 인사팀 관계자 B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재단에서 주간업무계획을 총괄해 등록하는 기획홍보팀 직원과 타 부서의 계약직 응시자가 친분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래서 인사팀에서 작성한 채용 일정표에 개인의 희망 사항으로 응시자 이름과 문장을 적어서 저장했는데, 실수로 그 파일을 내부망에 올린 것”이라며 “구두 상으로 기본적인 정황을 파악한 상태이며, 추후 경위서 작성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 한다. 일정표를 임의로 수정한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하는 최종 면접에서 면접위원 5명 가운데 재단 몫으로 배정된 1명은 아예 제외하고, 외부 추천 4명으로만 면접을 치르기로 긴급히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공개 채용의 핵심인 공정성을 흔드는 문제라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설사, 특정 직원의 그릇된 행동이 원인이라고 해도, 말단 직원이 임의로 수정한 문서를 상급자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부망에 올린 허술한 팀 운영이 도마에 오른다. 

최근 문예재단이 경영 평가 꼴찌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상황에서, 경영 부서의 위기 의식 상태를 의심케 하는 '공개 채용'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재단의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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