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6차산업人] (35) 친환경농업 부문 ‘도 농업인상’ 푸른파파 영농조합법인 강대헌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제주가 가진 청정한 천혜의 자연 속에서 구슬땀 흘려 키워낸 친환경농산물로 도민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푸른파파 영농조합법인. 

이들은 제주시 애월읍 농가 10여 곳이 모여 약 49만 5000㎡(약 15만 평)의 넓은 땅에서 신선한 감귤, 비트, 여주, 양배추, 감자, 콜라비, 브로콜리, 배추 등 수많은 제주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6차산업 인증사업체다.

자연을 보호하는 방식의 농업을 위해 화학비료나 독한 살충제,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방식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6차산업을 더하는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다양한 소득을 만들어내는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 농산물 재배에 대한 저탄소 인증을 받을 만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신념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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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에 열린 농업인의 날 제주특별자치도 행사에서 ‘친환경농업 부문 제주도 농업인상’을 수상한 강대헌 푸른파파 영농조합법인 대표. 깨끗한 제주땅에서 신선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청정 제주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푸른파파 영농조합법인 강대헌 대표. ⓒ제주의소리

지난 11일에 열린 농업인의 날 제주특별자치도 행사에서 ‘친환경농업 부문 제주도 농업인상’을 수상할 만큼 친환경에 진심인 푸른파파 영농조합법인 강대헌(61)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강 대표가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건 한경면 용수리 토박이인 그가 1987년 애월읍 봉성리에 밭을 구해 유자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껍질 채 청을 담가 먹는 유자 특성상 농약을 뿌리거나 각종 화학 약제를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겠다고 생각한 그는 조금씩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할 수 있는 법을 찾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친환경 인증을 받아내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고 다양한 소비자와 만나며 친환경 농업에 대한 자부심을 쌓아나갔다. 하지만 편한 길이 아닌 고된 길이었기에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청정 제주의 농산물을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해도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유통에 어려움이 따른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 대표는 2013년 친환경농산물생산자위원회를 만들어 제주지역 친환경 농가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시작했다. 

학교 급식을 통해 제주의 미래를 열어가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도외 판로를 넓혔다. 2016년에는 제주친환경급식생산자위원회를 설립, 안정적인 친환경농산물 생산공급을 꾀했고 지난해에는 범위를 넓힌 제주친환경연합생산자회로 거듭났다.

이를 바탕으로 도외 학교에 청정 제주 먹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제주에 없는 친환경농산물을 들여옴과 동시에 제주의 친환경농산물을 수도권, 전라, 충청도 등 도외로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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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강 대표. 그는 지금도 각종 발효공법을 통해 제주의 자연을 망가뜨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은 미생물을 발효시켜 지력을 높이고 해충을 쫓는 친환경자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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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레를 만들기 위해 저장 중인 귤. ⓒ제주의소리

친환경연합생산자회는 시간이 갈수록 소비보다 생산이 많아져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제주의 깨끗한 먹거리를 도외로 알리는 기회가 됐다. 친환경 제주 농산물에 대한 그의 진심은 여러 가지 실적이 증명한다.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에는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공동구매 및 드라이브스루 판매를 통한 제주지역의 착한 소비문화 창출, 친환경농산물의 맞춤형 공급 확대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 도모 등 공로를 인정받아 ‘친환경농업 부문 제주도 농업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상을 받을 수 있게 돼 즐거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상을 받을 만큼 열심히 해왔나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친환경 농업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상을 받아도 되나 싶어 몇 차례 고사하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농업인상과 더불어 그가 이끄는 푸른파파 영농조합법인은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유기농산물 인증 △무농약농산물 인증 △HACCP 인증 △6차산업 인증 등 다양한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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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6차산업 인증 △HACCP 인증 △무농약농산물 인증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브로콜리, 양배추) △유기농산물 인증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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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애월읍 봉성리 농가들과 더불어 잘 살자는 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토박이가 아님에도 이장에 선출되는 등 활약을 펼쳐왔다. 뒤로 놓인 각종 표창장들도 그가 얼마나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 왔는지 나타낸다. ⓒ제주의소리

저탄소 농업을 실현할 만큼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 대표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제주의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의 농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도록 자연의 생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6차산업에 뛰어들었다. 원물 생산에만 그치는 농업이 아닌 가공과 체험을 통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식으로 튼튼한 농사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강 대표는 “농가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농산물을 생산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판매할 기회가 줄어들어 안정적인 소득 창출이 힘들 때가 있다”며 “이때 가공과 체험을 더한다면 원물만 판매하는 것보다 조금의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푸른파파 영농조합법인은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감귤로 퓨레를 만들어서 각종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가공시설이 없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업체에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감귤 퓨레를 이용한 과즐을 만들기 위해 가공시설을 갖춘 업체가 필요했던 강 대표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겠다는 신념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근무하는 곳에 위탁했다.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안 좋다는 장애인 당사자 생산 업체의 사정을 알게 된 그는 제조를 위탁하는 등 상생함과 동시에 법인이 처한 2차산업의 한계를 남다르게 극복해냈다.

올해 신규 6차산업 인증을 받은 푸른파파 영농조합법인은 체험을 추가해 진정한 친환경 6차산업의 새길을 열어갈 예정이다. 다양한 시기 농산물을 생산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언제라도 찾아와 체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 

친환경농산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체험을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건강한 농업을 통한 자연 순환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강 대표는 “연중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들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체험을 통해 누구든 친환경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게 하겠다”며 “고구마를 수확해 밭에서 구워 먹고 하는 체험을 하면 즐겁지 않겠나”라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제주의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식의 농사확대를 위해 제조와 체험을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기반을 세우겠다”며 “건강한 먹거리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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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파파영농조합법인 양배추 밭. 사진=푸른파파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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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와 여주. 사진=푸른파파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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