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제주바람 2021 국회포럼' 기조강연...“미성숙한 개발의 환상 떨쳐버려야”

강우일 베드로 주교가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바람 2021 국회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강우일 베드로 주교가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바람 2021 국회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는 에코아일랜드로 새로 나야 한다”

성직자의 양심에 따라 지역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어 온 강우일 베드로 주교(전 천주교 제주교구장)가 제주에 던진 조언이다.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바람 2021 국회포럼에서 강 주교는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 기조강연에서 제주의 변화를 주문했다.

강 주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은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 경제관에 입각한 개념으로 해석했다. 이후 엄청난 재화가 제주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실제 1960년대 박정희 정권에서 제주는 국제자유지역 구상에 따른 개발사업의 시험대였다. 1980년대 경제성장 흐름 속에 투자 자본이 몰리면서 도민들은 하나 둘씩 땅을 잃었다.

개발 흐름은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으로 연결됐다. 그해 9월 도내 30여개 단체는 제주도 개발특별법 제정 반대 범도민회를 결성하고 대대적인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강 주교는 “특별법 제정은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는 입법이었다”며 “25살의 청년 양용찬은 온몸을 불사르며 정부의 강행 방침을 규탄했다”고 설명했다.

2002년에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국제자유도시가 제주의 비전으로 공식화됐다. 2006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난개발과 공동체 파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강 주교는 “마구잡이 개발은 도민 갈등을 부추기고 한라산까지 난개발로 이어졌다”며 “예례휴양단지의 경우 버자야그룹에 1200억원을 배상하고 콘크리트 흉물만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로 중산간 지역 녹지와 곶자왈은 제 모습을 잃고 자본의 유입은 도전역에 부동산 투기를 야기하며 땅값 상승과 삶의 질 악화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제주의 생태계를 동맥경화로 인한 고혈압과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 등 건강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성인병 환자로 비유했다.

강 주교는 “생태계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개발과 소비로 멍들어가고 있다. 쓰레기 처리는 포화 상태고 정화하지 못한 오폐수는 바다로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오염이 도전역으로 확산되는데 방문객을 두 배 이상 더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발상은 제주도를 오염도로 만들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강 주교는 이달 초 영국 그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언급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지도자들의 인식 변화를 당부했다.

강 주교는 “제주의 지도층은 아직 기후변화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며 “미성숙한 개발의 환상을 떨쳐버리고 제주를 에코아일랜드로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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