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 “현장에서 보조금심의위 신뢰 땅바닥 떨어진 지 오래…회의록 공개해야”

행정자치위원회 고현수, 이상봉, 강성민, 이경용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행정자치위원회 고현수, 이상봉, 강성민, 이경용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민간에 지원되는 보조금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제주도 보조금심의위원회의 과도한 권한이 도마에 올랐다. 의회의 예산편성권 침해 및 옥상옥 논란에 이어 ‘밀실·부실 심사’ 지적이 제기되며 회의록 공개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고현수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진행된 제주도 기획조정실 등 소관 2022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보조금심의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부적격 판단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실효성 없음, 타당성 결여, 형평성 결여 등의 이유라는데, 사업신청 기관들은 왜 탈락했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1차 심의에서 10% 정도가 부적정, 25% 정도는 조건부 적정 판단을 받았다. 2차 심사에서는 300여건을 심사해 70% 넘게 제동을 걸었다”며 “(예산부서에서는) 이 같은 심의 결과를 신뢰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허법률 기획조정실장은 “심의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된 것으로 본다. 부적정이나 조건부 적정이 늘어난 데는 예년에는 예산부서에서 1차로 거른 뒤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모든 보조금사업에 대해 심의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지금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보조금심의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며 “회의록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도민의 알권리 충족, 위원회의 책무성 향상, 목소리 큰 사람의 전횡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록을 공개해야 도의 부담도 줄어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법률 기조실장은 “4천건 정도 심사를 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1차, 2차 심사를 거쳐 170건 정도가 부적정으로 처리됐다”며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지 내부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의 전문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상봉 위원장(노형을, 더불어민주당)은 “심의를 1주일간 한다고 하는데, 심의위원들의 출석률은 어떻게 되나”고 물은 뒤 “거의 100% 출석한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그 분들은 직장도 없나. 물리적으로 충분히 심사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강성민 의원(이도2동을, 더불어민주당)도 “심의위원 중 퇴직공무원이 몇 명이나 되느냐”라며 “이들이 회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관료적 시각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들이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허법률 기조실장은 “위원회 구성은 의회추천 5명과 공모를 통한 10명 등 15명으로 구성되는데, 중간에 그만 둔 1명을 제외한 14명 중 퇴직 공무원은 4명”이라며 “분과별로 고르게 배치돼 공직에서 쌓은 전문성을 토대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용 의원(서홍·대륜동, 국민의힘)은 “저도 심의 결과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다”고 전제한 뒤 “심의위원 개개인의 가치 판단을 통해 사업의 적정-부적정 여부를 판단하면 해당 단체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의원은 “2분과의 경우 1800건 정도 심의를 했다. 하루에 300건 정도, 건당 심사하는데 걸린 시간이 1분 정도 밖에 안 된다”며 부실 심사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허법률 기조실장은 “심의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고, 도민사회와의 환류(피드백)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혹여 심의위에 방침을 주지는 않죠. 만에 하나 ‘신규’ 사업은 안 된다거나 하는 방침을 줬다면 앞으로 제주도정에서는 혁신과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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