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⑯ / 납읍공동목장 진석완 조합장-강인선 이사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해마다 재산세와 임대료가 높아지니 목초를 재배해서 얻는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나중엔 목장을 팔지 않고서는 재산세를 납부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겠죠. 초지재생과 자연 보전적 측면에서 세금을 완화해주는 등 부담을 줄여주면 좋겠습니다.”

소를 풀어놓고 키우던 옛 방식의 목축방식이 사라지며 존재 목적도 없어져 간 마을공동목장. 한라산 중산간에 있는 입지와 너무나도 매력적인 드넓은 들판은 개발 업자의 먹잇감이 됐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공동목장 역시 뒤로는 한라산, 앞으로는 애월 앞바다와 한림읍 비양도, 바람 따라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예전엔 목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었지만, 제주에 불어닥친 개발 광풍으로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마을목장은 재산이 됐다. 

1940년대 120여 곳이었던 마을 공동목장은 목장의 해체와 매각 등을 이유로 현재 40~50여 곳만 남게 됐으며 나머지 목장 역시 언제 개발 업자의 손에 넘겨질지 모르는 운명을 앞두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애월읍 납읍공동목장 진석완 조합장(사진 오른쪽)과 강인선 조합이사.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을 연구한 많은 연구자는 목장 매각에 따른 마을공동체 해체와 중산간 자연, 경관 자원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목장 매각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을 잃는 것은 물론, 이익을 둘러싼 조합 내 갈등으로 마을공동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마을공동목장이 골프장과 리조트 등으로 팔려나가며 위기를 겪을 때 납읍공동목장은 조합 차원에서 정관을 만들고 쉽게 매각할 수 없도록 했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정예부대’가 된 것이다. 

조합은 납읍리에 살고 있거나 살았던 사람으로 납읍리 의무비를 납부하는 등 마을에 기여한 사람만이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합원 자격의 매매는 원천적으로 금지했으며 증여와 상속만 가능토록 해 마을목장의 명맥을 이을 수 있게 했다. 

더군다나 조합원 자격을 포기하는 등 탈퇴하더라도 지분을 가져갈 수 없게 했으며 재산 반환이나 양도 역시 불가능한 것으로 못 박아뒀다.

덕분에 조합은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개발 큰손을 끌어들이거나 조합원 간 의견 차이로 싸움이 일어난다는 등 논란 없이 지금까지 380여 명의 조합원이 마을목장을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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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7일 제주시 애월읍 납읍공동목장을 찾아 목장 운영의 어려움을 듣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제주의소리
납읍공동목장의 ‘앞벵듸’는 평평하고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제주어 ‘벵듸’에 앞이 훤하게 트여있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바리메오름 서쪽 앞가슴으로 너른 벵듸가 펼쳐져 있다.  ⓒ제주의소리
납읍공동목장의 ‘앞벵듸’는 평평하고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제주어 ‘벵듸’에 앞이 훤하게 트여있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바리메오름 서쪽 앞가슴으로 너른 벵듸가 펼쳐져 있다. ⓒ제주의소리

중간중간 우여곡절은 많이 있었다. 제주4.3 당시 목장부지였던 ‘앞벵디’ 관련 서류가 모두 불타 없어지면서 토지 소유를 증명할 수 없게 된 까닭에 군유지, 도유지가 된 것. 

강인선 납읍리목장조합 이사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앞벵디다. 납읍목장하면 앞벵디를 이야기할 정도로 유명했던 부지가 어느날 갑자기 군유지가 됐다”며 “억울해서 돌려받기 위해 갖은 방법을 찾아봐도 4.3때 증거가 다 불타버려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소유권 문제는 목장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명 물려받은 땅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임대료를 내면서 사용해야 하는 것. 

진석완 납읍리목장조합장은 목장부지 대부분이 목초재배를 위해 이용되는 데 임대료와 세금을 내고 나면 순이익이 연 10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매해 공시지가 등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가고 세금이 늘어나고 있어 부담 역시 커진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합은 조례를 통해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임대료를 낮춰주길 바라고 있다. 개발을 할 수 없도록 정관을 만들고 목초를 재배하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기 때문.

자연을 보전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마을공동체’의 회복에 있다. 납읍리목장조합은 목장 수익금 중 상당 금액을 마을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납읍초등학교의 폐교 위기 때는 기금을 보태 19세대의 다세대 주택을 지어 학생모집에 크게 기여했고,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게이트볼장 조성에 기부금 1억 원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주민들이 사용하게 될 마을회관을 짓는데 조합 기금 약 3억 원을 전달하는 등 수익금 중 일부를 마을 노인회, 청년회, 부녀회 등에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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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7일 제주시 애월읍 납읍공동목장을 찾았다. ⓒ제주의소리
납읍공동목장에서는 애월읍을 비롯한 한림읍 앞바다까지 내려다보였다. 사진에는 멀리 한림읍 비양도의 모습도 담겼다. ⓒ제주의소리
납읍공동목장에서는 애월읍을 비롯한 한림읍 앞바다까지 내려다보였다. 사진에는 멀리 한림읍 비양도의 모습도 담겼다. ⓒ제주의소리

진 조합장은 “관광목장 수익이 괜찮아 그나마 버텼지만, 지금은 수년간의 소송전을 거치며 힘을 잃은 상황”이라며 “조합 직영 운영계획을 세우거나 자본이 검증된 외부 사업자를 모집하는 등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이사는 “직영할 경우 컨설팅을 받고 다양한 운영방안을 고려하겠지만, 사업자를 모집한다면 그들의 취향에도 맞춰줘야 하겠기에, 총회를 거쳐 큰 틀에서의 규칙들을 정한 뒤 관광목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진 조합장은 “마을목장이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조합 차원에서 준비할 계획”이라 “누구나 함께 어울렸던 어린 시절 그때처럼 우리 목장과 조합을 통해 납읍리가 하나로 다시 뭉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고 목장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지혜를 모아 다양한 방안을 구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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