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이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 경찰 조직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며, 검찰의 엄중한 법의 잣대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검찰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제주경찰청 수사과 소속 A경위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달 A경위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 예정으로, 재판부 판단에 제주 경찰 조직의 이목이 집중됐다. 

2007년 경찰 제복을 입은 A경위가 기소되는 원인이 된 사건은 지난해 발생했다. 

불법 사설 도박 관련 수사를 하던 제주 경찰은 피의자들이 김해와 대구 등 지역에서 있다는 사실을 파악, 2020년 8월12일 동시다발적인 검거에 나섰다. 

A경위는 팀장으로서 다른 직원과 함께 경남 김해에 있는 한 숙박업소에 불법 사설도박 사이트 피의자 B씨가 있다는 사실을 늦은 시간 확인했다. 

동시다발적인 검거와 항공기 일정 등을 검토한 경찰은 이튿날 오전 B씨를 붙잡기로 결정했고, 2020년 8월13일 오전 피의자가 머무는 숙박업소를 다시 찾았다. 

당시 제주 경찰은 CCTV에 찍힌 피의자 B씨의 사진을 토대로 검거에 나섰으며, 경찰은 숙박업소 탐문수사 등을 통해 B씨가 401호에 머물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401호를 덮친 경찰은 현장에서 C씨에게 수갑을 채웠는데, C씨는 “난 B씨가 아니다”라고 계속 부인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주변 탐문을 이어갔고, 403호에서 나오는 B씨를 확인했다. 

경찰은 B씨를 긴급체포한 뒤 1시간 정도 붙잡았던 C씨를 풀어주려 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C씨가 머무는 401호에서 마약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C씨를 마약사범으로 보고 육지부 경찰이 검거할 수 있도록 도와준 뒤 B씨를 제주로 데려왔다. 

제주에 도착한 A경위는 긴급체포 과정에서 일을 상부에 보고했고, B씨를 긴급체포했다고 검찰에 알렸다. 

형사소송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피의자 등을 긴급체포한 경찰은 체포 12시간 안에 검찰에 사유서를 제출, 승인 받아야 한다. 승인되면 최대 48시간동안 체포해 수사를 이어갈 수 있으며, 불허되면 피의자를 풀어줘야 한다. 

검찰은 제주 경찰이 1시간 정도 체포했던 C씨에 대한 긴급체포 사유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C씨가 관련 내용을 고소·고발하면서 제주 경찰이 C씨를 1시간 정도 체포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검찰은 경찰이 형소법을 위반했다며, A경위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엄정한 법의 잣대에 따라 위법행위라는 입장이다. 

2차례 이어진 공판 과정에서 검찰은 형소법 등 절차를 어긴 긴급체포는 추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A경위의 직무유기를 주장했다. 

A경위 측은 급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실수인 점은 인정하지만, 직무유기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 조직 내부 징계 등 사안이지,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사건은 아니라는 취지다. 

직무유기는 정당한 이유없이 ‘의식’적으로 직무를 포기하거나 직무·직장을 이탈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A경위가 직무유기할 동기, 또 잘못 체포했을 경우 A경위에게 불이익이 있는지에 대해 검찰에 의견을 묻기도 했다.  

검찰은 범행 동기에 대해 A경위가 자신의 과오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경위 변호인은 “검찰의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이번 사건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변호하고 있다. 

A경위가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 경찰 내부에서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의 경찰은 “일을 대충한 것도 아니다.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인데, 직무유기로 형사처벌을 받을 사건인가”라며 “주변 모두가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은 “다른 지역으로 출장까지 가면서 피의자를 잡으려한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유죄가 인정되면 경찰 조직 전체의 사기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경찰 조직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재판부는 이달 A경위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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