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내년 본예산 대거 삭감

문광위가 문화·예술 공기관의 내년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광위가 문화·예술 공기관의 내년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 정도면 횡포 부리는 수준이죠.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 문광위)의 내년 예산 심의 결과를 받아든 모 공기관 직원의 하소연이다.

문광위가 문화·예술 공기관의 내년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직 운영비와 현장에 돌아갈 사업비 모두 가리지 않고 칼질을 휘둘렀지만, 삭감 근거가 부족하고 정작 줄인 예산은 어디에 사용할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마침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챙기기 목적의 예산 삭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광위는 소관 부서들이 제출한 내년 예산안 가운데 116억4100만원을 감액했다. 이 가운데 제주학연구센터,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상당한 규모가 줄어들었다.

일단 기본 운영비는 세 기관 모두 25%가 깎였다.

제주학연구센터 운영비는 8억1904만원에서 2억500만원(25.0%)을 줄인 6억1404만원, 제주문화예술재단 운영비는 31억원에서 7억7500만원(25%)을 깎은 23억2500만원,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운영비는 32억7393만원에서 8억1800만원(24.9%) 삭감한 24억5593만원으로 책정했다. 3개월 치(1분기) 기관 운영비를 날린 셈이다.

사업비 역시 가혹하다. 20여개 사업이 25% 혹은 절반이나 깎였고 심지어 전액이 삭감된 경우도 있다. 

▲제주어 대사전 편찬 및 제주어 연구사업, 2억1300만원→1억6000만원(-24.8%)

▲제주학 아카이브 시스템 관리 운영, 1억4000만원→7000만원(-50%) 

▲제주 민속문화 및 마을기록화 사업, 1억400만원→5200만원(-50%)

▲원도심 예술공간 운영, 8억4300만원→6억3300만원(-24.9%)

▲청년예술 활동 지원 사업, 4억4500만원→2억7500만원(-38.2%)

▲제주문화예술전문인력양성사업, 1억5000만원→7500만원(-50%)

▲제주 애니아일랜드 운영, 2억1800만원→1억6300만원(-25.2%) 

▲공연장 운영, 8억5720만원→4억5720만원(-46.6%) 

▲제주신화IP 구축, 4억원→9000만원(-77.5%)

▲제주오름활용 문화콘텐츠 개발, 1억9450만원→0원(-100%)

문광위는 과감한 삭감 이유에 대해 “페널티”라는 입장이다. 문광위 모 도의원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재단은 경영 실적이 부진했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사업 집행률이 50% 수준이다. 진흥원 역시 마찬가지인데다 합당하지 않은 사업들도 있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삭감으로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내년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각 기관들의 반응은 다르다. 

모 기관 직원 A씨는 “예산이 삭감되면 그 만큼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있고, 아예 시작하지 못하는 사업이 있다. 과연 이런 부분까지 감안했는지 결과만 놓고 보면 도저히 삭감 기준을 모르겠다”면서 “추경은 보완하는 성격에 불과하다. 설사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해도 이렇게 예산을 만들어 놓으면 온전한 1년 계획을 세울 수도, 수행할 수도 없다”고 한탄했다.

다른 기관 직원 B씨는 “운영비는 인건비, 공과금, 유지비 같은 기본 경비다. 사업비는 결과적으로 도민, 문화 예술인들에게 돌아간다. 운영비, 사업비 가리지 않고 이렇게 많이 삭감하면 솔직하게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앞으로 도의원들은 출자·출연기관들이 일 못한다고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며 “사업비 가운데는 계약직 직원 비용을 포함한 경우도 있는데, 이대로 내년 예산이 확정되면 현장에서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 “사업 성격에 따라 11월, 12월에 순차적으로 집행되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서 많은 사업들이 차질을 빚으면서 시기가 지연됐다. 예산 삭감 이유로 ‘집행율 저조’를 꼽는데 이런 상황을 모르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기관 직원 C씨는 “경주마가 달리는 게 시원치 않으면 훈련을 시키고 채찍을 때려야지 밥통을 치워버리면 되느냐. 적어도 일은 할 수 있는 정도로 남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분개하며 “이런 상황이니 막말로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자기들 밥그릇 챙기려고 예산을 잘랐다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평소 문화, 예술 타령하면서 정작 일하는 예산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특히, 문광위가 삭감 내역은 일선 기관과 언론에 제출하면서 증액 내역은 제공하지 않고 공개도 하지 않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무리하게 기관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6일부터 예산결산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제주도의 내년 예산안을 최종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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