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헌혈 700회 대기록 달성한 진성협 씨...“70세까지 계속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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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회 헌혈에 참여한 제주도민 진성협 씨. ⓒ제주의소리

“헌혈은 내 건강을 지키고 이웃도 돕는 사랑이죠.”

40년 간 700회 헌혈에 참여한 제주도민이 등장했다. 제주에서는 최초, 전국에서도 다섯 번 밖에 없는 대기록이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남부발전(주) 남제주빛드림본부 감사팀에 근무하는 진성협(58) 씨. 그는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1981년 7월 서울역을 시작으로, 2021년 12월 5일 헌혈의집 신제주센터까지 700회 헌혈을 이어갔다.

진 씨가 지금까지 기부한 피는 헌혈 한 번에 사용하는 400cc 보관 팩 기준 28만cc에 이른다. 대한적집자사 제주도혈액원은 “제왕절개 수술에 보통 400cc 혈액 팩을 3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 계산해도 제왕절개 수술 233번에 필요한 혈액을 진 씨 혼자 모은 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진 씨는 2주 마다 빠지지 않고 헌혈의집을 찾고 있다. 1년 동안 헌혈 횟수를 26번을 꽉 채울 정도로, 이제 헌혈은 빠질 수 없는 일상이다.

5일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제주의소리]와 만난 진 씨는 “어릴 적 덩치가 큰 편이라 중학교 2학년 때 헌혈 차량에 붙잡혀 가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남들처럼 주사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막연한 거부감도 있었다”면서 “초등학교 동창생 가운데 한 명이 악성 빈혈로 고생했는데, 그 동창을 담당했던 간호사로부터 헌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제서야 헌혈이 왜 필요한지 공감하고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 700번 이상 주사바늘이 그의 팔을 찌르다보니, 팔 안쪽은 다른 부위보다 딱딱해지고 감각도 무뎌졌다. “간호사들이 내 팔에 주사바늘을 찌르기 힘들어 한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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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협 씨가 5일 700번째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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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번째 헌혈증서를 보여주고 있는 진성협 씨. 사진=대한적십자사 제주도혈액원. ⓒ제주의소리

그가 빼놓지 않고 팔을 내준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살기 좋아졌다. 그가 모은 헌혈증서는 백혈병, 소아암, 장출혈 등 질병으로 고통 받는 시민들을 위해 사용됐다. 지금까지 기증한 증서만 687장에 달한다. 때마다 헌혈증서를 제공하면서, 지금 남아있는 증서는 12장뿐이다. 진 씨는 “피가 꼭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헌혈증서를 제공할 때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피력했다.

헌혈은 건강이 양호해야 참여할 수 있다. 진 씨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평소 배드민턴 등으로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헌혈은 내 건강을 지키고 이웃도 돕는 사랑”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현재 헌혈 가능 최장 나이는 70세.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이상 헌혈 정년까지 계속 참여하겠다. 가능하면 1000회까지 달성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계속 헌혈하기 위해 더욱 건강히 살아가겠다.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전체 연령대에서 비교적 낮다고 알고 있는데, 나와 이웃을 위한 봉사인 헌혈에 많이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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