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 우려 제2공항 예산 '삭감 의견'에도 정부 원안대로..."부실 심사" 비판

집행 여부조차 불투명함에도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산이 425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배정된 배경에는 국회의 '무관심'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60조7995억원 규모의 2022년도 소관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중 사회기반시설(SOC) 분야 22조7913억원 중 항공·공항 관련 예산은 4237억원으로, 이 안에는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산 425억원이 포함됐다.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비용은 물론, 실시설계비 일부까지 포함시킨 결과다.

문제는 제2공항 사업의 경우 내년도 예산이 집행될 지도 불투명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2공항 사업은 국토부가 재보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까지 환경부가 반려한 상태다. 국토부가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려 사유를 해소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새로 작성한 후 다시 환경부에 협의를 요청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에 더해 환경부의 반려 사유를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별도로 발주했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 결정 권한을 넘기겠다는 포석이지만, 이마저도 업체 선정이 연속으로 유찰되면서 더 늦춰지게 됐다.

과업지시서에 따른 용역 수행 기간은 최소 7개월이다. 이후 수의계약이 이뤄져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내년 하반기에나 용역 보고서가 나오게 된다. 이 용역 결과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작성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즉, 국토부가 설정한 계획대로라면 2022년 안에는 실시설계는 커녕 기본계획 수립 조차 정상적인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 제2공항 예산은 지난 2020년에도 356억2000만원이 편성됐지만, 기본고시가 늦어진데 이어 코로나19 재정 악화로 인해 예산 320억원이 삭감됐고, 2021년 예산안에는 이보다 117억원이 증액된 473억원이 편성됐지만, 이마저 불용 처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의 요구대로 관련 예산이 원안대로 통과된 데는 국회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는 2022년도 국토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정쟁을 벌이기에 바빴다. 대부분의 질의 시간은 부동산 정책 문제나 개발이익 환수 등의 현안을 두고 여야 간 공방으로 치달았고, 내년 예산안과 하등 관계도 없는 대선 주자의 '대장동 이슈'로 얼룩지기까지 했다.

그나마 지난달 19일 진행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 조정 소위원회에서 제2공항 관련 예산의 문제점이 짧게 언급됐으나, 긴 회의시간에 비하면 스쳐지나가는 수준이었다. 이마저 "짧게 하라"는 타박과 함께 묵살되다시피 했다.

당시 공항계정 교통시설특별회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제2공항 예산 삭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이 사업에 대해 "도민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난 점과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반려된 점을 감안해서 425억원 전액 감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황성규 국토부 제2차관은 관련 예산의 "원안 유지를 요청드린다"며 "제주도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기본계획 수립 시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하고 있고, 환경부가 낸 의견은 부동의는 아니라 반려 결정을 내렸다. 사업중단 결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황 차관은 이어 "현재 반려에 대한 보완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이 용역이 끝나고 나면 보완이 가능하다고(본다). 그러면 지금 기본계획을 종료하고 후속조치..."라고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답변을 듣던 이종배 소위원장은 "짧게 (답변)하라, 짧게"라고 면박을 줬다.

황 차관은 "후속절차가 진행이 돼야 되기 때문에 예산 반영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요약 설명했고, 이 위원장은 "그래서 원안 유지해 달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별다른 의견이 없으면 정부 원안을 유지하겠다"고 처리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소위원회 회의가 오후 10시 30분에 이르러서야 끝났을만큼 수 많은 예산 항목이 다뤄졌다고는 하지만, 제주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 사업은 불과 2~3분 남짓한 시간에 운명이 갈린 셈이다.

이렇게 소위를 거쳐 부의된 예결특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제2공항 관련된 문제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심지어 예결특위에는 제주시 갑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도 포함돼 있다. 예산안 확정 직후 제주를 대표해야 할 지역 국회의원들은 특별교부세 유치 성과를 홍보하기에 바빴다.

이와 관련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무위로 돌아가며 기본계획 수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편성된 제2공항 예산은 합리성은 물론 국민의 눈높이에도 한참 미달하는 주먹구구식 예산"이라고 혹평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 책임은 국토부에 있지만, 이를 검토해야 할 기재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고, 나아가 국회도 이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거나 들여다 보지 않았다"며 "적어도 반려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걸린 시간과 내용, 그에 따른 갈등과 비용을 고려했다면 이런 말도 안되는 예산을 수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의 몽니와 기재부-국회의 심사 부실이 이번 예산을 다시 한번 불용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다. 도민과의 약속에 따라, 당정협의 정신에 따라, 환경부의 반려 취지에 따라 제2공항을 백지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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