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1호 안장 故 송달선 하사

국가보훈처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제주의소리
국가보훈처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제주의소리

보훈 가족들의 숙원이었던 국립제주호국원이 8일 문을 열었다. 제주의 첫 국립묘지다. 

제주인으로서 조국을 지키다 희생된, 제주인의 긍지를 드높인 호국영령들이 고향 땅에서 국가 차원의 예우를 받으며 편히 잠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오후 2시 국립제주호국원(노형동 산19-2)에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개원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와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송재호 국회의원(제주시 갑), 유공자,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호국원은 기존 국립현충원 등 타 지역에 모셔진 영웅들을 고향으로 모셔옴과 동시에 지리적 여건에 따른 제주지역 보훈 가족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됐다.

행사에서 진행된 국민의례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해병 126명 중 한 명인 해병 4기 양순자 어르신이 국가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했다. 이어 김 총리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민주화 영령들의 희생에 분향을 통해 경의를 표했다.

김 총리는 개원식 격려사를 통해 “국립묘지는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하신 분들에 대한 마지막 예우다. 국립제주호국원이 열두 번째 국립묘지로 문을 열면서 권역별 호국원이 모두 갖춰지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가보훈처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제주의소리
분향에 앞서 묵념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앞줄 왼쪽)와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두번째 줄 왼쪽), 송재호 국회의원(두번째 줄 가운데), 황기철 국가보훈처장(두번째 줄 오른쪽), 유공자, 유가족들. ⓒ제주의소리
국가보훈처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제주의소리
분향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 ⓒ제주의소리

이어 “제주에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민주화 유공자 등 8662분의 유공자가 계신다. 그런데 그동안 제주에는 국립묘지가 없고 공적이 있음에도 멀리 육지(국립묘지)에 안장도 어려워서 제주 충혼묘지가 그 기능을 대신해 왔다”고 말했다. 

또 “그런 점에서 이번 호국원 개원은 제주지역의 모든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분들을 위해 나라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하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제주호국원을 도민과 제주를 방문하는 모든 분께서 품격있는 추모를 하실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제주인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제주항일 의병항쟁, 조천 만세운동, 해녀 항일운동 등을 통해 국권 회복 의지를 끈질기게 지켜왔다”며 “6.25 전쟁 때는 1000명 이상 제주 청년들이 자신의 몸을 던져 조국을 지켰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일제강점기 해녀들에 이어 126명의 제주 여성들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해병으로 나서기도 했다”며 “그 숭고한 뜻과 혼은 이제 제주호국원 곳곳에 깃들어 후손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이제 조국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제주호국원 1호 안장자로 선정된 故 송달선 하사의 손녀인 송가을 씨가 ‘제주로 돌아오신 할아버지께’라는 제목의 편지를 낭독했다. 

손녀는 “할아버지 듣고 계세요. 할아버지 손녀딸 가을이에요”라는 편지를 읽어내리며 평생 당신을 그리워하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을 대신 전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할아버지는 25살의 나이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두고 전쟁터로 떠나셔야 했다.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할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온 동네를 다니며 광목천을 끊고 실로 매듭을 지어 총알도 빗겨 간다는 말이 있는 복대를 만들었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매일 육지를 바라보며 그리워했을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집을 떠날 당시 5살이였던 아들도 이제는 없다”며 “평생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게 살아야만 했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 홀연히 가족을 떠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설악산 어느 골짜기 그곳에서 60년 만에 발견된 할아버지, 따스한 제주에 살던 할아버지가 제일 춥다는 설악산에 60여 년 동안 홀로 계셨으니 많이 춥고 외로우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제주의소리
故 송달선 하사의 손녀인 송가을 씨는 할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뒤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제주의소리
국가보훈처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제주의소리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 국민의례 중 국가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한 최초 여성해병 양순자 어르신. ⓒ제주의소리

송가을 씨는 “할아버지는 그립고 그리웠을 가족을 향해 따뜻한 제주로 꼭 오고 싶으셨는지 주인을 잃어버린 신발이 마치 어제 신었다 벗은 듯 매듭이 단단하게 묶인 채 그대로 발견됐다고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이어갔다. 

이어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만날 것을 예감하셨는지 돌아가시기 6개월 전 DNA를 남겼고, 덕분에 온전히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라면서 “아버지는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평생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며 그리워했다. 할아버지도 이젠 따스한 고향 땅 제주에서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故 송달선 하사는 1925년 5월 서귀포 대정읍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9월 육군으로 입대, 1951년 국군 11사단 소속으로 전투에 임했다. 

고인은 1951년 5월 동해안으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북한군과 벌인 설악산전투에서 전사한 뒤 그 자리에서 잠들어 있다가 60여 년만인 2011년에 유해가 발굴됐다. 이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다가 최근에야 DNA를 통해 신원이 확인돼 71년 만에 고향 제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제주호국원은 총 사업비 505억 원이 투입돼 봉안묘와 봉안당 각 5000기 등 총 1만기를 안장할 수 있는 27만㎡ 규모로 조성됐다. 

기존 제주시 충혼묘지를 포함해 9개의 묘역으로 구분되며, 대형 강당이 마련된 현충관과 유족 편의시설을 갖춘 안내동, 개별추모를 위한 제례실 8개와 5000기 규모 봉안당이 조성된 충혼당, 현충탑 등 시설이 마련됐다.

새롭게 모시게 되는 영령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충혼묘지와 개인묘지 등 기존에 안장돼 있던 국가유공자 등의 유해도 호국원으로 이장할 수 있게 된다. 6.25 한국전쟁 참전유공자뿐만 아니라 독립유공자 등 현충원 안장대상자, 민주유공자까지 모실 수 있다. 

국가보훈처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제주의소리
국가보훈처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영웅, 한라에 오르다!’를 주제로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을 거행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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