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8일 세번째 공판 가져...출석 증인 "김씨가 변호사 죽였다 말해"

제주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해 출석한 증인이 “(친구) 갈매기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8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5)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김씨가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함께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쯤 예리한 흉기로 이승용 변호사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세 번째 공판에는 검찰이 요구한 증인 5명이 출석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 중 A씨는 피고인 김씨에게 4차례 흉기로 위협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서울에서 김씨가 흉기를 떨어트려 봤고, 김씨가 같은 모양의 흉기를 탁자 위에 올려 둬 본 적도 있다. 칼날이 삼다수 500mL 물병보다 살짝 짧았고, 날카로웠다”고 증언했다. 

피고인 김씨는 해외에 체류하다 2015년 4월쯤 귀국해 서울에 거주할 당시 교제하던 연인이 자신에게 자주 거짓말을 했고, 거짓말을 일삼은 전 연인 때문에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을 알게 됐다고 주장해 왔다. 

리플리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이날 A씨는 김씨에게 협박을 당해 함께 다녔다고 말했는데, 김씨가 리플리증후군을 알게 됐을 때 만나던 전 연인과 시기가 겹친다.   

이에 대해 A씨는 “흉기로 협박을 당했고, 돈 문제로 함께 다녔다. 김씨가 뭐라고 했든 저는 김씨와 연인관계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점에 대해 검찰이 “피고인(김씨)은 증인(A씨)이 자주 거짓말을 해 리플리증훈군을 알게 됐다고 했다”고 말하자 A씨는 “저는 그런 증상이 없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극구 부인했다. 

이어 “돈을 뜯어내기 위해 자주 거짓말한 것은 김씨다. 병적인 증상은 절대 아니었다. 자기(김씨) 스스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잘 알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한번은 김씨가 ‘책 몇권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사건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와 관련된 일이고, 나중에 세상에 알리겠다’고도 말한 적이 있다”고도 증언했다.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B씨는 김씨가 자신의 지인에게 “변호사를 죽였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B씨의 지인은 피고인 김씨가 마카오에서 함께 생활했던 사람이다. 

B씨는 “2018년 지인이랑 대화하는데, 마카오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다. 갖고 있던 돈도 카지노에서 탕진했다고 말했다”며 “헤어진 전 남자친구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이 피고인 김씨”라고 증언했다. 

B씨는 “지인이 김씨 얘기를 하면서 ‘(김씨가) 사람도 죽였다’고 말했다. 벌떡 일어나면서 지인에게 정말 사람을 죽인 것이냐고 물으니 지인이 ‘제주에서 변호사를 죽였대’라고 대답했다. 그때 지인에게 김씨 이름을 들어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변호사 살인사건이라고 기억하느냐’는 취지로 검사가 묻자 B씨는 “제주가 고향인 다른 지인이 있어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해 물어봤다. 그때 ‘제주에서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고, 범인이 안잡혔다’고 대답해줘 확실히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증인 C씨는 “김씨가 ‘갈매기’와 함께 사람을 죽였다는 식으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가장 친한 친구 갈매기가 공소시효 앞두고 죽어 슬프다면서 운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종 증언이 이어지자 피고인 김씨는 재판부에 발언시간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A씨와 잠시 교제할 때 호신용으로 흉기를 들고 다닌 것은 맞다. A씨와 이민을 얘기할 정도로 관계를 가졌지만, A씨가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 계속된 거짓말에 정말 지쳤던 시기며, A씨가 저를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해 도내에서는 도지사 선거 개입과 호텔 지분 다툼 등 다양한 소문이 일었다.

피살 이전 이승용 변호사는 모 도지사 후보의 금품 선거 등에 대해 양심선언하겠다고 밝힌 도민을 돕고 있었다. 이후 양심선언 도민은 잠적했고,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 논란의 후보는 당선돼 제주도지사 직을 수행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공판을 속행할 계획이며, 김씨 수사 등에 관여한 경찰과 대검찰청 소속 심리·행동분석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또 피고인 신문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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