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95) mature 성숙한 / immature 미성숙한

ma·ture [mǝtjúǝr] ɑ. 성숙한
im·ma·ture [ìmǝtjúǝr] ɑ. 미성숙한 

성숙헌 사름, 미성숙헌 사름
(성숙한 사람, 미성숙한 사람)

mature, immature에서의 mature는 원래 ‘과일이나 열매의 무르익은 상태(=ripe, complete in natural growth or development’를 뜻하였지만, 오늘날에는 주로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성숙한’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maturity ‘성숙’, maturate ‘성숙하게 하다’ 등이 여기서 파생(derivation)된 낱말이다. 미국의 작가 J. D. Salinger(1919~2010)는 그의 자전적(autobiographic) 장편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에서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을 다음과 같이 구별하고 있다.

“The mark of the im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die nobly for a cause, while the mark of the 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live humbly for one.”

(미성숙한 사람의 특징은 대의를 위해 고상하게 죽으려 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람의 특징은 그 대의를 위해 비천하게라도 살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白衣從軍) -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7년(선조 30) 1월, 이순신은 조정(royal court)을 가벼이 여기고 임금을 속인 죄로 나국(拿鞠, 죄인을 잡아다 국청에서 신문함)을 받아 3월 4일 옥에 갇히고 문초(investigation)를 받았다. 이순신은 몇몇 충신들(loyal subjects)의 구원으로 겨우 목숨을 구했으나 선조로부터 초계에 있는 권율의 도원수부에서 백의종군(serving in a war as a commoner)할 것을 명받았다. 4월 13일 이순신은 초계로 가는 길에 그리던 어머니를 만날 꿈에 부풀어 있었으나 가는 도중에 어머니 부고(obituary)를 듣는다. 어머니를 여의고 장례(funeral)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초계 도원수부로 길을 떠나는 심정이야 오죽했겠는가. 아마도 그는 차라리 그때 함께 죽어서 어머니와 두 형을 뵙고 싶었을 것이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배를 끌어 중방포 앞으로 대고, 영구를 상여에 올려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을을 바라보니 찢어지는 듯 아픈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비는 퍼붓고 맥이 다 빠진데다가 남쪽으로 갈 날은 다가오니, 호곡하며 다만 어서 죽었으면 할 따름이다.”(4월 16일 난중일기), 두달 여를 더 걸어 6월 4일에야 도원수부의 초입에 있는 마을에 도착하였고, 8월 3일 진주 수곡에서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제수될 때까지 말 그대로 백의를 입고 종군을 하게 된다.

이순신은 유성룡과 같이 자신의 충정을 굳게 믿어주는 그가 있었기에 숱한 모략과 비방을 견딜 수 있었고, 임진왜란을 승전으로 이끈 구국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br>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7년(선조 30) 백의종군(白衣從軍)을 명 받고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제수될 때까지 말 그대로 백의를 입고 종군을 하게 된다. 그런 ‘백의종군’이 이제는 낙선 정치인들의 단골 멘트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pixabay.

그러던 ‘백의종군’이 이제는 낙선 정치인들(unsuccessful candidates)의 단골 멘트(frequent comment)로 등장하고 있다. 선거에서 떨어지고 잠시 정계(politics)를 떠나면서 던지는 상투적인 말(cliche)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그런 태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백의종군’이 아니다. ‘백의은거(白衣隱居)’다. 대의를 위해 끝까지 종군하는 게 아니라 이때다 싶은 적당한 때를 골라 작전상(strategically) 은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재기의 기회(an opportunity to make a comeback)를 모색하며 고상하게 백의은거하는 미성숙한 정치인(immature politician)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끝까지 겸손하게 백의종군하는 성숙한 영웅(mature hero)을 보고 싶어 한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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