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내 강제추행'에 대해 첫 유죄 판결 내려

아내를 성폭행하고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한 남편에게 '강제추행 치상죄'가 적용돼,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최완주)는 20일 아내를 강제 추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K씨(45)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K씨는 지난 2002년 9월 기소돼 심리과정에서 아내를 강제추행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결과 거짓반응이 나오자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두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성추행해 다치게 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부부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이런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부부 강간'을 무죄로 인정하던 판례를 깨는 것으로 이로 인해 그동안의 가부장적 부부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은 물론,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K씨의 경우 '부부 강간'도 성립될 수도 있었으나 '부부 생활'이라는 은밀한 행위에 대해 아내의 진술만으로 강간죄상의 폭행·협박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부부 생활에 대한 공소 유지가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이혼단계나 별거중인 '비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는 '부부 강간'도 충분한 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성계와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형사법체계가 지나치게 '남성편향적'이라고 지적해 왔으며 여성단체들은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 등 관련 법을 '부부 강간'도 처발할 수 있게 개정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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