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제주 더큰내일] (1) 현장에서 운영자로 발전하는 이상협 씨 

관광도시 제주에서 F&B(Food&Beverage) 분야는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많지만 실패도 많다.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창업 실패는 치명적이다. 제주의 지역혁신기관 제주더큰내일센터가 ‘요리조리 풀코스 식음료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모델 점검, 마케팅·브랜딩, 레시피 개발 및 고도화, 세무·지식재산권 등 현실 맞춤형 과정을 운영한 이유다. 이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통해 건강한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글]

“배달음식 반찬 안 남기고 다 먹은 적이 처음입니다.”
“음식이 아닌 정성을 먹은 것 같아요.”
“제가 소중하다고 느낄 정도로 정성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보통의 호평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소감들이 꼬리를 잇는다. 비록 운영을 시작한지 한 달 남짓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직접 맛을 보고 남긴 고객 61명의 평가가 총합 ‘★★★★★’ 별 다섯 개 최고점을 받은 솜씨는 여간내기가 아닌 느낌이다.

신제주권을 중심으로 장어덮밥 배달을 운영하는 ‘한끗덮밥’의 운영자 이상협(28) 씨. 파릇파릇한 열정을 눈빛으로 뿜어내는 20대지만, 그가 음식을 대하는 자세는 단순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석쇠 굽기, 찜, 양념 숙성, 다시 석쇠 굽기라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탄생시킨 이상협표 장어덮밥은 부드러움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다는 평가다. 각종 약재와 장어 뼈를 넣고 푹 끓여 만드는 특제 소스는 덤이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매력의 포장과 설명서까지 신경 써서 추가한 결과가 바로 배달 플랫폼 안의 리뷰들이다.

출처=배달의민족.
이상협 씨가 요리해 배달하는 한끗 장어덮밥 구성. 출처=배달의민족.

지난 10일 공유 주방 '탐나는 키친'에서 [제주의소리]와 만난 이상협 씨는 인터뷰 내내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것은 점포 이름에서도 등장하는 ‘한끗’과 이어진다.

“대중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사랑받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돌아가거나 때로는 거부당하죠. 익숙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점을 느낄 수 있어야 오래갈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새로움은 ‘한끗’입니다. 섬세한 부분에 있어 한끗 차이가 요리에 들어가면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은 고객들에게 가치로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문장만 놓고 보면 중견 셰프의 인터뷰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확고한 가치관이 느껴진다. 28세 청년이 ‘한끗’을 신조로 삼게 된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다. 그 ‘한끗’이 결정적이다. 

ⓒ제주의소리
이상협 씨. ⓒ제주의소리

고등학교까지 평범하게 보낸 그는 ‘야간 자율학습을 피하자’는 이유로 요리 학원으로 향한다. 그것이 요리와의 첫 만남이다. ‘고딩’ 이상협에게 칼질은 또 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세계적인 스타 셰프의 성공담을 담은 책 ‘세계를 움직이는 미식의 테크놀로지’는 틀에 박힌 요리 자격증 과정으로 떨어진 흥미를 다시 불어넣어줬다.

요리 학과 진학을 위해 멀리했던 공부에 집중했고 대학에도 입학했지만, 역동적인 갈망을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그러던 중 부모님과 함께 찾아간 청담동 레스토랑은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다.

“틀에 박힌 과정들이 맞지 않아서 대학 자퇴를 고민했어요. 의미 없이 등록금을 소진하기 보다는 차라리 외국으로 가서 배워볼까도 생각했죠. 그러다가 부모님과 함께 서울 청담동에 있던 어느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모신 거죠. 그리고 부모님께 ‘현장에서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워볼 테니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그 레스토랑은 이상협 씨가 취업 지원 원서를 낸 레스토랑이었다. 확고한 목표 의식은 부모님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셰프에게도 전달된 것일까. 군 복무 먼저 끝내라고 그를 다독인 셰프는 입대 전까지 일을 함께 하자고 다시 연락이 왔고, 이상협 씨는 꿈에 그린 레스토랑에 입성했다. 

책임자가 새벽부터 손수 시장을 누비며 식재료를 구입하고 밤늦게 까지 일을 마무리한 과정,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체계는 이상협 씨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남겼다. 그는 군 제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입사, 프랑스 요리 커리큘럼 교육 이수, 각종 프로젝트 참여 등 끊임없이 도전과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제주행을 택한 이유는 꽤 흥미롭다. 오로지 ‘성장’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미국행 티켓을 끊었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시선을 돌린 곳이 바로 제주다. 그 전부터 수시로 오가면서 매력을 느꼈는데 자연 환경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 식재료들이 호기심을 끌었다.

그렇게 제주더큰내일센터가 운영하는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을 만났고 제주에서 전격 창업을 결심했다. 

‘오프라인’에 익숙하고 또 자신 있는 그가 배달 장어덮밥을 선택한 계기는 이번 지원사업 영향이 크다.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쌀밥을 기반으로 하면서, 동시에 평범함 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담을 수 있는 메뉴를 찾았다. 예전 일본 식도락 여행에서 맛본 나고야식 장어덮밥을 떠올렸다. 양식장을 누비면서 거래처를 확보하고 식재료를 나열해 개선의 개선을 거듭한 끝에 현재 ‘한끗덮밥’이 탄생했다.

출처=배달의민족.
한끗 장어덮밥. 출처=배달의민족.
출처=배달의민족.
모듬 숙성회. 출처=배달의민족.
출처=배달의민족.
갈치 튀김. 출처=배달의민족.
ⓒ제주의소리
이상협 씨가 연어를 손질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스스로를 표현하자면 톱니바퀴처럼 현장에서 일 위주로 하는 사람이었죠. 내가 운영자 위치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요식업, 세무, 마케팅, 변리사, 외식기업, 로컬푸드,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 있는 종사자분들과 만나고 조언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에게 제주더큰내일센터의 지원사업은 단순한 요리사에서 한 단계 성장시킨 발판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외식 사업이 가진 다양성을 고려해 지출 항목이 확대된다면 다음 사업 참여자들은 더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상협 씨는 덮밥에 이어 ‘숙성회’를 취급하는 브랜드를 최근 출범했다. 여기에 뜻이 통하는 조력자와 협업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곧 ‘한끗’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언젠가 ‘외식 문화 기업’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꿈도 가슴 속에 품고 있다. 28세 청년, 이상협의 한끗은 이제 시작이다. 

“멈추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체가 저에게 큰 자극을 줍니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가혹할 수 있지만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저만의 ‘한끗’을 담은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외식 문화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기사는 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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