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현길호 농수축경제위원장 “제주도, 행정신뢰도 회복 급선무”

내년부터 제주지역 농민들에게 ‘1인당 40만원’의 농민수당이 지급된다. 제주도가 당초 약속을 뒤집고 50% 감액 편성한데 대한 농민들의 거센 반발 앞에 결국 두 손을 든 결과다.

이번 농민수당 사태를 진화하는데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한 제주도의회 현길호 농수축경제위원장(조천읍, 더불어민주당)은 “단순히 예산 증·감액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봤다. 결국 제주도가 결자해지하면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이번 예산심사 과정에서 1인당 20만원 기준으로 편성됐던 농민수당을 1인당 4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되돌려 놨다. 재원은 일반회계가 아닌 농어촌진흥기금을 활용한다. 관련 조례개정으로 제도적 걸림돌도 말끔히 해소했다.

현길호 위원장은 “제주도에 결자해지를 위한 대안 마련을 주문했는데, 임시처방이 아닌 묘안이 나왔다. 농민수당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농어촌진흥기금 활용으로 다른 기금사업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일반회계에서 기금을 출연하되 농민수당은 별도 계정으로 운용된다. 다른 기금 사업이 축소되거나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업과 임업 등 다른 분야 1차 산업 종사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농민수당은 주민발의 조례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 다양한 주민발의 조례가 만들어질 텐데,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동의했다는 점에서 제주도는 의원발의나 집행부 발의 조례보다 예산 편성에 있어 더 많이 배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길호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현길호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Q. 11대 의회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선으로 농수축경제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지난 3년6개월간의 의정활동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세월이 쏜살같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전반기 때는 행자위에서 도정 전반을 들여다보며 의정활동을 폭넓게 하다가 후반기에는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는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1차 산업과 경제, 앞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미래 산업에 고민을 집중하게 됐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변화시키며 현장의 소리, 어려움을 듣는 것이 우선되다 보니 심적 부담은 더 커졌고, 목표했던 의정활동은 조금 뒤로 밀리는 상황이 됐다. 그래도 현장에서 영세사업자, 소상공인, 1차 산업 종사자들의 어려움들 듣고 시의 적절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점들에 대해서는 도민들께서 조금은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이번 정례회는 사실상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회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심사에 임했나.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 이처럼 오래 갈 것이라고는 예측을 전혀 못했다. 현재도 언제 끝날지 전문가들도 확신을 못하는 상황인데 적재적소에 급하게 수혈돼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세심하게 들여다보려 했다. 그런데 예산 편성을 함에 있어서 균형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재난지원 좋은데, 세밀한 설계가 안돼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적절한 시기에 지원하는 정책 수립은 좋은데 설계의 세밀한 부분들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집중해서 들여다봤다. 농민수당은 도민과의 약속을 행정이 일방적으로 깬 경우다. 이는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정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

Q. 이번 예산심사에서는 농민수당이 핫이슈였다. 농민수당이 뭔지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지구촌 최대 이슈가 탄소중립과 탄소배출 제한이다. 1차 산업은 지구를 살리는 공익적 가치를 갖고 있는 산업구조다. 우리가 그분들의 노력을 정당하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지구를 살리는 데 가장 필요한 산업이자, 인류가 살아가는데 근간이 되는 산업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공익적 가치와 현실적인 상황들을 판단해 적절하게 그분들의 노력을 인정하자는 차원에서 농민수당 조례안이 주민발의로 청구됐고, 제주도나 도의회가 그런 부분을 인정했기 때문에 조례가 통과된 것이다.

Q. 그런데 제주도가 내년도 예산안에 지급액을 당초 약속했던 ‘1인당 40만원’이 아닌 ‘1인당 20만원’으로 50% 감액 편성하면서 사달이 났다. ‘1인당 40만원’을 결정한 농민수당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제주도 정무부지사인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현길호 농수축경제위원장. ⓒ제주의소리
현길호 농수축경제위원장. ⓒ제주의소리

집행부는 예산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일단 시작하는데 의미를 두고 20만원으로 했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제주농업, 농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다. 민선 6~7기 내내 추경 규모가 4천억 가까이 됐는데 내년에도 4500억원대 추경이 확실시 된다. 코로나로 인해 예산이 어렵다고 하는데 중앙정부에서 내놓은 예산도 돌고 돌아 세입으로 잡힌다. 결국 세입추계가 잘못됐다고 본다.

또 하나는 정무부지사 인선에 따른 공백이 조금 있었는데 그 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행부가 정무부지사 재임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존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상상할 수 없는 예산 편성이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도민의 목소리를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닌 행정 중심적 사고가 결국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Q. 우여곡절 끝에 농민수당 지급액을 ‘1인당 40만원’으로 원상 복구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추가재원 112억원은 어떻게 마련되나.

현재는 일반회계 예산으로 112억원이 편성됐는데, 120억 정도가 더 필요하다. 일반회계 재원으로 조정하기 쉽지 않은 규모다. 상임위 차원에서도 100억이 넘는 예산 조정은 힘든데 농민수당 하나만 가지고 조정하는 상황은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집행부에 “당신들이 원인을 제공했으니 대안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농어촌진흥기금 사업이라는 괜찮은 대안을 가져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에 대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필요한 120억은 올해 3차 추경을 통해 농어촌진흥기금으로 출연해 내년 초부터 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했다.

Q. 농민수당을 내년 한 해 지급하고 말 것은 아니지 않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집행부가 제시한 대안이 임시방편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 보면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반회계 대신 농어촌진흥기금으로 출연해 농민수당을 지급하도록 제도화가 됐다. 지급액은 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 1차 산업 예산이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밑돌을 빼서 윗돌 괴는 식이 아닌 일반회계에서 농어촌진흥기금을 출연하고, 농민수당은 별도 계정으로 운용된다. 또 예산을 집행하다 남아도 농어촌기금 안에서 계속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와 관련된 농어촌기금 조례 개정작업까지 마쳤다.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현길호 농수축경제위원장.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현길호 농수축경제위원장. ⓒ제주의소리

Q. 제주도는 1차 산업 비중이 타 시도에 비해 높은 편인데, 왜 농민만 지원하느냐? 어업과 임업 종사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준비하는 것이 있나.

농민수당은 주민발의 조례에 의한 것이다. 현재 어민수당과 관련한 조례가 집행부로 접수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다른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왜 농민만 지원하느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농민수당은 주민들이 동의를 해줘서 조례가 만들어졌고, 그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주민발의 조례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의원발의나 집행부 발의 조례와 다르게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다양한 주민발의 조례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1차적으로 주민 동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예산 편성에 있어서 더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Q. 정책은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농민수당’ 논란은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농업을 바라보는 제주도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도정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

이번 일을 계기로 제주도가 민선시대를 거치면서 도민들과 한 약속들, 특히 갈등 현안 관련 사업들에 대해 문서로 한 약속도 있을 수 있고, 구두로 한 약속도 있을 텐데 전부 검증을 했으면 좋겠다. 행정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다. 행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 일도 못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무너져버린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세심하게 들여다 봐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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