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가 조작까지 같이 했던 막역한 사이에서 고소인-피고인으로 조우

10년전 재정난과 경영권 다툼이 일었던 도내 모 골프장. 골프장 전 대표끼리 피해자와 피고인 신분으로 제주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10년전 재정난과 경영권 다툼이 일었던 도내 모 골프장. 골프장 전 경영진끼리 피해자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10년 전 제주도내 한 골프장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이 법정으로 이어졌다.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와 피고인은 함께 주가를 조작했을 만큼 돈독했던 사이였다.  

최근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A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 공판에서 검찰이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도내 모 골프장 대표로 일하던 2011년 당시 골프장 법인 인감을 이용해 골프장 정회원권 10매를 담보로 B씨에게 5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다.

10년이 흘러 B씨는 빌려준 5억원 중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다며 A씨를 고소했다. 

A씨가 대표로 지냈던 골프장은 1991년 설립된 회원제 골프장으로, 2014년 10월 회생절차를 밟기도 했다. 

10여년 전 경영권 다툼과 재정난 등이 언론에 보도됐고, 공매절차를 거쳐 운영법인이 바뀌었다. 

당시 골프장은 각종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있었다. 직원들에게 임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정회원들의 회원권 반환이 안돼 매각 추진단이 골프장을 방문했던 시기다. 

심지어 도내 조직폭력배 등이 동원돼 골프장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이지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해당 골프장 경영권을 두고 협력했지만 나중에 서로 사이가 틀어졌다. 

A씨는 채무자는 자신이 아니라 골프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빌린 돈의 일부를 직원 임금으로 지급하는 등 골프장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골프장 관계자는 A씨가 정회원권 10매를 담보로 제공한 시기에 회원권 분양 자체가 안됐다고 증언했다. 

골프 회원권 분양을 위해서는 공고 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당시 골프장 재정이 어려워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체육시설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에 따르면 골프장 회원권 분양을 위해서는 해당 골프장이 회원모집 계획서 등을 관할청에 제출해야 한다. 

또 증인은 골프장 인감을 금고에 보관했으며, 금고는 회사 대표도 함부로 열 수 없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서 A씨와 B씨는 함께 주가 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통해 많은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재정이 어려웠을 당시 대표를 역임한 A씨는 회원들의 대표격인 B씨와 함께 자주 골프를 즐겼고, 이후 B씨도 해당 골프장 경영에 관여하기도 했다.  

A씨 변호인은 “B씨가 5억원을 빌려줄 때 투자금 개념이니 추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고, B씨가 주가 조작에 도와달라고 요구하자 피고인(A씨)이 2억2000만원 정도를 주가 조작에 사용했다. 고소인 주장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또 5000만원 정도는 예식장 관련 사업에 투자했고, 나머지 2억3000만원 중 일부는 직원들 임금지급에 사용됐다. 주가조작 관련 공소시효가 만료되자 허위고소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변호했다. 

A씨는 “주가 조작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한다. B씨에게 10원도 요구한 적이 없으며, 빌린 돈이 있다면 안 갚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저 때문에 B씨가 손해를 봤다면 책임질 능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경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해를 넘겨 내년 2월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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