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이 자연스러움이 되기까지 / 강봉수 제주시 차고지증명팀장

문명의 발전은 삶을 더 편리하고 편안하게 하기 위한 목적을 전제로 한다. 이를 토대로 과학이 발전해 왔고 사회시스템이 작동해 왔다. 그런데도 편리해진 생활 수단과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등 음료수를 담고 있는 용기가 플라스틱이다. 이 플라스틱 용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져 해양생물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이뿐인가 구매욕을 높이기 위해 상품을 포장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포장재는 물론이고 먹다 남은 음식물쓰레기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과정에서 양산되는 불편함은 피해 갈 수 없는 우리사회의 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주차난 문제와 관련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도내 자동차 대수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고 주차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행정당국은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영주차장 확충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 가운데 무료공영주차장은 밤낮없이 차량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지만 유료공영주차장인 경우 주간 유료시간대에는 그 이용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돈을 내고 주차장을 이용하는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관계로 유료공영주차장 주변도로는 보행 불편과 긴급차량 이동이 힘들 정도로 무단주차가 심각하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불법주차 단속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유료공영주차장 주변도로의 무단주차는 인근지 거주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등 내적 외적으로 함께 공존하고 있어 공영주차장을 유료화하는 것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그렇다고 공영주차장을 언제까지 무료로 제공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더 많은 시민에게 주차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차장 조성에 필요한 예산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차난이 심각하다면서 유료주차장 이용을 꺼리고 보행로에 주차를 일삼으면서 통행저해 차량 단속에 또 불만을 표출하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쌓여가고 있다. 선진사회는 일상에서 파생되는 공통의 문제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생활에서 겪는 소소한 문제를 오로지 공공이 책임지도록 개개인의 사회적 책임까지 전가한다면 불편한 진실은 시민생활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강봉수 제주시 차고지증명팀장.

한때 선진시민사회 구현을 위해 생활 속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던 때가 있었다. 행정 주도로 진행되다 보니 행정수장이 바뀌면서 기초질서 지키기는 느슨해지고 정처 없이 표류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작은 불편을 이겨내는 일상의 생활문화가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변화과정에서 겪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개인의 이익은 물론 공동의 이익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 모두는 ‘불편한 진실’ 속에서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문화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 나갈 때다. / 강봉수 제주시 차고지증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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