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나들목 건들개, 다시피다] (6) 건입동 주택돌봄서비스, ‘고쳐살래’로 기대하는 내일

건입동 주택돌봄서비스의 마을관리사들. 이들은 지역 곳곳에서 작은 집수리를 통해 삶의 질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제주의소리
건입동 주택돌봄서비스의 마을관리사들. 이들은 지역 곳곳에서 작은 집수리를 통해 삶의 질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제주의소리

“나이든 분 중에는 문고리나 수도가 고장나도, 방충망이 뜯겨도 고치기 어려워 그냥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등에 문제가 생겨도 의자에 올라가서 살펴보는 일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 저희가 가는 겁니다”

건축업에 종사하던 임종학(73)씨는 올해 제주시 건입동 곳곳을 찾아다니며 실력을 발휘했다. 화장실 배수대부터 밸브 교체, 각종 전기 수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자 다시 원래 기능을 회복했다. 비싼 수리비에 엄두도 못 내던 사람들은 매우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어 연신 감사하다며 손을 잡았다.

그는 올해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제주시니어클럽이 시범운영한 주택돌봄서비스에 마을관리사로 참여했다. 서비스 신청이 들어오면 그는 현장에 나가 수리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맥가이버처럼 뚝딱뚝딱 수리를 진행한다. 수리비는 매우 저렴한 실비 수준이다. 

노후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주민이나 취약계층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내부환경을 개선하려는 취지다. 사소하지만 어려운 불편을 어르신들이 직접 해결한다는 취지다. 노인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시작됐는데 작은 변화들이 쌓였다.

마을관리사들은 땀을 흘리면서 새로운 성취를 느꼈다. 주민들은 마을 안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생활 속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다.  

17일 열린 제주시 건입동 고쳐살래 공간 개소식. ⓒ제주의소리
17일 열린 제주시 건입동 고쳐살래 공간 개소식. ⓒ제주의소리

연말이 되자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한국중부발전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신제주로터클럽, 방콕 로터리클럽과 진행하는 사회공헌 ‘희망일자리나눔터’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사무실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도시재생으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주택돌봄서비스가 지속가능한 사업단 운영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다.

17일 열린 ‘고쳐살래’ 공간 개소식에서 김순희 제주시니어클럽 관장은 “소소한 것을 통한 기쁨과 보람을 함께하는 사업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문대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본부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같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 모델이 시작됐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올해 가능성을 발견한 마을관리사들은 내년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이들의 성취와 뿌듯함, 부쩍 늘어난 이웃과의 교류는 고쳐살래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올해 주택돌봄서비스에 마을관리사로 참여했던 강윤필(69)씨는 “사전교육을 통해 여러 자재를 다루고 수리하는 법을 배웠다”며 “사람들이 감사해하고 좋아하니 보람되고 성취감이 든다. 특히 매일 새로운 것을 한다는 기분이 느껴져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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