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갤러리 레미콘(Galley Rmicon)이 진행하는 미술 전시 ‘시간과 공간의 기억, 산지로 31’은 특별한 공간에서 열린다.

전시장은 한때 ‘제주 최초의 현대식 호텔’로 불리며 명소로 각광받은 명승호텔이다. 산지천 옆에 위치한 명승호텔은 1962년 3월 문을 열었으나 1990년대 들어 운영을 중단했고, 최근까지 폐 건물로 방치돼 왔다.

그러다 2019년 제주레미콘 고성호 대표가 건물을 매입했고, 내년 본격적인 개선 공사를 앞두고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는 내부 공간을 최소한으로 정리하고, 옛 건물 모습을 최대한 간직한 채 열렸다. 건물 원형의 모습을 아카이빙(Archiving)한다는 취지에서다.

허물어진 건물 외벽, 서양식 기둥과 욕실 타일, 지금은 쓰이지 않는 전화번호의 중화요리집 스티커, 창문에 붙여진 옛 방식의 공룡 복원도 등 전시장 곳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황량한 느낌의 공간은 제주 미술작가들(이미선, 유창훈, 강문석, 고은, 배효정, 양민희, 김산, 김승민, 손유진, 강주현)들의 다양한 작품으로 채우며 향후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탈바꿈을 예고한다.

고성호 대표는 “내년 3월 이후에 건물에 대한 대수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 전에 많은 분들이 조언해 주신대로, 바로 리모델링하기 보다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예술, 문화를 입힌 공간으로 활용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