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예래단지] ③ 유원지-관광단지 지정 무효...JDC, 도시개발사업 재추진 ‘만지작’ 

대법원이 2015년 3월 제주예래휴양형주거단지의 토지수용 재결이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7년째 공사는 중단되고 해안가에 위치한 건물은 흉물로 남아 있다. 말레이시아 투자자본은 1250억원의 막대한 배상금을 챙기고 철수했다. 사업권을 넘겨받은 JDC는 토지주들과 소유권 이전 소송전을 펼치며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만신창이가 된 제1호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의 현주소를 세 차례에 걸쳐 송년기획으로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제주예래휴양형주거단지 메디컬센터 부지에 있는 옛 버자야제주리조트 주식회사 현장 사무실. 버자야그룹이 철수하고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직원들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예래휴양형주거단지 메디컬센터 부지에 있는 옛 버자야제주리조트 주식회사 현장 사무실. 버자야그룹이 철수하고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직원들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예래입구사거리에서 남서 방향으로 진입해 원형교차로에서 상예1동 방향으로 이동하면 왼쪽에 조립식 패널 구조의 사무실 2동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입구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현장 사무실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굳게 닫힌 문 사이로 연신 소리를 지르자 직원 한 명이 서둘러 마스크를 끼고 인사를 건넸다.

계획대로라면 이곳은 제주예래휴양형주거단지 내 의료시설인 메디컬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곶자왈 빌리지를 시작으로 카지노타운과 랜드마크타워에 이은 단지 내 개발사업지구였다.

JDC와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합작법인인 버자야제주리조트(주)가 현장 사무실로 사용했지만 2020년 8월 제주에서 완전 철수하면서 JDC가 16개월 넘게 텅 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버자야제주리조트는 2020년 7월 법원의 강제(직권)조정 결정안을 받아들여 모든 소송을 중단했다. 대신 JDC로부터 1250억원의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챙기고 유유히 제주를 떠났다.

JDC는 버자야제주리조트로부터 시설과 법인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았지만 정작 개발사업 인허가 모두 무효화 돼 효력을 상실했다. 토지수용도 무더기 소송전에 휘말린 상황이다.

2007년 예래휴양형주거단지조성사업  개발사업 변경 승인 당시 제시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 조감도.
2007년 예래휴양형주거단지조성사업 개발사업 변경 승인 당시 제시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 조감도.

대법원이 2019년 1월 토지주들이 제기한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의 모든 인허가는 없던 일이 됐다.

2005년 11월 도시계획시설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를 시작으로 2014년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관광단지 조성계획 승인까지 11년간 이뤄진 15개 인허가가 곧바로 효력을 잃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서귀포시 상예동 633-3번지 일원 74만4205㎡ 부지에 대한 유원지와 관광단지 지정은 자동 취소됐다. 2020년 2월에는 투자진흥지구까지 해제됐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에는 사업 폐지나 변경으로 토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됐을 때는 지체없이 도지사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제2항에는 도지사가 제1항에 따라 사업 폐지 신고를 받으면 이를 관보에 고시하도록 하고 명문화 했다. 반면 JDC와 제주도는 지금껏 이와 관련한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내 토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연녹지지역으로 구분돼 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에 대한 건축행위가 가능하다.

2015년 공사가 중단된 서귀포시 예래동 제주예래휴양형주거단지 내 곶자왈빌리지 모습. 1단계 사업부지에 140여채의 건물이 흉물처럼 남아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15년 공사가 중단된 서귀포시 예래동 제주예래휴양형주거단지 내 곶자왈빌리지 모습. 1단계 사업부지에 140여채의 건물이 흉물처럼 남아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흉물로 남아 있는 단지 내 곶자왈 빌리지의 건축물 140여채는 준공허가를 받지 않아 건축물대장에도 등재되지 않았다. 토지 소송까지 얽혀 건축허가 취소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5월 국회의원 발의를 통해 ‘유원지 특례’ 조항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기존 특별법 제406조를 손질해 ‘유원지시설의 범위에 관광시설을 포함시키고 유원지 시설의 결정과 구조, 설치기준에 관한 사항을 제주도 조례로 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를 유원지로 재지정하기 위해 제주도와 JDC가 추진한 사실상 원포인트 법안이었다. 대신 관광숙박시설을 유원지 전체면적의 30%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투자유치를 통해 원점에서 유원지 개발사업을 다신 추진할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않다. 토지수용 무효에 따른 토지 분쟁 해결과 유원지에 대한 공공성 확보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JDC는 제주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해 2006년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부지 내 95필지를 77억2200만원에 협의 매수했다.

서귀포시 예래동 앞 바다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 도로를 이동하는 주민 뒤로 환해장성이 보인다. 그 너머로 짓다 만 거대한 콘트리트 건물이 흉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서귀포시 예래동 앞 바다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 도로를 이동하는 주민 뒤로 환해장성이 보인다. 그 너머로 짓다 만 거대한 콘트리트 건물이 흉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07년부터는 토지주 108명으로부터 167필지 21만5200㎡를 176억7700만원에 강제 수용했다. 마을 주민은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국내 유명 배우도 줄줄이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했다.

대법원이 2015년 3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 인가처분은 그 하자가 명백해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토지 수용재결도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현재 토지주 150여명이 토지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유원지 지정 대신 관광단지로 개발하거나 도시개발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 역시 토지 소유권 이전이 정리돼야 가능한 일이다.

JDC는 기존에 조성된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도시개발을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 단지 내 도로와 생태공원, 저류지, 주차장 조성 등에만 이미 340억원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소송 중인 토지에 대해서는 JDC가 땅을 매입하거나 감보율을 적용해 추가 인프라를 조성한 후 체비지를 제외한 땅을 원토지주에게 돌려주는 환지 방식을 추진할 수도 있다.

박재모 JDC 휴양관광처장은 “토지주마다 생각이 달라 다양한 의견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도시개발사업이 가장 현실적이다. 최적의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들어선 수변 공원.
제주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들어선 수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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