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예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선임연구원

봄의 유채, 겨울의 귤이 익어가듯 ‘지금이 제철이다‘는 말이 있다.

자연스레 보고 익혔던 자연의 섭리를 요즘 아이들은 책으로 배워 안다고 한다. 사시사철 볼거리와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럴 것이다. 언뜻 보면 풍족한 삶인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생태계 교란에 대한 자연이 주는 경고이기에 두려움이 앞선다.

생태계가 유지되어 온 것은 결코 자연적인 것도 우연도 아니다. 수많은 생물종들이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에 가능했다. 균형되고 건강한 생태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뿐 아니라 우리에게 올 또 다른 질병에 대한 일차적 방어선이 될 수 있다. 생물들의 먹이사슬 붕괴로 종간 접촉이 익숙해지면 결국 종간의 장벽이 무너진다. 이는 조류 독감이 인간의 독감으로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최선은 그들의 서식처를 온전히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산업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생물다양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지구촌 생물종 중 3만 5천여 종의 생명체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우리나라는 88종이 멸종우려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더 이상의 생물종 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생물의 존재가 늘어나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우리나라의 아마존이자 허파인, 제주 곶자왈부터 시작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제주 전 지역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최근 연구 자료에서 곶자왈이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6%를 차지하지만 제주도 전체 생물 종의 46% 이상이 서식하고,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희귀종인 운문산반딧불이, 제주고사리삼이나 비바리뱀, 애기뿔소똥구리같은 멸종위기 생물들이 서식한다고 말한다. 

제주도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우리나라 생태계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라도 자연을 위해 자연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제주도는 물론이고 도내 기관들이 생물상들을 모니터링하며, 자원은행 구축 등을 통해 생물종 보존과 복원에 적극 힘써야 할 때다. 

무엇보다 제주도의 가치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야된다. 글로벌 30여개 금융기관들이 ‘생물다양성 지원 공동선언문’서명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 기업들이 ESG를 실천하기 위해 이미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과 개인의 관심과 노력이야 말로 기후변화와 종 소멸로부터 탄소중립-기후위기 방지-종 증가의 선순환적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다. / 권미예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제주도 생물다양성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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