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제주 읍면학교] ②표선고 IB 월드스쿨 인증...초중까지 후보

움츠렸던 제주지역 읍면지역 학교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애월고와 함덕고는 미술과 음악 등 예술학과 운영학교로, 표선고는  IB월드스쿨 인증을 받으면서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시 동지역 일반계고를 탈락해서 마지못해 진학하는 학교가 아니라 분명한 진로와 목표를 가지고 선택하는 학교로 변모 중이다. [제주의소리]가 읍면지역 학교들의 변화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 글 
표선고가 지난 12월7일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표선고 수업 모습.

공교육을 국제학교 수준처럼 높이겠다는 포부로 시작된 이석문 교육감의 IB학교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형평성과 특정 학교에 대한 과도한 지원 등 특혜 시비가 친정과도 같은 전교조로부터 먼저 나왔다. 

그런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2019년부터 이석문 교육감은 IB학교를 추진했고, 2020년 9월1일 제주형 자율학교란 명칭으로 IB학교 4개교(표선고, 표선중, 표선초, 토산초)를 지정했다.

1년6개월의 심사를 거쳐 지난 11월10일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가 '공립 IB 월드스쿨(World School)'의 지위를 획득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본부에서 개발 운영하는 국제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의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자기주도적 학습을 추구하는 교육체제이며 세계 161개국 5464개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표선고는 우리나라에서 IB 고등학교 과정인 DP(Diploma Programme)를 제공하는 17번째 학교가 됐다. 표선고 이전 16개 학교들은 학급 단위로 IB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이와 달리 표선고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급이 아닌 학교 단위로 IB월드스쿨을 인증받아 IB 교육 확대의 새로운 교두보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표선고 IB DP는 2022년 3월부터 표선고 2학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 표선고 1학년 학생들은 올해 DP 전 단계인 Pre-DP를 받았다.

표선고는 2022학년도에 1학년은 DP 준비 교육, 2학년은 DP교육을 운영한다. 2023학년도에는 1학년 DP 준비 교육, 2학년과 3학년은 DP교육을 시행한다. 

표선고가 지난 12월7일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표선고가 지난 12월7일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계획대로라면 2023학년도부터는 모든 학생이 DP교육 대상자가 되며 2023년 11월에 3학년 학생들은 IB 외부평가에 응시하게 된다.

이와 함께 IB학생들은 수능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IB최종 점수로 해외 대학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이석문 교육감은 "IB 월드스쿨 승인은 표선고의 내년 신입생 모집과 더불어 IB 월드스쿨 승인을 준비하고 있는 표선지역 다른 IB 후보학교(토산초, 표선초, 표선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다른 학교도 IB 월드스쿨로 승인되면 표선지역은 초‧중‧고가 연계된 ‘IB 교육지구’의 기틀을 조성하게 된다"며 내년 제주형 자율학교 IB학교로 변화하는 성산지역 학교(온평초‧풍천초‧성산중)와 제주시 원도심의 제주북초의 안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 공교육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이 교육감의 기대대로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표선고는 아직도 신입생 지원자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5학급 125명 모집에 2020년 126명, 올해 134명이 지원했다. 매년 미달하던 결과에 비하면 조금 나아진 수준이다. 

또한 학생수준도 내신성적을 보면 제주시 동지역 일반계고보다 낮은 중하위권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구 표선고 교장은 "IB 월드스쿨로 인증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학부모나 학생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2023년 졸업생들의 대학진학 결과가 나오면 그 때부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IB교육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미국의 경우 IB교육을 도입한 89%가 공립학교"라며 "국내에는 국제학교나 특목고 위주로 도입되다보니 엘리트 이미지가 높은데 사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점에서 공교육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표선지역은 인구와 학교소멸 위기 지역으로 인구가 1만2000명인데 작년 출생한 신생아는 38명 밖에 안된다"며 "2008년 100명, 2013년 77명, 2019년 40명에서 지난해는 38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학교가 폐교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표선초의 경우 2019년 1학년 신입생이 14명에 불과했지만 IB 예비학교로 되면서 올해는 44명으로 늘어났다"며 "IB학교가 표선초와 토산초, 표선중, 표선고 등 표선지역을 선정하게 된 것은 인구와 학교소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IB학교에 대한 이 교육감의 실험은 아직 진행중이다. 과연 인구와 학교 소멸 위기에 놓인 표선과 성산지역 학교를 살리고, 마을에 희망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