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적극적 평화프로세스의 구심점 되길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 연재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2021년 초부터 제주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설치및국제자유도시조성을위한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국제자유도시폐기와 제주사회대전환연대회의를 구성하여 활동 중이다. 이 연대체 내 논의를 통해서 현 제주특별법 체계는 ‘평화’와 ‘평화의 섬’에 대한 구체적 개념 정의가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특별법의 모든 방향성을 ‘국제자유도시’라는 지향점을 표방함으로서 특별법 자체가 ‘평화의 섬 제주’라는 가치를 신자유주의적 목표에 복무하도록 하면서, 적극적 평화 실천지점은 왜곡하거나 은폐해버렸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2021년 9월 여당의 대선후보는 “평화와 인권의 환경수도”를 제주의 비전으로 제시하였다.(이재명 “제주를 평화와 인권의 환경수도로 만들 것”, 2021.9.13.)

‘제주를 평화와 인권의 환경수도로 만들겠습니다. 또한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하겠습니다. ... 이를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적인 모델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야당 대선후보 측에서는 관련된 정책 내용을 살펴볼 수 없었다. 다만 정의당 대선후보는 평화 관련 세부적인 사업들에 대한 소신을 통해 적극적 평화 기조의 의견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9월, 제주평화대공원 사업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전쟁터와 삶의 공간...두개의 가치 공존이 평화대공원”, 2021.9.22.) 제주 평화의 섬 지정의 후속작업이었는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난항을 겪다가 이제 사업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12월, 제주도의회의 질의를 통해서 드러난 것은 평화대공원 사업의 걸림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이 평화대공원 사업은 주로, 전쟁기념관과 청소년 수련시설을 중심으로 공원조성을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말기인 올해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관련된 소식들이 자주 들려온다. 11월에는 문정인 교수가 제주지역에서 열린 한 국제포럼에서 “한·일 비핵화, 남·북 종전선언” 촉구…‘제주발 평화 메시지’라는 보도의 내용으로 발표하기도 하였다. (“한·일 비핵화, 남·북 종전선언” 촉구…‘제주발 평화 메시지’, 2021. 11. 12.) 12월 23일에는 제주도의회 남북교류 및 평화협력 지원 특별위원회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국전쟁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평화의 섬 제주에 관한 소식들은 평화에 대한 적극적 평화 개념을 수용하지 못하고 피상적 정책과 언급만 하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평화와 인권’이라는 말을 단순한 앞머리 수식어로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실제적인 평화, 적극적 평화를 채용한 구체적은 정책은 살펴보기 힘들다. 제주를 둘러싼 평화 관련 정세는 급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제주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은 거의 없다. 

평화대공원과 같은 평화의 섬 제주 실천사업은 과거의 역사를 ‘평화’로 포장하면서도 ‘전쟁’이라는 과거의 비극만 되새김질만 하려 할 뿐이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일 수 있다. 그런데도 과거를 박제화시켜 놓고 구경꺼리만 만들고 있다. 평화사업이라기 보다 역사 박물관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4.3과 같은 역사적 비극은 적극적 평화와 만나 미래의 평화로운 제주섬으로 상상되어야 한다. 평화의 섬 제주가 산업적 가치나 안보의 명분이 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되며, 진정으로 평화로운 섬이 되는 개념으로서 현실적인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한편, 한국전쟁 종전선언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가 조금씩은 고조되고 있다. 비록 상징적 조치라해도 평화를 위한 나름 한 진전이 될 수 있겠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문정인 교수의 바람처럼 제주발 평화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비무장지대의 긴장상태 완화는 제주지역에 대한 안보 욕구를 높일 수 있다. 국경지역에 대한 안보강화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그렇다면 제주지역에 대한 군사적 안보가 더 강경하게 요구될 수 있다. 제주를 둘러싼 평화에 관한 환경이 급변하는 것이다. 이는 제주강정해군기지 뿐만 아니라 제주 제2공항의 논란에 있는 공군기지까지 제주도에 지금보다 더 강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평화는 평화의 방식으로서 평화를 구축하고 평화를 세워야 한다. 동등한 무력의 대치 상태는 정말 고요하다. 그 고요함은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고, 사실 사람들이 편을 갈라 서로 긴장하고 힘을 주어 무기를 움켜잡는 정중동의 상태임에 지나지 않다. 아주 고요하나 진땀이 흐르는 긴장감은 단순한 총알 하나로, 단 하나의 고함으로도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 사람들은 현재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상대국의 최첨단 감시무기체계의 레이더망의 조준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엄청난 전쟁기지가 제주에 있기 때문이다. 고요한 상태에서 일상의 평화를 누리는 듯 보이나 제주사람들은 이미 최첨단 무기들의 목표점이 되어 있다. 이미 제주 사람들의 평화권은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에 많이 논의해왔던 ‘평화지대’ 관련 논의를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안보 요구의 수용이 아니라 제주지역이 ‘평화’라는 주제의 ‘제주평화지대’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한반도내 평화지대 구축이 아니라 동북아 3국의 접경지역이자 중첩지역으로서 국제적인 평화지대를 상상해보자는 것이다.

이는 국제질서에서 적극적 평화의 개념을 수용하여, 국가 간의 문제를 평화지대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제주가 한반도의 평화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에 평화프로세스의 구심점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 사람들의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제질서에서부터 국가안보정책, 사람들의 일상까지 적극적 평화의 개념과 지향점을 가지고 고민하고, 그러한 펑화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다가오는 새해에 더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2항 인류의 평화에 대한 권리를 보존하고 그 이행을 증진하는 것이 각 국가의 기본적 의무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3항 인류의 평화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은 전쟁의 위협, 특히 핵전쟁의 위협을 종식시키기 위한 국가들의 정책을 요구하며, 국제관계에서의 무력 사용의 포기와 유엔헌장에 기초한 평화적 수단에 의한 국제분쟁의 해결을 요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 유엔, 인류의 평화에 대한 권리 선언(Declaration on the Right of Peoples to Peace, 1984년 11월 12일 유엔총회 결의 39/11 중에서)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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