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3월 제주대 사학과 입학…1991년 11월 7일 “삶의 터전 제주” 외치며 분신

사진 오른쪽부터 송석언 제주대 총장, 故 양용찬 열사 어머니 정순자 여사, 김동윤 제주대 인문대학장. ⓒ제주의소리
사진 오른쪽부터 송석언 제주대 총장, 故 양용찬 열사 어머니 정순자 여사, 김동윤 제주대 인문대학장. ⓒ제주의소리

“대학에서 신경 써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합니다.”

아들을 먼저 하늘로 올려보낸 어머니 정순자 여사는 아들 대신 명예졸업장과 꽃다발을 손에 들고 감사하다는 말만 계속 되뇌었다. 故 양용찬 열사가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을 반대하며 온 몸을 던진 30년 전의 기억을 돌아보는 듯했다.

제주지역 개발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故 양용찬 열사의 명예졸업장 수여식이 열렸다. 1985년 제주대학교 사학과 입학 이후 36년,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지 30년 만이다.

제주대학교는 28일 오전 9시30분 대학본부 접견실에서 ‘故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수여식’을 열었다. 양 열사는 지역 운동의 헌신적인 실천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졸업증서를 받게 됐다.

양 열사의 명예졸업장 수여는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와 민주동문회,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이 제주대 차원의 명예졸업장 수여와 추모 조형물 설치를 건의하면서 이뤄졌다. 

1991년 양 열사 분신 당시 제주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위성곤 국회의원은 “민주화운동의 진전 과정에서 명예졸업장은 의미가 있고, 열사의 모교에 추모공간 마련을 통해 학교의 자긍심을 높이고 다음 세대에도 열사를 기릴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적극적인 협조를 구한 바 있다.

양 열사는 1966년 9월 서귀포시 신례리에서 태어나 1985년 제주대 사학과에 입학했다. 집안에서는 처음으로 4년제 국립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그는 학업을 중도 포기한 채 농업과 청년회 활동에 참여해왔다.

군 제대 이후 복학하지 않고 타일공으로 일하던 그는 1989년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회원으로 농산물 수입개방문제와 제주도개발특별법 등 지역개발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다 1991년 11월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반대를 외치면서 분신, 생을 마감했다.

도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던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당시 거대 여당이었던 민자당이 밀어붙이자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몸에 기름을 끼얹은 채 온 몸을 던졌다.

유서에는 삶의 터전으로의 제주, 생활의 보금자리로의 제주를 지키기 위한 그의 숭고한 뜻이 담겼다. 

“나는 우리의 삶과 뼈를 갉아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써, 생활의 보금자리로써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또한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故 양용찬 열사의 유서 내용 중)

제주대학교는 28일 오전 9시 30분 대학본부 2층 접견실에서 故 양용찬 열사의 명예졸업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아들의 졸업장을 받고 있는 정순자 여사.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는 28일 오전 9시 30분 대학본부 2층 접견실에서 故 양용찬 열사의 명예졸업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아들의 졸업장을 받고 있는 정순자 여사.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졸업장에는 '1985년 3월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에 입학한 후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였으나 지역운동의 헌신적인 실천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였기에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하고자 이에 추천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의소리

명예졸업장이 수여된 기념비적인 날 양 열사의 친형 양용호 씨는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졸업장을 30주기를 맞아 받게 돼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송석언 제주대 총장은 “가족분들께서 응어리진 것들이 많을 텐데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 양 열사는 역사에 기록될만한 선지자적인 훌륭한 일을 하셨다”며 “아직도 제주엔 환경 등 문제가 끝나지 않았고 살아가는데 양 열사와 같이 행동으로 실천한 분들이 많이 필요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분의 선지적인 희생으로 편히 발 뻗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죄송하기도 하다”며 “많은 분들이 마음으로 존경하고 있다. 잘못된 것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긴 용기있는 대단한 분이다. 명예졸업장을 통해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을 계기로 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제2의 시발점이 되는 것 같다. 30년 전 그가 외친 문제들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 하다 이제야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이사장은 “이번 계기로 그를 기억하고 젊은 청년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용택 제주대 민주동문회장은 “제주대가 그의 삶을 품어줘 감사하다. 면학에 힘쓰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한다. 혼자만이 아닌 모두 함께 사는 삶을 배우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재학생 대표로 수여식에 참석한 현경준 총학생회장은 “이번 명예졸업장 수여식을 준비하며 그가 전한 삶을 통해 용기를 배웠다”며 “30년이 지났지만 이를 통해 훗날 우리 학생들이 용기를 얻는데 보탬이 될 것 같아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수여식 이후 제주대 측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와 협의를 거쳐 2022년 초, 그가 다녔던 인문대학 1호관 앞 진앙터에 그와 그의 뜻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울 계획이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는 28일 오전 9시 30분 대학본부 2층 접견실에서 故 양용찬 열사의 명예졸업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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