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문화예술의 섬 제주 진단] ① 민선 6~7기 제주도정 공약

민선 7기 제주도정이 6개월여 남았다. 그러나 원희룡 전 도지사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자진 사퇴하는 순간, 사실상 정치적인 의미에서 민선 7기는 종료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소리]는 송년 기획으로 민선 6기와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추진해온 7년여 간의 문화·예술 공약과 정책을 살펴본다. 동시에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민선 8기 제주도정에서 고민해야 할 문화예술 정책도 함께 짚어본다. [편집자 주]

① 민선 6~7기 제주도정 공약
② 민선 8기 제주도정의 과제


# 찝찝하게 끝난 ‘제주 문화예술의 섬’

2014년 원희룡 제주지사가 내건 기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의 섬’이다. 우근민 직전 도지사가 잠깐 사용했던 것을 이어받아 사용했다. 제주연구원 문순덕 박사는 2019년 11월 2019년 제주 문화예술의 섬 정책을 연구해 발표했다. 문 박사는 민선 6기(2014.7.~2018.6.) 문화·예술 공약을 큰 틀에서 ▲도민 문화 향유 확대 ▲제주 문화 브랜드 세계화 ▲문화·산업의 융복합화 ▲문화·예술 활성화 기반 조성은 ▲독특한 문화 발굴 육성 ▲종교 문화 가치 발굴 ▲협치 시스템 구축으로 구분했다.

세부 성과를 보면 순수 문화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보조율은 2014년 50%~90%에서 2017년부터 100% 전액 지원으로 바뀌었다. 전문예술인을 위한 창작 융자금의 이자를 지원하는 제도가 2017년 9월 도입됐다. 청년 예술인에 대한 창작 활동비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김만덕 객주(개관일 : 2015년 9월), 예술공간 이아(2017년 5월), 산지천갤러리(2017년 12월) 등 문화 공간이 잇달아 확충됐다.

제주국제관악제, 탐라문화제 등 굵직한 행사들이 내실을 다지며 성장했다. 동아시아 문화도시(2016년), UCLG 문화선도도시(2017년)으로 선정되면서 국제 문화 교류의 물꼬를 텄다. 

콘텐츠 분야에 있어 2018년 3월 개원한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가장 큰 성과다. 제주 로케이션 유치는 2014년 51건에서 2017년 85건으로 상승곡선을 그렸고, 전국 최초로 사립 박물관·미술관 평가 인증제가 민선 6기 때 도입됐다. 2016년부터 시작해 2019년까지 제주도 전역의 자연마을 설화를 조사해 제주도청 누리집에 구축한 것도 의미가 있다.

양 행정시가 문화특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공인 문화도시 선정의 기반이 됐다. 서귀포시는 2015년, 제주시는 2016년 문화특화지역으로 선정됐다. 이전 도정에서 시작한 김창열미술관은 2016년 9월 24일 정상 개관했고, 도지사 관사는 2017년 10월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전국 최초의 공공수장고는 2016년 1월 첫 삽을 떠서 2019년 완성했다. 제주문학관, 예술곶산양, 저지문화지구 영상스튜디오 등도 민선 6기를 지나 7기 때 모두 완성됐다. 2015년 11월 제주메세나협회 창립과 문화·예술 분야 예산 확대(2014년 785억원→2018년 1620억원)도 빠질 수 없다. 2016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해녀문화도 덧붙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제주 개막식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처럼 의미 있는 성과도 발견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시밭길을 면치 못한 정책과 공약들도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협치 시스템’이다.

민선 6기 시절 원희룡 지사를 대표하는 용어이기도 한 ‘협치’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보수 정당 도지사가 박경훈(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김수열(제주도문화예술위원장), 박찬식(제주학연구센터장), 김준기(제주도립미술관장) 등 진보 성향 예술인들을 대거 등용했다.

협치 운영은 각 분야에서 주목할 만 한 성과를 거뒀지만, 동시에 험난한 과정도 겪었다. 특히 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도의회와의 갈등은 문화·예술 협치 분야에서 더욱 뾰족했다. 제주아트플랫폼, 제주비엔날레 등 도정 차원에서 힘을 실은 주요 정책들이 의회와 충돌 속에 난항을 겪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섬문화축제는 과거 경험 때문인지 부정적인 여론에 논의로 그쳤고, 전문인력 양성 교육기관 유치는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문화분야 전문직렬 신설은 임기제 공무원 채용과 개방형 직위로 축소됐다.

# 더욱 소외된 문화 예술 공약

그렇게 맞이한 민선 7기(2018.6.~2022.6.)는 이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문화예술의 섬’을 떼고 ‘누구나 일상에서 누리는 문화행복시대’라는 간판을 새로 달았다.

민선 7기 문화·예술 공약은 큰 틀에서 ▲제주 역사문화 정체성 창달 사업 ▲제주 역사 문화 편찬 사업 ▲거점형 콘텐츠기업 및 창작지원센터 지원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 ▲문화예술 창작 및 향유 기회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세부 실적을 보면 제주학연구센터는 시행착오를 거쳐 재단 법인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 단계까지 왔다. 용역을 마무리하면 제주도 심의와 행정안전부 승인이 남아있다. 콘텐츠코리아랩, 웹툰캠퍼스, 음악창작소 등이 잇달아 완성되면서 지역 콘텐츠 창작의 기반이 됐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학예인턴은 2019년부터 매해 15명 이상씩 꾸준히 선발되고 있으며, 서귀포시는 2019년 12월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제주 문학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제주문학관도 올해 10월 문을 열었다. 제주미술제는 정책적 관심으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으며, 장애인·청년·유아 등 보다 다양한 대상들의 문화 예술 향유 기회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5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음악창작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하지만, 민선 7기에서는 6기 보다 더 많은 공약들이 미뤄지거나 좌초되는 상황이다.

민선 6기부터 끌어온 제주태고문화센터를 비롯해 추사관 일대에 조성하려던 탐라비림, 탐라제주대백과사전, 예술인회관 역할의 제주아트플랫폼, 도립국악단, 도립극단 등은 다음 도정에서 살아남기를 기대해야 할 처지다. 제주도립예술단 개편은 직급·보수 체계 등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통합 운영을 비롯한 더 중요한 부분까지는 건드리지 못하며 숙제를 남겼다.  

잇달아 조성된 공공 문화 공간들은 열악한 공간 문제, 부족한 전문 인력, 불안정한 예산 등 저마다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일선 예술 현장을 덮쳤지만,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공백 사태를 비롯해 도정의 대응은 타 지역과 비교할 때 아쉬움을 남기기 충분했다.

의회와의 관계 역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예술계에 쓰일 예산 일부를 도의원들 예산으로 전환하는 관행은 매해 이어졌지만, 선출직이라는 특성에서 참작할 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올해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의원들의 임기 마지막 예산 심사 때문인지, 선을 넘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만큼 삭감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져 빈축을 샀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인력·예산 확대와 함께 노조 출범, 지원 시스템 일부 개선 등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도청에 경영기획실장직 헌납, 조직 내부 갈등, 기강 해이, 경영 평가 최하위라는 씁쓸한 생채기를 간직한 채 민선 7기 종료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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