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장애인인권포럼, 문화예술·체육 편의시설 모니터링 결과 발표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 화장실 내부에 물건과 청소도구가 쌓여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인 서귀포시 중문동 문화의집 장애인 화장실.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지역 장애인 당사자들이 도내 문화와 예술, 체육 관련 편의시설을 단 한 곳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진행된 모니터링 당시에는 그나마 8% 정도는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6년이 지난 2021년에는 오히려 0%로 후퇴한 결과다.

사단법인 제주장애인인권포럼(대표 김성완)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제주지역 공공 문화·예술·체육시설 장애인편의시설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도내 공공 문화·예술·체육시설 83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015년 조사 때는 97곳이었으나 시설 폐쇄와 코로나19에 따른 휴관, 공사 등 이유로 83곳만 이뤄졌다.

장애인 당사자 7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이 현장에 방문해 주차구역과 출입구, 화장실 등 편의시설 실태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체크리스트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라 마련됐다. 

조사 분야는 △도서관 24곳 △박물관 미술관 15곳 △공연시설 11곳 △문화재 3곳 △체육시설 17곳 △문화의집 14곳 등 6개 분야 83곳이다. 

조사 결과 6개 분야 모든 곳에서 종합 평가 ‘적절’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2015년 적절 등급을 받았던 8%보다 줄어든 것에 대해 관리 소홀로 규격에 맞는 편의시설을 구현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경우 의무로 지정된 편의시설인 만큼 대부분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장애인이 편히 내리고 탈 수 있는 가로 3.3m, 세로 5m 기준을 확보하지 못해 부적합 판정을 받기도 했다. 

2015년 조사 당시 적합 판정을 받은 곳은 66곳이었으나 노후 등 이유로 페인트칠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면적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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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효돈생활체육관(사진 왼쪽)은 주차장 면적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장애인 주차구역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았다. 서귀포시 위미문화의집 역시 주차장 면적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눈에띄는 파란색 페인트칠이 되어있지 않았다.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시 애월체육관(사진 왼쪽)의 경우 출입구 단차를 없애기 위해 경사로를 설치했으나 경사가 급하고, 문을 열 수 있는 유효공간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제주시민회관 체육관의 경우 출입구 단차를 없애기 위해 경사로를 설치했으나 경사가 급하고 손잡이가 없어 접근이 불편한 상태다.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주출입구의 경우 대부분은 통과 유효폭이나 전면 유효거리가 적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점형 블록은 19곳이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 이용 편의를 위해 주출입구 부근에 점자 안내판이나 촉지도식 안내판, 음성안내장치 또는 그 밖의 유도 신호 장치를 점자블록과 연계해 1개 이상 설치해야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설치되지 않았거나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일부 시설에서는 주변 공사 폐자재를 쌓아놓거나 물건과 청소도구 등을 방치하는 등 창고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곳은 아예 설치되지 않았으며 26곳은 남녀 구분 없는 공용 화장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변기 전면이나 측면이 좁아 이용에 불편한 곳은 각각 19곳과 31곳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손잡이가 잘못 설치되거나 회전식이 아닌 탓에 이용하기 힘든 곳은 18곳이었다. 

도서관과 공연시설은 보청기가 의무 비치 용품임에도 불구하고, 35개의 시설 중에서 단 2곳만이 보청기를 비치하고 있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정보접근 약자인 청각·언어,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정보전달 체계가 부족한 상황이며, 이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선택의 다양성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2001년 4월부터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대상시설의 장애인편의시설 개선은 너무 더디다”라며 “장애인 당사자의 문화·예술·체육생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찾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장애인편의시설은 단순히 장애인의 시설이용을 돕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노인, 임산부와 아이들까지 모두가 불편함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관리 주체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며, 법의 강제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개선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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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김만덕기념관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좌석이 있으며, 옆자리에 동행자가 동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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