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되돌아 보는 교통정책] ③ 교통난 해결 종합대책 부재...고통분담 도민 인식전환 절실

급격한 인구 증가세와 맞물려 심화된 '교통난'은 어느새 제주의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불과 10년 사이에 1.5배 이상 증가한 차량으로 인해 곳곳의 교통체증은 물론, 주차전쟁까지 도민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반면 수요 조절과 공급 확대로 대표되는 제주도의 대응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 전면 도입과 대중교통체계 재개편을 앞두고 [제주의소리]는 세 차례에 걸쳐 제주의 교통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를 다룬다. / 편집자 주

제주의 고질적 교통난은 단발성 정책으로 바로잡기엔 어려움이 뒤따른다. 개개인의 자정능력에 기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차량 수요정책을 비롯해 대중교통, 주차공간 확보, 제3의 교통수단 등과 맞물려 통합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제주도 차원에서 내년부터 차고지증명제가 모든 지역, 모든 차종을 대상으로 도입되고, '버스 준공영제 성과평가 및 개선방안 용역' 결과에 따라 지방대중교통 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주차 정책에 있어서는 지난해 실시한 '제주도 주차장 수급실태조사 및 주차기본계획 수립용역'이 차용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개별 정책을 아우르는 종합계획이 미진하다. 적어도 전면 실시되는 차고지증명제로 인해 불편이 예상되는 수요층이 어느 곳인지, 추가적으로 필요한 주차공간은 어디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맞물려 교통복지 소외계층에 투입돼야 할 공적 자원은 어느 정도일지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

최상위 종합계획이라고 일컬어지는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도 교통과 관련해서는 '인프라 분과'에 묶여 상하수도·물류 등의 문제와 함께 다뤄진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주순환도로체계와 도심주차난 해소 등의 과제도 함께 제시됐지만, 투입되는 예산으로 보나, 계획상의 디테일로 보나, 보다 주요하게 방점이 찍힌 사업은 청정트램과 같은 신교통수단 구축 사업이다. 도시재생, 관광도시 매력도 증진 등의 부가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 용역진의 설명이다.

결국, '제주의 미래산업'에 무게를 둔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상에 제시된 사업으로 도내 전반적인 교통난 해소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시된 사업들도 특정 지역의 교통문제를 저감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애초에 '국제자유도시'라는 큰 묶음 안의 한 조각으로써 교통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기도 했다.

도민사회의 인식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이미 도민 모두를 만족시킬 교통정책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도민사회 내부적으로 피해를 분담해야 만 해결안을 찾을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차고지증명제를 번번이 막아선 제주도의회의 결정은 아쉬움으로 꼽히는 대표적 사례다. 

제주도 차고지증명 관리조례가 제정된 것은 2006년으로, 당초 계획대로라면 대형차는 2007년 2월 1일, 중형차는 2009년 1월 1일, 소형차는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중형차까지는 제주시 동지역에 한정해 시행하다가 2010년부터는 도 전역으로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형차에 대해서만 예정대로 시행됐을 뿐 중형차의 도입 시기는 2009년에서 2012년, 2012년에서 2017년으로 두 차례에 걸쳐 연기됐다. 소형차 적용 시점도 2010년에서 2015년, 다시 2015년에서 2022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2017년에는 대중교통체계 전면개편과 맞물려 차고지증명제 전면 도입 시기를 당초 2022년에서 2019년으로 3년 앞당기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 역시 제주도의회에 의해 가로막혔다. 

문제는 그 사이에 제주지역 차량 등록대수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는데 있다. 제주에서 운행중인 차량은 2010년 25만794대에서 올해 11월 기준 40만2416대로 급증했다. 차량증가 속도가 인구증가 속도보다 1.7배 가량 더 높았다. 2017년부터 중형차를 대상으로 차고지증명제가 시행되자 제주시의 경우 그해 신규 자동차 등록대수가 13%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음에도 도입 시기는 계속 미뤄졌다.

도의회가 번번이 막아선 이유는 '준비부족' 때문이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준비없이 시행된다는 주장이었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계획된 제도였다는 점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매번 교통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던 도의회의 '자기모순'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제주의소리]는 당시 의결권을 행사했던 다수의 전·현직 의원들과 접촉을 시도했고, 예상대로 반응은 엇갈렸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전의 일이지만, 다수의 의원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A의원은 "단순 지역 민원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하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며 "지금이야 이전에 비해 주차면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니 제도 도입이 가능해진 것이지, 당시만해도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현장의 혼란이 예상됐다"고 말했다.

A의원은 "궁극적으로는 차고지증명제든 뭐가 됐든 차량증가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의정활동을 통해 주차장특별회계를 개설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지 않겠나"라고 회고했다.

가열차게 차고지증명제 도입을 반대해 왔던 B의원도 "차고지증명제는 힘 없는 서민들이 직접 타격을 입는 정책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이 제도를 도입한 곳이 일본뿐인데, 단순 일본의 사례를 쫓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제도가 늦춰진데 대해 문제인식을 갖는 의원들도 있었다.

C의원은 "사실 당시 의원들도 지역구에 따라 입장이 조금씩 달랐다. 제주시냐, 서귀포시냐, 읍면이냐, 동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고, 더 들어가면 주차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의 의원들의 목소리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땐 몰랐다. 사실 누가됐든 제주사회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할 것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한다기보다는 조금은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인정했다.

D의원도 "당시라도 피해가 예상되는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대안만 확실하면 앞당겨 시행할 수도 있었지 않았나 싶다"며 "아무래도 지역구 유권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측면에서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차원에서도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도민사회의 인식 전환을 간곡히 당부했다.

제주도 교통정책 관계자는 "차고지증명제와 대중교통 체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시내권 교통체증의 문제나 주차문제도 함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차량 증가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대중교통 이용횟수도 늘어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대중교통 개편 후 너무 많은 재원이 들어간다는 문제 제기가 있지만, 이용자에 대해 조사를 하면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며 "당장 몸에 익숙치 않으시겠지만, 도민들께서도 단거리 이동 시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큰 불편을 느끼지 않으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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