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난제 풀기 위한 지혜와 각오 더욱 필요한 때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2022년 다시 한 해가 시작했다. 비록 달을 달리하고 해를 달리해도 시간이란 연속하는 흐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해가 바뀐다는 사실만으로 자연이 주는 변화처럼 우리에게 무언가 새로움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첫 해를 보며 새기는 바람과 다짐은 다시 펼쳐지는 시간 앞에 마음을 다잡고자 함이다.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비롯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뽑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선거마다 기대는 후회로 다가오지만 그래도 우리가 뽑은 그 누군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삶도 사회도 달라짐은 숱하게 경험해 온 터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겹친 올해는 어느 해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일상마저 위협받는 생활을 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굳이 코로나19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는 삶과 생존을 위협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나아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와 그로 인한 사회 갈등은 오래된 문제이자 코로나19로 더욱 깊어가고 있다. 그럴수록 경제성장은 누구도 쉽게 거부하지 못하는 공동 목표가 되고 개발이란 이름 아래 자연은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제주사회에서 환경파괴 문제는 큰 과제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숱한 정책과 약속이 제시됐다. 하지만 한 해를 보내고 다시 한 해를 맞이하지만, 그 많은 정책들은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2020년 10월 25일 발표한 송악선언에서 난개발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세대를 위해 제주자연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송악선언에서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주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개발사업의 기본전제임을 분명히 했으며 환경보전을 강화하기 위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언에 그치지 않겠다는 약속 다짐도 빠지지 않았다.

선언은 그 느낌이 강렬한 만큼 결말이 주는 공허함도 크다.

대부분 도민이 제주관광 양적 확대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청정제주 송악선언'에는 이를 상징하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제주도는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제2공항사업에 대한 현재의 입장을 밝혀야만 하지 않았을까. 선언이라면 선언다워야 한다. [그래픽이미지=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2020년 10월 26일 오전 송악산에서 '청정제주 송악선언' 선언문을 발표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난개발을 막겠다면서 야심차게 발표한 송악선언은 당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나, 선언자가 떠나면서 공허한 말로 사라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얼마 없어 선언자는 떠나고 남긴 선언은 공허한 말로 사라지고 있다. 

송악선언 이후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으나 여전히 청정 제주를 위한 움직임은 더디기만하다.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했으나 생태계 보고인 곶자왈에는 여전히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원 전 지사가 약속했던 환경보전기여금 도입도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야심차게 계획하고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국립공원 확대도 지지부진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국립공원을 곶자왈과 오름을 포함해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때는 2016년이다. 2017년에는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도 발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환경부에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임업인을 비롯한 해당 지역 주민 반발 속에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도 못 연 채 해만 넘기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환경부는 2020년 12월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대한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를 열려 했으나 반대에 부딪쳐 무기한 연기했다.

사유재산권과 임업 활동 제약을 내세운 반대 속에 처음 계획했던 오름과 곶자왈이 국립공원 지정에서 제외되기도 해 이미 국립공원 확대 계획은 의미를 많이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추진해온 ‘제주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은 비슷한 처지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을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허술한 곶자왈 보전 제도로 잇따라 곶자왈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곶자왈 경계를 분명히 하고 보호구역으로 지정함으로써 곶자왈 보전에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용역은 해를 넘기기 시작해 7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에도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 고시를 위해 주민설명회를 열려 했으나 곶자왈 소유주 반발로 열지 못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9월 대안을 찾으려고 워킹그룹을 가동했으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다시 한 해를 넘겼다.

국립공원 확대처럼 곶자왈 지정에 따른 사유재산권 침해와 그에 따른 보상대책이 가장 큰 과제이자 논란거리다. 모두 예견된 문제임에도 주민동의를 이끌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환경보전기여금제도도 해묵은 과제이긴 마찬가지다. 2020년 송악선언에서 언급되기는 했으나 환경보전기여금제도가 논의된 것은 훨씬 오래전이다.

지난 10년 사이 크게 늘어난 관광객으로 생활쓰레기와 하수처리 문제가 발생하고 교통 불편과 각종 오염문제가 도민 삶을 위협하면서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3년 한국법제연구원이 제주세계환경수도 조성 지원특별법 연구용역에서 환경보전기여금제도 도입을 제안해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2018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한국지방재정학회에 용역을 의뢰해 세부안을 만들기도 했다.

그 후 원 전 지사가 송악선언에서 재차 도입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최근 대통령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밝히며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여행 비용 부담 증가에 따른 영업피해 등을 내세운 관광업계 반발 해소 등 여전한 과제를 안은 채 새해를 맞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올 한 해 해결과제로 떠안은 상황이다.

그동안 제주환경을 위한 도민과 제주특별자치도가 벌인 노력은 존중받을 만하다. 송악선언이 갖는 진정성 또한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간 보인 노력과 결과만으로 만족하기에는 풀지 못한 숙제가 너무 많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후손세대까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생태계보전과 공정한 자연자원이용, 양극화 해소와 공동체 유지와 같은 굵직한 과제를 던져주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에게 이전과는 다른 삶과 사회를 향한 전환을 요구한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br>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이후는 이전과는 달라야 하고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위드코로나 시대가 열리든 운 좋게 코로나19가 사라진 삶을 되찾든 코로나19 이후에 당연히 아름다운 사회가 다가오지는 않는다. 해가 바뀐다고 삶이 바뀌지 않듯 성찰과 노력 없이 사회가 나아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새해를 맞아 제주사회 공동체를 위해 난제를 풀기 위한 지혜와 각오가 더욱 필요한 때다. / 김효철 객원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