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동서남북 나뉜 제주섬] ① 6:4-7:3 고질적 갈등, 서귀포시 "인프라 부족"...제주시 "인구수 역차별"

서울의 세 배에 달하는 면적을 지닌 제주. 섬 한가운데 자리한 한라산의 존재로 인해 누대로 제주는 남과 북, 동과 서로 생활권이 뚜렷하게 나뉘었다. 이로 인해 인구 70만명에 불과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산남·북, 또는 동·서 지역간 크고 작은 갈등이 늘 상존해 왔다. 이미 해묵은 과제인 산남·북 갈등은 물론, '제주 제2공항' 논란으로 발현된 동·서 간 갈등은 제주의 지리적 특성과 행정적 구조에 기인한다. [제주의소리]는 임인년 새해를 맞아 지역갈등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 편집자 주

한라산을 사이에 두고 나뉜 산남과 산북의 미묘한 갈등은 제주섬의 해묵은 과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이에 예산·정책 등의 배분에 있어 풀리지 않는 갈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제주도가 편성한 2022년도 본 예산의 경우 전체 6조3922억원 중 제주시 예산은 1조8549억원으로 전체 29.0%, 서귀포시 예산은 1조1208억원으로 17.5%였다. 이른바 '6대4' 비율로 정리돼 매년 이어져 온 예산 기조다.

2016년 전체 예산 4조2909억원 중 제주시에 투입된 예산은 1조1025억원으로 전체 25.7%, 서귀포시 예산은 7175억원으로 16.7% 수준이었다. 제주도 예산 규모는 꾸준히 늘어 2020년에는 5조9060억원이 됐고, 이중 제주시 예산은 28.6%인 1조8849억원, 서귀포시 예산은 18.4%인 1조907억원이다.

이 기간 중 제주도 전체 예산은 연평균 8.3% 늘었고, 제주시 예산은 연 14.3%, 서귀포시 예산은 연 11.0%가 올랐다. 각 행정시에 투입되는 예산의 비중이 보다 컸고, 제주시에 투입되는 예산이 서귀포시에 투입되는 예산보다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가팔랐다.

각 행정시별 인구 증가폭과는 별개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예산 배정은 꾸준히 '6대 4'의 비율이 적용돼 왔다. 

이를 두고 서귀포시민들의 경우 각종 정책이나 예산이 인구가 많은 제주시 지역에 집중되다보니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정책과 예산 배분에 있어 단순 인구 비율을 따지기보다 제주도 전체의 균형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치러진 두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서귀포시 출신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당선된 것도 산남지역의 억눌렸던 민심이 폭발했다는 해석도 나오기도 했다.

촛불혁명 직후 치러진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데 이어,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파란 물결에 휩싸였던 지난 지방선거. 그러한 국면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보수정당 출신의 도지사가 생환했던 것도 탄탄한 산남지역 지지 기반이 구축됐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산남의 상대적 박탈감은 오늘 현재도 명쾌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정질문 과정에서 서귀포시 지역구의 3선 도의원의 절규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제주도의회 김용범 의원(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은 제주의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언급하며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서귀포시 지역 현안에 대해 낱낱이 문제를 제기했다.

5년째 방치되다시피 한 옛 탐라대학교 부지 활용 문제부터 시작해 서귀포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설치 필요성, 서귀포시 헌혈의집 재개소를 위한 국비 확보의 필요성, 서귀포항 여객선 취항을 위한 노선확보 방안 등의 현안을 언급하며 산남지역의 교육, 복지, 교통 등 열악한 생활 인프라의 실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인구 수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제주 전체를 이끄는 두 축이다. 한 축이 흔들리면 제주 전체가 온전하게 발전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도정의 조직개편이나 예산의 배분에 있어서 단순히 인구비율이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엄격한 잣대로 재단하기보다는, 제주 전체 균형발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서귀포시 대다수의 지역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들어선다는 점이다.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 가속되면서 생산연령 인구가 꾸준히 감소함에 따른 현상이다. 인구소멸위험 '주의' 단계인 동지역에 비교하면 읍면지역은 이미 대부분이 인구소멸위험 진입 단계에 들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서귀포시 인구정책 방향 및 전략 연구'에 따르면 2020년 말 주민등록인구 기준 서귀포시 인구소멸위험지수는 0.53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제주 전체의 지방소멸위험지수도 0.774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0.80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서귀포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소멸위험지수란 해당 지역의 20세에서 39세 사이의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65세 이상 노인이 100명, 20~30대 여성이 100명이 살면 지수는 1이 된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1단계 1.5 이상 △2단계 1.0~1.5미만 △3단계 0.5~1.0미만 △4단계 0.2~0.5미만 △5단계 0.2미만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1단계 2단계의 경우 소멸 위험을 낮은 것으로 보고, 3단계부터는 주의단계로 분류한다.

이미 서귀포시의 경우 10개 마을이 위험군에 포함돼 있다. 단순 읍면지역뿐만 아니라 원도심 지역도 위험 지역에 포함됐다.

예산·정책 배분상의 문제로 불거진 산남북의 갈등은 한두해의 일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방의회에 회의록이 의무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한 때부터 지역간 갈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92년 11월 27일 제4대 제주도의회 산업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의 예산 배분 기준을 두고 벌어진 설전의 기록이 여실히 남아있다.

당시 서귀포시3(중문,대천,예래) 지역구의 변승호 의원은 "포괄사업비는 도로 확·포장이라든지, 덧씌우기라든지, 상하수도 시설이라든지, 이런 사업에 많이 비중을 두어가지고 예산이 투자되는데, 남제주·북제주군 내지는 제주시와 서귀포의 격차가 극히 차이가 있게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시 강정효 제주도 개발국장은 "개발사업과 관련된 것들은 부서가 다르다보니 불균형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집행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역적인 안배 문제를 고려해 계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지만, 변 의원은 "안배해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개발이라면 형평성에 맞게 골고루 개발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질책했다.

시혜성 '안배'가 아닌 형평에 맞는 '정책개발과 추진'을 주문한 것이다. 도시인프라가 채 갖춰지기 전인 30년 전에도 오늘날 부딪히고 있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반대로 제주시 지역이라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구수로만 따지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비율이 7대3인데 각 행정시의 예산 비율은 6대4를 유지하면서 제주시가 상대적인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 또한 시기별로 꾸준히 제기돼 온 주장이다. 지난 2019년 12월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제주시 및 서귀포시에 대한 2020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제주시 지역구의 송창권(외도·이호·도두), 홍명환(이도2동갑), 현길호(조천읍), 강성민(이도2동을) 등은 인구 비율과 예산비율 불균형 관련한 문제를 지적했다.

매번 '7대3이냐, 6대4냐'의 논리에서 부딪히고 있다보니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주시의 재원 비율이 낮다는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항변이었다. 2016년도 예산안 심사 중에도, 2017년 하반기 도정질문에서도 제주시의 역차별 예산배분 논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어떤 기준을 적용하든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 늦기전에 교과서 같은 원론적 논쟁의 반복을 극복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진단과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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