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보험사 해촉된 A씨 “미안해도 어쩔 수가”…주민들 “마이크 소음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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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노형동의 한 보험사 건물 앞. A씨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오전 11시쯤 모습을 드러내 혼자서 현수막을 달고 피켓을 곳곳에 붙인 뒤 1인 시위를 한 지도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여가 됐습니다. 

A씨는 마이크를 손에 잡고 스피커를 켜 억울한 사연을 토해냅니다. 보험사의 갑질로 억울하게 해촉당한 자신의 사연을 알리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호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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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차례 제주시 연북로 농협은행 인근 인도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A씨. 1인 시위 과정서 마이크 소음 문제로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A씨는 인근 건물에 입주한 모 보험회사로부터 약 1년전 부당하게 해촉됐다고 주장하며 장기간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러나 인근 지역주민들은 소음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오피스텔, 학원, 독서실, 가게 등 시위 장소와 가까이에서 영업하거나 거주하는 주민들은 A씨의 마이크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제주의소리]에 제보해오기도 했습니다. 

익명의 주민 B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음이 너무 스트레스다. 억울한 사연이 있어 시위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지르니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어 “처음에는 억울한 사연에 공감도 했지만 이렇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며 “소리라도 조금 낮춰서 하면 안 되겠나 싶다. 이런 식이라면 동네 사람들을 결국 적으로 만드는 것 아니겠나”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A씨도 그렇지만 대체 회사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와 A씨간의 문제로 왜 2~3차 피해를 우리가 겪어야 하는가”라고 되물으며 “주민들도 항의하고 경찰들도 출동해 상주하다시피 관리하는데 정작 주인공인 보험사는 무슨 배짱인지 나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지점장이라도 나와서 대화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1차적 요인이 보험회사에 있는 만큼 대응해야 한다”며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안일한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6일 취재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도 신고가 접수돼 112지구대 경찰관이 출동하기도 했으며 시위 장소 옆 건물에 사는 주민이 나와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경찰 관계자가 나서 중재한 끝에 분위기가 사그라들 때까지도 보험사 관계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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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부당해촉 문제로 4개월여간 1인 시위에 나서고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는 홍보물이 붙여졌고, 가로수에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제주의소리

A씨가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부당해촉 문제였습니다. A보험 법인 제주사업단 설계사로 근무하던 그는 2019년 자신의 고객이 같은 회사 동료로부터 ‘가로채기’를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오랫동안 관리해오며 가까운 사이가 된 고객이 휴대전화를 분실해 잠시 연락이 끊겼다 이어지는 그 사이 다른 동료가 기존 보험 상품을 해지하고 담당 설계사마저 바꿔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해당 고객과 통화해보니 고객은 그만둔 것 아니었냐며 회사 직원으로부터 ‘A씨는 그만뒀고 기존 보험이 나쁜 보험이니 다른 상품으로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사도 아닌 같은 회사 동료로부터 고객을 빼앗긴 그는 사업단장에게 사실을 알려 재발 방지를 촉구했지만, 돌아온 건 ‘그런 일은 없었다’는 통보였습니다. 

심지어 회사는 고객이 거짓말한 것이라며 되려 A씨에 대해 허위사실로 사내 분위기를 떨어뜨렸다고 해촉하기에 이릅니다. A씨는 몇 차례의 이의 신청을 접수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는 2019년 2월 고객 가로채기를 당한 뒤 같은 해 8월 해촉 통보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부당해촉을 사과하고 원직 복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러 차례 열었으나 반응은 없었고 이후 서울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 올라간 동안에는 ‘꿀잠’ 비정규직쉼터에서 잠을 청하며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1년여 간 매주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가 시위를 벌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제주사업단 앞에서도 시위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해촉된 이후 2년 넘게 보험회사를 상대로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A씨는 “회사가 소비자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10여 년 동안 몸 바쳐 일한 노동자를 단숨에 해촉시켜 버렸다”며 “회사는 동료가 반대해 해촉을 취소할 수 없다고 했고 지금까지 공들였던 고객들도 단숨에 가져가버렸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시끄럽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다. 고객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악덕 회사가 아무렇지 않게 영업한다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죄송하지만 양해해주셨으면 한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음을 비롯한 문제와 관련해 해당 보험사 본사 관계자는 “전화상으로 말씀드리기엔 누군지도(취재기자) 모르는 상태에서 어색하다. 공식적인 문서를 제주사업단을 통해 접수하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이 건과 관련된 보험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공식 답변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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