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99) faith 믿음

faith [feiθ] n. 믿음, 신앙
기냥 믿어사 헌다
(그냥 믿어야 한다)

faith의 어원(語原)인 fi(d)-는 ‘믿음’이다. 이 fi(d)-라는 어근(語根)에서 나온 낱말로는 confident ‘확신하는’, diffident ‘자신 없는’, defiant ‘도전적인’ 등이 있다. 사실, 믿음이란 밥(steamed rice)과 같은 것이다. 밥을 먹고 살 듯이, 믿음을 먹고 살아간다는 말이다. 밥이 몸에 필요한(necessary) 양식이라면, 믿음은 마음에 필요한 양식인 셈이다. 믿음이라는 양분(nourishment)이 결핍된 사람들은 종종 믿음을 사려 한다. 돈을 주고 사려 하고, 때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하려 한다(try every possible means available). 하지만 믿음은 사는 게 아니다.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범죄의 이면에는(behind the crime) 믿음의 결핍(lack of faith)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 최인호(1945~2013)는 그의 자전적 소설(autobiographical novel)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에서 자녀들에 대한 어머니의 믿음을 회고한다(look back on). 생계로(for a living) 하숙을 치며(running a boarding house) 3남 3녀를 대학까지 보내며 키워 낸 어머니의 자녀 교육 비결(the secret of education)이 맹목적일 정도의 믿음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형도, 동생도, 누이도 마찬가지(ditto)였다. 어머니께서는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성적표(report card)를 보자고 하신 적이 없었다. 우리 형제들 모두가 공부를 썩 잘하였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나 책상 속에 들어 있는 어머니의 도장을 우리가 마음대로 성적표에 찍을 수가 있었다(stamp a seal freely).” 

또한 어머니는 자녀들이 몸이 아프다고 하면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고, 철없는(immature) 자녀들은 결석계(report of absence)를 직접 써서 어머니의 도장을 마음대로 찍어 담임 선생님(class teacher)에게 제출하곤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들어간 최인호의 형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수학(mathematics) 과목에서 20점을 맞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어머니는 교무실(teacher’s room)에 불려 다녀와서도 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쉬엄쉬엄 하거라(Take it easy). 너무 애쓰지는 말아라(Please don't put yourself out too much on the job).” 최인호가 대학 1학년 때 유급(being held back)을 했을 때도 “글쎄, 저 애가 대학 1학년 때 낙제(flunk)를 했다우. 그래서 1학년을 두 번씩이나 다니고 있다우. 내 참, 호호호.” 이렇게 호탕하게 웃으면서(laugh heartily)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하숙으로 자녀들의 등록금(tuition)을 다시 마련해야 했던 어머니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 갔겠는가(torn by anxiety).

사진=pixabay.
새해에는 가까운 사이에서부터 잠시 잃어버렸던 믿음을 회복해보도록 하자. 기왕 믿음을 준다면 조건을 달지 말자. 그냥 믿자. 그래야 믿음이다. 사진=pixabay.

최인호는 당신 자녀들의 대학 입시(college entrance examination)를 앞둔 부모가 되어서야,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어머니의 비범한(extraordinary) 교육 철학(educational philosophy)이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blind faith)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신식 교육을 받지 못하셨으므로(didn’t received a modern education) 유식하다거나, 교육 방법이 투철한 그러한 신식 어머니는 아니셨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당신의 자식들은 하나의 신앙(religious faith)이셨다. 어머니는 우리를 그냥 맹목적으로 믿으셨다.” 최인호는 자신의 두 아이에 대한 믿음은 어머니의 믿음을 당해 내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자식들에 대해 아내와 나의 불신(distrust)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growing children)에게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것은 어쩌면 부모로서의 가장 큰 소명(supreme calling)일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as it is)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과 같은 불신의 시대에는(In this era of distrust), 아이들에게 믿음이라는 양분을 주기는커녕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는(don’t trust people indiscreetly) 경계의 주문(warning spell)만을 귀가 따갑게 하는 경우가 많다. 믿음을 받고 자라야만 훗날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망각(oblivion)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불신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그 불신이 믿음을 대신할 순 없지 않은가(distrust can't replace faith). 새해에는 가까운 사이(close relationship)에서부터 잠시 잃어버렸던 믿음을 회복(recovery)해보도록 하자. 기왕 믿음을 준다면 조건(condition)을 달지 말자. 그냥 믿자. 그래야 믿음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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