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조미경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귀가 없다’(한그루)가 최근 발간됐다.

작가는 ▲귀가 없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동거 ▲한글 공부 ▲똥돼지 ▲그녀, 허궁 등 모두 여섯 편의 짧은 소설을 묶었다.

출판사는 소설집에 대해 “불완전한 유년과 내면을 조명”한다고 소개했다.

한그루 출판사는 책 소개에서 “소설집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불완전한 내면을 조명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불우한 가정사, 유년의 상처, 불안한 현재 등 저마다의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간다.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상과 동떨어져있기보다는 오히려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결핍된 유년기를 소설 여섯 편으로 담은 소설집 '귀가 없다'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벽과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어디에선가 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을 여러 이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다. 약한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데 집중한 조미경의 첫 소설이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앞에 섰다. 눈을 감았다. 촤르르르, 착. 촤르르 착. 파도는 쉬지 않고 바위에 부딪쳤다. 부서진 파도는 돌 속을 돌아 어디론가 빠져나갔다. 다시 몰려온 파도는 바위에 부딪쳐 소리를 냈다. 촤르르르 착. 한참 후에야 그것이 바다의 말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냥 저절로. 바다의 말은 푸르렀다. 하지만 난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따라 할 수도 없었다. 이국의 언어처럼 아득하게 들렸다가 사라졌다. 귀가 있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다. 나는 한참 동안 바다가 내는 의미 모를 말을 들었다. 이명처럼 들리는 소리.

- ‘귀가 없다’ 34쪽에서

세계를 하나로 통일시킨 프로그램의 이름은 에덴이었다. 뱀의 유혹에 넘어가기 전의 에덴. 지구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정신에서 출발한 에덴은 세계의 구조를 인간 위주로 재편성했다. 에덴은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윤택과 편리를 바탕으로 한 안전과 청결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수시로 공중에 뜨는 홀로그램 화면을 통해 에덴동산을 구체화했다. 깨끗한 거리에서 정갈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 치 오차 없는 질서를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 곳은 선악과가 자라거나 뱀이 출몰하는 곳은 아니었다. 

- ‘귀가 없다’ 163쪽에서

저자는 제주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제주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08쪽, 한그루, 1만2000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