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학생들의 실제적 인권보장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 김채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 연재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제주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조례들 중 학생들의 청원으로 통과되고 제정된 전국 최초의 조례이다.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TF팀이 직접 학생들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수집, 토크콘서트도 개최하고 서명도 받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제주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고 시행될 수 있었다. 제주학생인권조례가 2021년 1월 8일에 공포된 이후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학생인권조례로 학생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되었는지 사립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지난 2020년 9월15일 오전, 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가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조례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020년 9월15일 오전, 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가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조례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립학교에서의 변화 과정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2020년 글쓴이가 2학년일 때, 교칙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학생들이 교칙에 대해 생각하는 점을 설문을 통해 받았고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합하여 개선해 나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여기선 한계가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교칙에 대해 생각하는 점을 설문으로 돌리기 전 무엇이 불편하며, 그것이 왜 바뀌어야만 하는지에 관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많이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교사들이 지켜본 학생들의 태도, 교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작된 교칙 개선은 아주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비 오는 날 슬리퍼 착용 허용, 등교 시 체육복 착용 허용, 하복·동복 혼용 착용 허용 등이 현재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선된 교칙이다. 인권조례가 학교에 들어오기 전 작은 움직임이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학생들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을 뿐 진정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있기에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교사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일정 기간이 흐른 후 학교 교칙에 얼마나 많은 인권침해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져 찾아보았다. 

교권보호에 관련된 교칙은 존재했으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교칙은 없었다. 학생은 교사에게 수업 중 혹은 그 외에서 신체적 폭행·욕설, 협박을 가하면 교육적 조치를 받지만, 교사는 학생에게 이러한 행위를 했을 경우 교육적 조치 혹은 다른 처벌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 교칙은 찾을 수 없었다.

이성 교제와 관련된 규정에서는 ‘남녀학생 단 둘의 만남은 항상 개방된 장소를 이용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교제와 관련된 규정이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남녀학생’, ‘항상 개방된 장소 이용’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은 나로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들게 했다.

양말의 색과 스타킹의 종류, 가방의 크기, 피어싱 및 액세서리를 금지하는 규정 역시 학생인권조례에 어긋나는 교칙이며 이는 학생회가 진행하는 ‘자치 조회’에서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받았지만, 학생회장인 내가 할 수 있던 답변은 ‘학생 담당 부장님께 질문 후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무책임한 내용뿐이었다. 학생자치회였지만 ‘자치’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 아직 후회로 남는다.

입학할 당시에는 바지 착용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 교사에게 허락을 받은 후 착용 가능하다는 규정을 보았었고, 당시 그 글을 접했을 때는 많이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규정들이 점점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만 아직 완벽한 학생인권조례의 도입은 멀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인권조레에 관한 상세한 설명 혹은 검색을 권유하는 교사는 없었고, 결국 이름뿐인 조례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까지는 학생들이 불편하고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그저 ‘사립’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조례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제정했으니 되지 않았는가 무엇을 또 바라는 것인가?”라고 학생들에게 되묻는 꼴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바라는 학생인권조례는 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제 우리 생활 속에 적용되어야 하며, 조례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교사들이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조례의 필요성을 알리고 현 조례에 있는 내용 중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의견을 묻고 반영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따라 학생들에게 자료만 배부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조례에 위배되는 교칙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권기관에 관한 조례의 부분 수정을 요구한다. 학생은 보호받아야 하며 학생들의 인권을 위한 조례가 반하여 학생을 옥죄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김채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청소년인권활동가(고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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