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제주, 꿈틀대다] (2) 푸른컵과 지구별가게, 비즈니스로 문제해결 나서다

‘환경(Environment)’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관광지 주변이나 거리에 버려져 나뒹구는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컵은 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는 관광도시 제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편리와 효율을 위해 일상화된 일회용품은 청정제주의 수용력을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친환경 중요성에 공감한 시민들의 직접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통한 작은 실천과 연결로 해법을 찾고 있는 곳곳의 노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예비사회적기업 제주푸른컵은 다회용 컵 대여서비스를 작년 시작했다. 현재 카페 30곳에서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다. ⓒ제주의소리
예비사회적기업 제주푸른컵은 다회용 컵 대여서비스를 작년 시작했다. 현재 카페 30곳에서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다. ⓒ제주의소리

제주 곳곳에 버려지는 일회용컵, 바다로 흘러가는 미세 플라스틱, 바다 앞에 가득한 해양쓰레기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 PEACE)에서 일하다 제주로 이주한 한정희 씨는 눈에 들어온 충격적인 광경에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관광객이 제주에 왔을 때 쓸 수 있는 텀블러를 대여 서비스를 떠올렸다.

예비사회적기업 제주푸른컵이 ‘일회용 쓰레기 없는 깨끗한 여행’을 꿈꾸며 2021년 제주에서 다회용 컵 대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생소한 도전이었지만 금세 반응이 왔다. 제주국제공항 내 사회적경제 상설매장에서의 시범서비스, 렌터카 업체와의 협업을 거쳐 대여반납 거점 역할을 할 카페가 30곳까지 늘어나면서 이용자는 900명에 이르렀다. 재사용 의사를 물어보는 질문에 98%가 긍정적으로 답한 것은 큰 힘이 됐다. 특히 재사용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주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어서’라는 답이 많았다.

제주푸른컵은 작년 2500개 이상의 일회용컵을 줄이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행사에서 일회용컵 자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제주푸른컵을 찾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한정희 제주푸른컵 대표는 “재활용에는 많은 에너지와 공정이 들어가는 만큼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재사용하는 게 우선”이라며 “제주의 관문인 공항에서 지속적으로 대여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더 큰 일회용품 절감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개인들에게 ‘에코백 들고 다녀라, 비닐봉지 쓰지마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개인들의 인식은 코로나19 이후 많이 변화했다”며 “쓰레기 처리 비용은 마련돼 있지만 정작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점, 기업의 물건 생산·판매 과대포장이 심한 점 등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상설매장에서의 시범서비스, 렌터카 업체와의 협업을 거쳐 대여반납 거점 역할을 할 카페가 30곳까지 늘어나면서 이용자는 900명에 이르렀다.  ⓒ제주의소리
사회적경제 상설매장에서의 시범서비스, 렌터카 업체와의 협업을 거쳐 대여반납 거점 역할을 할 카페가 30곳까지 늘어나면서 이용자는 900명에 이르렀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지구별가게는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다회용품과 플라스틱 대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매장이자 생활실험실(리빙랩, living lab)이다. ‘무해하게 만들어 오랫동안 사용하도록 고민한’ 자체 브랜드 소락과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에서 윤리적인 공정을 거친 제품들이 모여있다.

지구별가게를 만든 곳은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2016년 저소득층 학생의 ‘깔창 생리대’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당시 지역 생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순 없다’며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였고 생리대를 기부 운동과 함께 면생리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회용 생리대에 ‘비닐봉투 4장 분량의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돼있다’는 데 충격을 받고 대안으로 시작한 일이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물티슈였다. 늘 촉촉하지만 썩지 않는 물티슈가 올레길 덤불 곳곳에 걸려있었고, 이 안에도 플라스틱 성분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민의 폭은 점점 넓어졌다. 지구에도 해가 없고 재사용이 가능한 다양한 생리용품을 널리 알려주고 싶었고, 여성의 월경과 건강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또 대체 불가능한 것처럼만 여겨졌던 일회용품이 어떤 다회용품으로 대체 가능한지, 또 어떤 생활방식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 마음으로 2019년 시작한 제로웨이스트 매장 지구별가게는 이제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공간으로 떠올랐다.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마음만 있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매출도 껑충 뛰었고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지구별가게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다회용품과 플라스틱 대체 제품들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지구별가게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다회용품과 플라스틱 대체 제품들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특히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하거나 제주에서 친환경적인 실험이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이 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이 됐고 각종 캠페인, 프로그램, 교육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경미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이사장은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찾아온다. 고민이 있으면 같이 모였고 시너지가 생겼다”며 “앱 개발이 절실했던 환경 스타트업 대표와 제주살이를 하며 매일 아침 바닷가 쓰레기를 줍던 개발자 간 협업이 성사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개별 주체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발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것은 제도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무상 면생리대 지원정책, 제주도 내에서 완전한 자원순환, 분리주거 정책의 변화 등 결국 중요한 것은 행정과 제도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가 대표적 예”라고 말했다.

이경미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대표가 지구별가게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함께하는그날은 2016년 저소득층 학생들이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이 생리대가 없어서 힘들지 않았으면, 아이들이 몸에 무해한 생리대를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면생리대를 만들고 나누는 모임으로 시작해 여성·환경·건강을 주제로 한 교육프로그램 운영, 환경을 지키는 다회용품 판매 등으로 활동을 넓혀왔다. ⓒ제주의소리
이경미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대표가 지구별가게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함께하는그날은 2016년 저소득층 학생들이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이 생리대가 없어서 힘들지 않았으면, 아이들이 몸에 무해한 생리대를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면생리대를 만들고 나누는 모임으로 시작해 여성·환경·건강을 주제로 한 교육프로그램 운영, 환경을 지키는 다회용품 판매 등으로 활동을 넓혀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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