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제주, 꿈틀대다] (3) 자발적 움직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 관건 

‘환경(Environment)’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관광지 주변이나 거리에 버려져 나뒹구는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컵은 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는 관광도시 제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편리와 효율을 위해 일상화된 일회용품은 청정제주의 수용력을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친환경 중요성에 공감한 시민들의 직접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통해 작은 실천과 연결로 해법을 찾고 있는 곳곳의 노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작한 '일회용 플라스틱 안 줄 지도'. 제주 곳곳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작한 '일회용 플라스틱 안 줄 지도'. 제주 곳곳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움직임은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다. 

연간 관광객 1000만명을 상징하는 '메가 투어리즘(mega tourism)' 도시 제주의 친환경 관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변화다. 

친환경 허브를 주원료로 세제, 화장품, 비누를 생산하는 꽃마리협동조합은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제주시 아라동에서 리필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은 직접 용기를 가져와 대용량 벌크 탱크에서 내용물을 받아가야 한다. 

제주시 도평동에 위치한 어린이책방 북스페이스곰곰은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환경도서를 선별해 큐레이션 하고, 플리마켓 도토리마켓에서는 다회용품과 중고서적을 판매한다. 

작년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캠퍼스 만들기에 돌입한 제주대학교는 학내에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했고 제로웨이스트 매장도 추진중이다. 사회적기업여행사 제주생태관광의 플로깅 트립 등 자연을 지키는 공정여행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행정당국도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제주도는 작년 11월 30일 본청과 출자출연 기관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컵 전환, 우산용 비닐 대신 빗물제거기 사용, 청사 출입 시 일회용 음료 용기 반입금지, 경조사 시 종이컵 제공 금지 등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도내 쓰레기매립장 내 재활용선별장에서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광경은 카페와 편의점 상호가 새겨진 일회용 커피 용기와 빨대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작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201만여명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코로나 국면에서도 ‘메가 투어리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관광산업이 환경오염의 직접 원인이 될 경우엔 '과잉 관광'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과잉 관광은 지역사회로부터 심각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결국은 관광객으로부터도 외면받게 된다. 

이 때문에 좀 더 강력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시 동부매립장 옆에 위치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 도내 클린하우스에서 수거한 재활용품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동부매립장 옆에 위치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 도내 클린하우스에서 수거한 재활용품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미 정부가 2020년 말 ‘탈플라스틱 사회’ 로드맵을 내놓고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병의 생산 목표를 높이는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향상시키는 등의 정책을 도입한 상황에서 제주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재활용 이전에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며 “감축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도 중요하지만 사용을 제한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일회용품 제한 등 환경 관련 조치들은 환경부에서 할 수 있지만 제주가 섬 지역이고 과잉관광으로 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특별하고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 방향성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청신호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20년 도민 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식음료 1회용 용기이용 제한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91.8%가 1회용 용기 제한 정책에 찬성 답변을 내놓았다. 

김 국장은 “일회용품 제한에 대한 권한을 제주로 이관해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좀 더 강력한 규제 조치를 제주도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제주특별법 8단계 제도 개선에 과제로 삼으면 변화에 앞장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더 이상 매립장과 소각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늘리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런 일”이라며 “제주도내 삼다수 제품만이라도 페트병 대신 유리병을 사용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