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식 제주청렴교육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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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라산의 설경에는 형언하기 힘든 순백의 아름다움이 쌓여 있다. 사진=류제식. ⓒ제주의소리

예견되었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한라산 입장권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버젓이 매물로 거래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앞을 다투고 있다. 심지어 어떤 등반객은 입장권 구매가격으로 백만원을 제시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지난 해 2월부터 자연생태계 보호와 주차난 해소를 명분 삼아 한라산 탐방 예약제 운영을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따라서 한라산 정상 백록담까지 등반하려면 사전에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예약사이트에서 무료 입장권을 예약해야 한다. 현재 하루 한라산 정상 탐방 가능 인원은 성판악 코스 1000명, 관음사코스 500명으로 총 1500명에 불과하다. 이 숫자에는 관광객과 도민 모두를 포함하고 있어서 제주도민들은 극단적으로는 전 국민 5천만명대 제주도민 70만명, 즉 산술적으로 전 국민 대비 1.4% 비율로 예약에 성공해야만 정상 등반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즉, 하루 1500명 중에서 21명의 제주도민만이 백록담 등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성판악 코스 내에 소재한 사라오름에만 가는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서 한라산탐방예약시스템이 정작 한라산의 주인인 제주도민들에게 심각한 역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만설의 한라산. 녹담만설의 겨울 한라산이 신비롭다.  사진=류제식. ⓒ제주의소리

한라산의 겨울풍경은 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경을 자랑한다. 어떤 이는 방송에서 유럽의 알프스와 비교해서도 결코 손색이 없다고 말할 정도이다. 따라서 많은 국민들이 적설기 겨울 한라산 등반을 희망하여 제주로 몰려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한라산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제주도민이 주인이고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이다, 그런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한라산의 주인이 마치 자신들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 1500명이라는 탐방 인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 제시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등반 인원을 통제하고 있으며, 단순히 QR 코드만 찍으면 입장이 가능한 방식으로 예약시스템을 만들어 놔서 누구라도 QR 복사본만 있으면 신분 확인 절차 없이 입산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한라산 입장권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버젓이 거래되게 만들어 놓은 그 책임의 당사자는 바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은 어느 누구하나 개선책을 만들어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한라산 탐방 허가 QR코드가 거래 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만 있을 뿐이다.

필자는 몇 년 전 여름에 한라산과 마찬가지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일본 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후지산을 등반한 적이 있었다. 일본 후지산은 별도의 탐방객 제한 숫자가 있지 않았다. 그리고 등반 높이에 따라서 곳곳마다 숙박시설과 화장실 등이 산재해 있었으며, 심지어 해발 3776미터 후지산 정상에 매점까지 있어서 간단한 음료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와 달리 기존에 진달래밭대피소와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잘 운영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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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매점까지 폐쇄해버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와는 정반대였던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한라산은 우리 모두가 지키고 보호해야할 환경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세계자연유산이다. 그러나 이를 효과적이고 도민 친화적으로 더 나아가서는 국민 친화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우리의 지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더욱 더 뼈 아프게 다가올 따름이다. / 류재식 제주청렴교육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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