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후보자들 "이승택 이사장 보은인사? 불공정 인사 강행 멈추라" 입장 발표

제주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장 평가에서 꼴찌를 하는 등 연일 바람 잘 날 없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이번엔 무분별한 승진 인사를 두고 임기말 이승택 이사장을 향한 조직 내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임기 말 허겁지겁 단행하는 승진 인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승택 이사장의 불공정 승진 인사 강행을 멈추라"고 성토에 나선 것은 다름아닌 다수의 승진 예상 당사자들이어서 주목된다. 

스스로를 '제주문화예술재단 공정한 승진 인사를 바라는 승진 후보자 7인'으로 소개한 제주문예재단 내 승진 예정 당사자들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무계획적이고 불공정한 승진인사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달 중 실시될 예정인 재단 승진 심사를 '불공정 인사'로 규정하고, 제주도 감사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제보를 했다. 인사 부서에 우려되는 불합리한 문제점을 의견 개진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에 발표된 승진 예정 인원은 총 9명으로, 재단 정원 47명의 19%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이렇게 대대적인 승진 인사를 단행함에도 불구하고 절차상 너무나도 많은, 심각한 오류가 존재하고 있다"며 "인사부서에 답변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규정과 내규에 근거해 시행할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사장 임기 말기 특정 직원들을 위한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라며 "원칙과 기준이 바로 서고 상식이 통하는 승진 심사로 직원들의 공감 속에서 승진자는 떳떳하게 축하받고, 직원들은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공명정대한 인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기한 인사상 문제는 △승진소요 최저연수 기준과 인사평가 평정기간 불일치에 따른 불합리 △육아휴직 당해년도 최하위 평가등급 반영 △국민권익위 '승진심사 절차 및 심사 기준 사전 공개 의무화' 권고 무시 △승진자 외 직원 연봉 자연승급분 인상 불투명 등이다.

문예재단 인사부서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승진소요 최저연수 기준은 2021년 12월 31일이지만, 인사평가 평정점 반영기간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다. 즉,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수 산정 기준일과 인사평가 점수 반영기간 기준일이 다르다. 

이 경우 승진 후보자 서열이 바뀔 수 있다.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승진소요 최저연수 기준과 인사평가 평정기간을 불일치한 상태로 심사를 시행한다는 것은 공정에 반한다는 것이 승진 후보자들의 주장이다.

육아휴직자에 대해 최하위 평가등급을 반영한 것도 문제삼았다. 문예재단은 육아휴직 후 복직 시 평가등급을 D~S등급 중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적용해 연봉을 책정하는데, 이는 정부의 정책과 거꾸로 가는 인사상 불이익이라는 것이다. 실제 인사평가 평정기간 중 휴직했던 직원이 이번 승진 후보자에 포함됐으나, 휴직했던 해의 인사평가 결과를 D등급으로 적용받아 서열 명부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승진 심사 시행이 공지된 이후에 승진 심사 기준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인사부서는 '인사위원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승진 후보자들은 "소관부서도 모르고, 후보자도 본인이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 받는지 모르는 '깜깜이' 승진 인사가 강행된다면 다시 한 번 공공기관으로서 재단의 대외신뢰도는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성토했다.

출자‧출연기관은 행정안전부에서 배포하는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매년 인상 가능한 인건비 재원이 한정돼 있는데, 조직 정원의 19%에 달하는 승진 인사가 전 직원에게 불이익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인건비 인상 재원이 한정돼 있다보니 승진자 외 직원 연봉 인상률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승진 후보자들은 "무계획적이고 무원칙한 승진 인사를 시행하면서도 생색은 이승택 이사장의 몫이 될 것이고, 그 피해는 직원들의 몫이 될 것이 뻔하다"며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하고 철저히 준비해 원칙과 기준이 바로 서고 상식이 통하는 승진 심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승택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5월 만료되는 가운데, 재단은 임기내내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7년 기존 직제를 사무처에서 본부로 개편하면서 제주도 공무원 파견을 중단했던 재단이 스스로 파견을 재요청하면서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가 2020년 기준 실시한 13개 출자·출연기관 평가에서 제주문예재단은 △기관경영평가 라 등급(일부 미흡·75점 이상) △기관장 평가 다 등급(보통·80점 이상)을 받았다. 기관경영평가는 단독 최하위, 기관장 평가는 서귀포의료원과 함께 최저 점수를 받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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