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원정수 확대, 비례대표 확대 이어 교육의원 폐지 법안까지 발의
국회만 쳐다보는 선거구획정위원회…속 타는 예비후보, 유권자 혼란 가중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섰지만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이 미뤄지면서 출마 예정자는 물론 유권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도의원 정수 확대(43명→46명)뿐 아니라, 교육의원 제도 폐지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경우의 수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만 바라보며 개점휴업 상태다. 관련 법 개정안 처리결과에 따라 선거구획정 논의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언제 재가동될지 기약이 없어 분구 또는 통폐합 대상 선거구 출마 예정자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 제주도의원 선거와 직결된 법안만 3개…여·야 이해관계 복잡, 병합심사 결과 ‘촉각’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제주도의원 선거와 직결된 법안은 3개.

지난해 11월 송재호 의원(제주시갑,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여기에 최근 교육의원 폐지를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대표발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식)까지 제출됐다.

송재호 의원안은 선거구획정위가 권고한 의원정수 확대(43명→46명)를 반영한 것이다. 교육의원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역구 2명, 비례대표 1명을 늘리는 내용이다.

이은주 의원안은 43명 정수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게 골자다. 현행 의원정수(교육의원 제외)의 20%로 된 비례대표 비율을 30%로 늘리는 방안이다.

이해식 의원안은 교육의원(5명) 제도 폐지가 핵심이다. 의원정수 현행 43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의원은 31명에서 34명으로, 비례대표는 7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안이다.

이들 법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병합 심사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정개특위는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과 의원 증원에 따른 재정부담, 도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쉽게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개특위가 어떤 결론을 내든 6.1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국회 처리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의원정수 확대냐? 교육의원 폐지냐? 둘 중 하나만 처리돼도 분구 문제 한방 해결

최근 교육의원 폐지 법안까지 제출되면서 경우의 수는 한층 복잡해졌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잠정 결정한 ‘2021년 9월 30일’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아라동은 3만8535명 △애월읍 3만7551명 △한경·추자면 1만841명 △정방·중앙·천지동 8935명이다.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최대·최소 인구 비중 3대1 기준을 적용하면 아라동과 애월읍 선거구는 2개로 나눠야 하고, 한경·추자면과 정방·중앙·천지동 선거구는 통·폐합 대상이다.

국회에 제출된 3개 법안 중 송재호 의원안만 처리돼도 선거구획정의 최대 걸림돌인 아라동, 애월읍 분구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인구수가 기준에 못 미치는 한경·추자면과 정방·중앙·천지동은 인구 유입 또는 선거구역 조정을 통한 인구수 기준을 충족해야 단일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지방선거 때마다 되풀이되어온 교육의원 존폐 논란은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어서 언제든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도민 여론도 부담이다.

 교육의원 폐지를 골자로 한 이해식 의원안이 통과돼도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제주특별법상 교육의원은 제주도의회 의원정수에 포함되지만 비례대표 정수 산정시에는 제외된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도 분구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폐지되는 교육의원 정수 5명을 지역구(3명)와 비례대표(2명)에 배분할 수 있어, 분구 문제가 단번에 사라진다.

이 경우 당장 분구해야 하는 아라동과 애월읍 외에도 최근 인구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오라동을 갑·을 선거구로 나눠 미리 대비할 수도 있다.

대신 도민사회에서 충분히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교육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후보들의 거센 반발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비례대표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늘리는 이은주 의원안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미 제주도의회는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비례대표 비율이 타 지역 광역·기초의회(10%)보다 2배나 높다.

비례대표를 늘리는데 대해서는 도민 여론도 싸늘하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해 7월 19세 이상 도민 72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오히려 비례대표 비율을 ‘10%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49.0%로 가장 많았다. ‘현행 20% 유지’는 38.2%였고,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12.8%에 그쳤다.

13일 국회를 방문해 김태년 정개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만나 제주도의원 선거 획정 문제와 직결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고 있는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의소리
13일 국회를 방문해 김태년 정개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사진 왼쪽)을 만나 제주도의원 선거 획정 문제와 직결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고 있는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사진 오른쪽 줄, 오른쪽 두번째) ⓒ제주의소리

# 특별법 개정 무산 땐 ‘플랜B’, 통폐합 대상 선거구 주민·예비후보 반발 등 후폭풍 예상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일단 국회에서 관련 법 처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국회에서의 법률 개정이 최대 상수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법률 개정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 B’는 마련되어 있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인구 상한선을 벗어난 선거구는 쪼개고, 하한선에 미달한 선거구는 통폐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통폐합 대상 선거구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후보들과 해당지역 유권자들의 반발, 무엇보다 소멸 위기에 처한 읍·면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 실종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국회에서의 개정 법률안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도 큰 부담이다.

여·야간 정치적 계산이 맞물려 있는 만큼 법안 처리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다. 4년 전에도 선거를 3개월 앞두고 가까스로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이미 선거구획정안 제출 법정 기한은 넘긴 상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안은 선거일 전 6개월까지 시·도지사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법정 기한을 넘기더라도 추후 정해지는 획정안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주특별법 처리 여부를 관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법정 기한과 관계없이 국회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안 처리결과에 따라 선거구 분구·합구 등의 내용을 담은 획정안을 도지사에게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획정위가 최종안을 도지사에게 제출하면 ‘제주도의회의원 지역선거구 및 교육의원선거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한편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13일 국회를 방문, 김태년 정개특위 위원장을 만나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개정 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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