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쓰레기의 반격, 위기의 제주] ⑥해양쓰레기 2021년 2만2889톤 수거 '역대 최다'

인간이 입고, 자고, 먹는 모든 순간 쓰레기가 발생한다.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쓰레기는 완전히 없앨 수 없다. 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법밖에 없다. 제주는 섬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주 인구와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제주섬은 최근 10년 사이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했다. 기존 매립장은 포화돼 압축 쓰레기가 쌓이고 노후화 된 소각장은 줄줄이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해마다 처리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발생 대비 처리량을 줄이기 위한 재활용 비율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고 해양쓰레기와 하수슬러지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됐다. 소위 '쓰레기의 반격'이다. [제주의소리]는 2022년 신년특집으로 제주의 쓰레기 발생과 처리 현주소를 순차적으로 톺아본다. / 편집자 주 

13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에 집채만 한 파도가 쉴새 없이 몰아쳤다. 빨간 등대를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제주 겨울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로 옆 해안가에는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밀려온 쓰레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어업용 부표와 밧줄, 라면 봉지, 페트병, 스티로폼, 일회용가스, 장갑 등 종류도 다양했다.

그 주변에 중국 어선에서 버리거나 본국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산 쓰레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자봉지에 페트병도 모자라 중국어가 쓰여진 안전모까지 떠밀려 왔다.

이곳 고내포구에서 직선거리로 800m 가량 떨어진 공터에는 건물 2층 높이로 쓰레기 산이 만들어 졌다. 애월읍 관내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모아 둔 중간 집하장의 모습이다.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서자, 각종 해양쓰레기가 포대와 함께 산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안쪽으로 더 진입하자, 성인 키 두 배 높이로 켜켜이 쌓인 스티로폼 더미가 시야에 들어왔다.

셀 수도 없이 쌓인 포대 안에는 플라스틱과 고무, 나무, 밧줄 등 해안가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들어차 있었다. 그 옆으로 부표와 밧줄, 통발, 그물, 나무 등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었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포구 인근에 밀려든 해양쓰레기. 청정제주 바다지킴이가 정기적으로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파도가 치면 또다시 밀려와 해마다 쓰레기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13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포구 인근에 밀려든 해양쓰레기. 청정제주 바다지킴이가 정기적으로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파도가 치면 또다시 밀려와 해마다 쓰레기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 밀려든 해양쓰레기. 쓰레기 사이에 중국어선 버리거나 떠밀려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산 쓰레기가 눈에 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 밀려든 해양쓰레기. 쓰레기 사이에 중국어선 버리거나 떠밀려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산 쓰레기가 눈에 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 밀려든 해양쓰레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부표와 어구 등 각종 폐기물이 뒤섞여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 밀려든 해양쓰레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부표와 어구 등 각종 폐기물이 뒤섞여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 해안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괭생이모자반도 폐기물 사이에 모습을 보였다. 파래 등 각종 해양식물도 뒤섞이면서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특유의 악취를 풍겼다.

해양쓰레기는 염분을 품고 있어 생활쓰레기와 비교해 재활용이 어렵다.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소각하거나 매립을 해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해양쓰레기는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도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 전량 위탁처리하고 있다. 위탁업체는 해양쓰레기를 재분류해 재활용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반출해 처리하는 실정이다.

애월읍 관계자는 "최근 2~3개월간 모아둔 해양쓰레기가 이정도다. 여름과 비교해 겨울철 발생량이 더 많다"며 "수거량은 전부 민간업체를 통해 반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양쓰레기는 각 읍면동마다 공공근로 인력인 ‘청정제주 바다지킴이’를 통해 수거하고 있다. 이를 쌓아두고 있는 중간 집하장만 제주시 8곳, 서귀포시 6곳 등 14곳에 이른다.

각 읍면동마다 인력과 예산을 늘리며 수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처리난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쓰레기 수거와 처리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도 연간 100억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에 위치한 해양쓰레기 중간집하장의 모습. 건물 2층 높이의 폐기물이 포대에 담겨 켜켜이 쌓여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에 위치한 해양쓰레기 중간집하장의 모습. 건물 2층 높이의 폐기물이 포대에 담겨 켜켜이 쌓여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에 위치한 해양쓰레기 중간집하장의 모습. 성인 키 두 배 높이로 스티로폼이 쌓여 있다. 이는 모두 해안가에서 수거한 폐기물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에 위치한 해양쓰레기 중간집하장의 모습. 성인 키 두 배 높이로 스티로폼이 쌓여 있다. 이는 모두 해안가에서 수거한 폐기물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해양쓰레기 집하장에 쌓여 있는 해양쓰레기 사이에 괭생이모자반 등이 뒤엉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해양쓰레기 집하장에 쌓여 있는 해양쓰레기 사이에 괭생이모자반 등이 뒤엉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쓰레기 수거를 위해 투입한 바다지킴이도 2018년 113명에서 지난해에는 173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제주시 135명, 서귀포시 96명 등 역대 가장 많은 231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인원이 늘면서 해양쓰레기 수거량도 2015년 처음 연간 1만톤을 넘어섰다. 이어 2020년에는 1만6072톤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첫 2만톤을 넘어서며 2만2889톤까지 폭증했다.

제주도는 해양쓰레기의 절반 이상은 육상에서 발생해 하천 등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어업활동이나 다른 지역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양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상에 기인한 유입 쓰레기량을 우선 줄여야 한다. 수거된 폐기물을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전용 시설도 마련돼야 한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해양쓰레기와 하수슬러지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신규 폐기물 소각장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입지 후보지 공개 모집 절차를 추진 중이다.

소각시설 입지로 선정된 마을에는 260억원의 주민 편익시설을 설치하는 당근책도 꺼내 들었다. 매해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10%를 기금으로 조성해 추가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하루 380톤 소각이 가능한 신규 소각장이 들어서면 현재 운영 중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소각시설을 더해 도내 소각 처리 능력이 하루 500톤에서 단숨에 880톤으로 높아진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포구 인근에 밀려든 해양쓰레기. 청정제주 바다지킴이가 정기적으로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파도가 치면 또다시 밀려와 해마다 쓰레기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포구 인근에 밀려든 해양쓰레기. 청정제주 바다지킴이가 정기적으로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파도가 치면 또다시 밀려와 해마다 쓰레기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해양쓰레기 집하장에 쌓여 있는 폐기물. 그물과 어구, 밧줄, 기름통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해양쓰레기 집하장에 쌓여 있는 폐기물. 그물과 어구, 밧줄, 기름통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 밀려든 중국산 해양쓰레기. 페트병에 안전모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 밀려든 중국산 해양쓰레기. 페트병에 안전모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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