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재판부가 A씨만 분리 비공개로 선고…법조계 “처음 있는 일” 의아스럽다는 반응

제주법원이 사기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정치인에 대한 선고를 비공개로 진행해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제주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 ‘선고’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재판장 판단에 따른 것으로, 당시 법정에 입장해 있던 방청객들 모두 퇴정 조치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정치인 A씨에게 대한 선고 공판이었다. A씨는 검사를 그만 둔 뒤 2011년부터 제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에도 발을 들여 지난 2020년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기도 했다.

A씨는 몇 년 전 지인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됨에 따라 당일에는 선고 결과 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A씨는 벌금 1000만원 형에 처해진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제주지법 B판사가 검사 출신 정치인 A씨에게 같은 법조인끼리 ‘제 식구 감싸기’ 한 것 아니냐는 특혜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법연수원 33기인 B판사는 A씨보다 후배다. A씨는 사법연수원 29기다.

법원조직법 제57조(재판의 공개)에 따르면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해야 한다. 재판 과정은 누구에게나 공개돼 방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됐다. 비공개할 경우 재판장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

관련 조항에 따라 피해자나 증인의 신분 노출 등이 우려될 때 재판장 판단에 따라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선고를 비공개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 관련 법에도 선고를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제주의소리]가 다수의 법조인에게 문의한 결과 “비공개 선고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C씨는 “선고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관련 법상 선고를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도 없다. 헌법 수호기관인 법원이 위법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스런 목소리를 냈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A씨와 제주지법에 문의한 결과, 특혜 논란이 제기된 비공개 선고는 A씨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B판사 개인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4일 [제주의소리]와 전화에서 “비공개 선고를 재판부에 요구한 적이 없다. 방청객이 없다고만 생각했지 비공개로 진행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주지법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사실상 특혜 제공을 시인한 셈이다. 

제주지법은 “도민사회에 익히 알려진 사람이라서 다른 피고인들과 나란히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공식 해명을 내놨다.

이어 “선고 때만이라도 덜 창피하게 하자는 약간의 측은함도 존재했다. 소송 지휘 일환으로 재판장이 직권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A씨가 따로 요청한 사안은 아니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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