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쓰레기의 반격, 위기의 제주]⑦ 해양투기 금지 하수슬러지, 제주시 처리량만 일년 3만톤

인간이 입고, 자고, 먹는 모든 순간 쓰레기가 발생한다.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쓰레기는 완전히 없앨 수 없다. 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법밖에 없다. 제주는 섬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주 인구와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제주섬은 최근 10년 사이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했다. 기존 매립장은 포화돼 압축 쓰레기가 쌓이고 노후화 된 소각장은 줄줄이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해마다 처리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발생 대비 처리량을 줄이기 위한 재활용 비율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고 해양쓰레기와 하수슬러지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됐다. 소위 '쓰레기의 반격'이다. [제주의소리]는 2022년 신년특집으로 제주의 쓰레기 발생과 처리 현주소를 순차적으로 톺아본다. / 편집자 주 

2016년 7월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제주하수처리장 내 생물반응조 속 오폐수가 순식간에 회색 빛깔로 변했다. 순간 수질관리를 하던 처리장 내 직원들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오폐수와 뒤섞여 질소와 인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이 떼죽음을 당했다. 각종 오염수와 탈리액 등 수용 능력을 초과한 농도와 물량이 하수처리장에 밀려들면서 벌어진 일이다.

제주하수처리장은 1994년 하루 처리량 6만톤 규모로 가동을 시작했다. 이후 각종 도시개발과 관광객 증가로 시설 증설 및 개선 작업을 거듭해 현재 하루 처리량은 13만톤으로 늘었다.

설계상 해당 하수시설이 처리할 수 있는 수용인구는 34만5004명이다. 현재 제주시 동지역 인구는 39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성수기에는 관광객 여파로 오폐수 배출 인구가 40만명을 넘어선다.

시민들이 배출한 하수는 유입침사지로 흘러간다. 이곳에서 자갈과 모래, 쓰레기 등이 1차로 걸러진다. 이후 침전지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미생물을 거쳐 최종 침전지로 향한다.

14일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제주하수처리장에 오페수가 유입된 생물반응조의 모습. 미생물이 자체 생물반응을 일으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14일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제주하수처리장에 오폐수가 유입된 생물반응조의 모습. 미생물이 자체 생물반응을 일으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하수처리장에 설치된 2차 침전지. 1차 침전지와 생물반응조를 거친 하수가 이곳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하수슬러지가 발생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만 한해 3만톤을 웃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하수처리장에 설치된 2차 침전지. 1차 침전지와 생물반응조를 거친 하수가 이곳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하수슬러지가 발생한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만 한해 3만톤을 웃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내 제주광역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에 설치된 하수슬러지 저장조. 매일 이 곳으로 60톤의 하수슬러지가 유입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내 제주광역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에 설치된 하수슬러지 저장조. 매일 이 곳으로 60톤의 하수슬러지가 유입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 과정에서 하수슬러지가 발생한다. 슬러지는 하수 정화공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찌꺼기다. 제주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만 하루 평균 60톤 가량이다.

제주도는 과거 슬러지를 바다에 무단 배출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2012년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런던의정서)이 적용되면서 가축분뇨와 하수슬러지의 해양투기가 금지됐다.

런던의정서에 따라 제주도는 117억원을 투입해 제주하수처리장 내에 광역슬러지 자원화 시설을 서둘러 설치했다. 이 설비는 2013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슬러지 자원화 시설은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찌꺼기가 나오면 매일 트럭에 실고 와 자체 저장조인 호퍼에 모아둔다. 이후 슬러지는 250도 이상의 열풍기를 거치면서 1차로 건조된다.

2차로 고화체 약품이 투입되는 양생 작업을 거치면서 수분이 더 증발돼 찌꺼기는 50%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마지막 공정을 거친 슬러지는 갈색 가루로 변해 트럭 적재함에 쌓이게 된다.

슬러지 자원화 시설을 운영하는 ㈜효성측 관계자는 “하수슬러지를 처리하기 위해 건조시설은 24시간 작동된다. 시설용량이 제한돼 처리 가능한 범위에서 풀가동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내 제주광역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에 설치된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250도 이상의 강한 바람으로 슬러지의 수분을 증발시킨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내 제주광역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에 설치된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250도 이상의 강한 바람으로 슬러지의 수분을 증발시킨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내 제주광역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공정을 마친 최종 하수슬러지. 제주도는 이를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 매립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내 제주광역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공정을 마친 최종 하수슬러지. 제주도는 이를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 매립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실제 해당 시설의 하루 처리량은 최대 70톤에 불과해 동부하수처리장(월정)과 서부하수처리장(판포)은 하수슬러지를 민간에 위탁 처리하는 실정이다. 서귀포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동부와 서부에서 나오는 슬러지는 하루 30톤 안팎이다. 연간 처리량은 2019년 1만650톤에서 2020년 1만1000톤, 2021년 1만1700톤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처리비용도 연간 수십 억원이다.

슬러지는 재활용이 어려워 전량 매립한다. 광역슬러지 자원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만 한 해 1만톤 가량이다. 최종 슬러지는 매일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한다.

제주도는 현 제주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는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을 통해 오폐수 하수처리장을 22만톤(유입량)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현재 13만톤보다 크게 늘어나고, 하수슬러지 처리 공법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매립장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연로로 활용하거나 별도 소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하수슬러지를 소각할 수 있는 하루 380톤 규모의 신규 소각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덤프트럭이 제주하수처리장에 위치한 광역 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나온 하수슬러지를 제주시 동복리 매립장에 투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덤프트럭이 제주하수처리장에 위치한 광역 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나온 하수슬러지를 제주시 동복리 매립장에 투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에 중간 복토재 형태로 매립된 하수슬러지. 제주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매립 슬러지만 한해 1만톤에 달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에 중간 복토재 형태로 매립된 하수슬러지. 제주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매립 슬러지만 한해 1만톤에 달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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