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나고 자라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강미숙 작가의 두 번째 동화집 「시내따이 구출 작전」(도서출판 장천)이 출간됐다.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미옥이의 활약과 성장 이야기를 담은 단편 동화 7편을 묶어서 펴냈다.

시내따이는 ‘시내’와 ‘아이’가 합쳐진 단어다. 지금 50대 이상만 하더라도 당시 제주시에 살거나 육지 대도시에서 온 아이를 ‘시내따이’로, 제주 시골마을에 사는 아이를 ‘촌에따이’로 불렀다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근대화의 물결, 북한에 대한 적대를 강조하는 맹목적인 반공교육, 서울에서 전학 온 아이와의 만남을 통한 다른 문화와의 접촉과 그로 인해 촉발된 자기 성찰, 집 안에 내려오는 4.3에 얽힌 아픈 사연 등을 담아냈다.

전작 「삥이 뽑던 날」에 비해 몸도 마음도 커진 미옥이는 외부에서 강요되는 기준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왜 학교에서는 집에 무엇이 있고 없고를 일일이 써내라고 하는지, 간첩을 발견해 신고하면 상금을 준다는 말에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신 기준대로 수상한 사람들을 신고했더니 왜 사리분별 못하는 아이로 취급되는지, 제주는 촌스럽다는 서울 아이의 말에 왜 화가 나는지, 남자애들은 왜 그렇게 믿음직한 구석이라곤 없는지 등 세상의 법칙과 어른들의 규정에 본격적으로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미옥이의 내면을 그려낸 작품들이다.

강미숙 작가는 「삥이 뽑던 날」 출간 이후 제주어와 제주문화를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두 번째 동화집 「시내따이 구출 작전」에서도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제주어 단어들에는 바로 아래에 작은 주석을 달아서 읽기 편하도록 편집했다. 눈으로만 읽어도 재미있지만, 입으로 소리내어 읽었을 때 느낌이 더욱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작품들이다.

작가 강미숙. ⓒ제주의소리
작가 강미숙. ⓒ제주의소리

제주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농사 짓는 부모님의 일에 보탬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미옥이의 활약을 엮은 「시내따이 구출 작전」은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제몫을 해내는 미옥이를 통해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국가 전체주의와 서울 중심의 문화가 강요되었던 80년대에 대한 풍자, ‘주변적인 것’으로만 치부되었던 지역 문화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동화집이다.

펴낸 곳 : 도서출판 장천. 권영옥 대표(010-8660-5031), 작가 강미숙(010-6798-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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