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도민 교육 참여 봉쇄, 피선거건 침해, 대의민주주의 어긋나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 연재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교육의원제도 자체가 오히려 교육자치에 대한 역행이고, 미래제주교육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각자 자신들의 지역구와 정당의 대표로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고 대표성을 인정받은 반면, 교육의원은 교육이라는 특수목적 또는 제한적 영역에서 선출됐다. 그나마도 무투표 당선자가 많아지면서 공적 대표성도 훼손되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도의회의 본회의에서 교육분야가 아닌 각종 지역현안에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어 모순이라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도의회 본회의장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20년 내내 조마조마했다. 제주학생인권조례 추진 소식을 전해 듣고 심경이 복잡했다. 그간 여러 가지 두려움에 선 듯 나서지 못했던 내 자신이 인권활동가로서 창피하기도 했고, 진짜 조례가 제정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어쨌든 인권의 소수자로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진지하게 듣지 못했던 점에서 반성을 했고, 나름 열심히 조례제정운동에 참여하였다. 결과적으로 조례는 제정되었다. 하지만 인권활동가로서 심정은 여전히 참혹했다. 학교교육에 있어 학생들의 참여는 통째로 삭제되어 버렸고, 성소수자로서 학생은 학교현장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도의회 교육의원들이 있다. 그들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쏘아올린 공을 터트려 버리고, 자신들만의 사고로 그저 그런 학생인권조례로 만들어 버렸다.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는 인권의 기본원칙은 훼손되었고, 학생은 여전히 교육의 대상자로 남겨졌다. 

“교육자치란, 지역의 현장 구성원들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들 모두가 함께 참여해 지역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에서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추구할 수 있고, 교육 주체들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스스로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 교육부 공식 블로그

교육은 교육전문가들만 다룰 수 있다? 

교육전문가는 대략 학교를 매개로 하는 교육공무원 출신을 뜻하는 듯 하다. 학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는 교육에 관여하면 안 되는가? 학부모는 그냥 학교 운영위에나 참가하고, 교육행정에 잘 협조만 하면 되는 것인가? 도교육정책과 같은 보다 중요한 정책결정과정 참여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하는가? 또 학생은 왜 자신들이 누려 할 교육의 권리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왜 모두 어른들이 결정하는가? 제주도교육의원에 피선거권은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오로지 교육전문가라고하는 사람들에게만 출마 자격이 보장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물론 지역주민들 모두’라고 이야기하는 교육자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제주도 교육의원제도가 존치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고등학생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마당에, 교육의원 선거에는 철저히 자기들만 출마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까지 여성으로서 교육의원이 된 사람은 물론, 입후보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느닷없이? 공론화과정도 없이? 

2020년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참교육제주학부모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공동주최한 “제주교육의 미래를 위한 토론회:교육의원제도에 대한 고찰”에서 송기춘 교수(전북대 법학)는 제주교육의원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드러냈으며, 3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교원의 입후보와 관련한 제한의 완화 또는 폐지다. 둘째, 교육의원제도의 폐지다. 셋째, 시민교육운동의 필요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교육의원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몇 번의 헌법재판소 판결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는 귀를 막고 모른척 지나쳤던 사람들이 누구인가? 폐지 법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니, 마치 이제야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느닷없다느니, 공론화과정이 없다느니 하면서 법안 과정을 문제 삼는다. 

정치적 편향성이 짙은 붙박이 5명의 의결권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각자 자신들의 지역구와 정당의 비례대표로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고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교육의원은 교육이라는 특수목적 또는 제한적 영역에서 선출(?) 된 사람들이다. 그나마도 무투표 당선자가 많아지면서 공적 대표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도의회의 본회의에서 다른 도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사회적 문제에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의 의사결정 방향이 대체적으로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편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도민들은 그들에게 정치적 대표성을 부여한 적이 없는데, ‘교육’을 명분으로 의원 배지를 달고, 도민들의 전반적인 대의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 모두가 함께 참여해 지역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자치가 필요하다. 동의한다. 교육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동의한다. 하지만 이에 그쳐서는 안된다. 지역주민들이 교육의 주체가 돼서 모두가 다 함께 제주의 교육을 고민하고, 제주의 교육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모든 학생들의 존엄성을 ‘미성숙함’이라는 단어로 치환해버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학생들을 어른들 또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로 규정하고 재단하는 교육은 지양해야 할 지점이다. 학생들의 주체성이 발현되어야 제주 사회의 장래도 더 밝아질 것이다. 

제주도민의 교육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도민들의 피선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제도에도 맞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 제주도 교육의원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교육의원제도 자체가 오히려 교육자치에 대한 역행이고, 미래제주교육의 걸림돌이다. 제주도민의 교육권과 교육참정권의 훼손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