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도의원 선거운동 3월9일까지 ‘올스톱’…속 타는 예비후보, 현역-신예 유불리 셈법 복잡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여·야가 지방선거 ‘개별 선거운동 금지령’까지 내리며 벼랑 끝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80여 일 후에 치러지는 풀뿌리 자치 일꾼을 뽑기 위한 제주도지사, 제주도의원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전락할 우려를 낳으며, 현역과 도전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월1일 열리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및 제주도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2월 1일부터 시작된다. 제주도의원 및 교육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2월 18일부터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일부 제한적이긴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 통상적으로 이를 기점으로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방선거 3개월 전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데다, 하루 자고 나면 선두가 뒤바뀌는 여론조사가 속출할 정도로 ‘초박빙’ 대결 구도가 이어지면서 여·야 모두 대선에 ‘올인’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개별 선거운동 금지령’을 먼저 꺼내든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총무본부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공천 기구와 예비후보자 등록, 지방선거 공천룰 확정 일정 등을 모두 대선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일정을 대선 이후로 연기한 것은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와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등이 대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1-2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국민의힘도 설 명절을 앞둔 25일 전국 시·도당에 3월9일까지 ‘개별 선거운동 금지령’을 내렸다.

여기에는 윤핵관 논란 등 내홍을 수습하며 최근 상승세를 탔지만 방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이날 “중앙당의 협조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대통령선거에 집중하기 위해 대선이 끝나는 3월9일까지, 현재 당협위원장의 지방선거 출마 선언과 개별 선거운동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도지사 선거뿐만 아니라 도의원 선거 출마예정자들에 대해서도 예비후보 자격의 문자 발송과 명함 배부, 사무실 개인 현수막 걸기 등 개별적인 선거운동 일체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간판으로 출마하려는 출마예정자들에게 예비후보 등록은 ‘언감생심’이 됐고, 2월부터 시작될 선거 분위기는 ‘냉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도 출마예정자들 사이에서 ‘출마 선언’은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대선에 총력전을 펼치는 와중에 자기 정치를 한다는 미운털이 박힐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출마예정자들 모두 “지금은 대선이 우선”이라며 자신의 정치행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극도로 말을 아껴온 이유다.

실제 지금까지 제주도지사 및 제주도의원 선거에 나서겠다며 공식적으로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예비주자는 1명 뿐이다.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정은석씨(전 한국노총 KB국민은행지부 제주지회장)이 지난 1월10일 기자회견을 갖고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게 유일하다. 이 같은 분위기 상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예비후보 등록도 썰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개별 선거운동 금지령’이 미칠 유불리를 놓고 현역과 도전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현역들의 경우 대선 이후인 3~4월 당내 경선 이후부터 본격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이 통상적이어서 어차피 그리 큰 영향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첫 도전인 정치 신예나 재도전에 나서는 출마예정자들의 경우에는 공식 출마선언, 예비후보 등록을 통해 ‘도전장’을 내밀고, 지역 구석구석을 돌면서 이름을 알려야 하는데 이번 양당의 ‘개별 선거운동 금지령’으로 치명타를 입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진보정당들은 다음 달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지금까지 도지사, 도의원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경우는 무소속 또는 진보정당뿐이다.

일찌감치 제주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는 진보 성향의 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공동대표는 무소속이고, 부순정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당원투표를 통해 도지사후보로 선출됐다. 

 지난 20일 도지사선거 출마를 선언한 장정애 제주주권연구소 이사장도 현재 당적이 없다.

지난해 12월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중 처음 기자회견을 통해 도의원선거 출사표를 던진 박건도(일도2동을)씨는 정의당, 26일 출마 기자회견을 예고한 양영수씨(아라동)는 진보당 당원이다.

도의원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A씨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지방선거도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이름 석자도 알리기 힘든데 선거운동 기간까지 줄게 돼 현역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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