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섬, 자타가 공인한 아름다운 보물섬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멀리서 보는 제주섬의 산과 들과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만나는 육상과 해양쓰레기들은 청정제주를 무색하게 한다. 길을 가다 보면 대도로 사면과 주변 배수로에는 각종 페트병, 깡통, 음료 잔, 술병, 스티로폼, 마스크, 담배꽁초,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 등이 즐비하다. 이들은 주로 도민들과 관광객들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버린 것들로 큰비가 오면 하천으로 흘러들어 결국 바다로 간다.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농업용 폐비닐, 농약병, 비료포대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쓰레기들이 널려 있고, 산길로 접어들면 버려진 의자, 소파, 매트리스, 전기장판, 냉장고, 텔레비전, 컴퓨터 등 폐가구, 폐가전제품, 건축폐자재도 군데군데 보인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 도민들이 버린 것들이다.

해변에는 폐그물, 밧줄, 스티로폼, 플라스틱, 페트병, 장대 등 폐어구와 나무토막들, 그리고 지난여름 이상 번식했던 파래가 수면에 떠 있거나 바위나 모래사장에 널려 있어 볼썽사납다. 이들 가운데는 큰비가 왔을 때 육상쓰레기들이 떠내려오거나 어민들이 버린 것도 있다. 하지만 육지의 서남해안 양식장에서 북서풍을 타고 밀려오거나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쿠로시오해류를 따라 밀려온 것들도 적지 않다. 해양쓰레기는 수거되어 얼마 없어 또다시 밀려들고, 어렵게 수거된 것들도 곧바로 처리되지 못해 오랫동안 쌓여있기가 일쑤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섬의 환경이 총체적 위기에 처한 지금 중앙정부와 제주도정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환경보전에 최우선을 두고 총력을 쏟아야 한다. ⓒ제주의소리

[제주의 소리]에서는 2022년 신년특집 ‘쓰레기의 반격, 위기의 제주’에서 9회에 걸쳐서 제주섬의 쓰레기 처리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 기사는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먹고 싸고 버리는 폐기물들이 환경시설 용량을 초과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아무리 도민을 위한 개발과 관광이라 해도 제주섬의 환경수용량을 넘어서는 순간 도민의 삶은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많이 늦긴 하였지만, 지금부터라도 환경수용량을 감안한 적정 개발과 관광객의 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머지않아 필리핀 보라카이섬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이 섬은 자연환경이 빼어나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지나치게 많이 찾으면서 환경오염이 심해져 본래 모습을 잃게 되었다. 섬 곳곳에서 오폐수 무단방류와 쓰레기 투기가 이뤄지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필리핀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널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부족한 환경시설을 보강하기 위해 2018년 4월 26일부터 6개월 동안 보라카이섬을 폐쇄하고, 섬의 수용력을 고려하여 리조트를 더 이상 짓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6개월 뒤 재개장하면서 하루 평균 4만 5000명이던 방문객 수를 1만 9000명으로 제한하고, 해변에서 음주나 파티를 금하고 일부 해양 스포츠도 제한하였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바다는 비로소 점차 본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제주섬은 경관과 생태가 빼어나 곳곳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국립공원과 같은 각종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앙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마땅히 그에 걸맞게 환경보전 정책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총체적 난국인 제주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책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고, 차선책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그 어떤 물건도 사용하는 동안은 귀한 물품이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 하지만 노자는 ‘자연의 순리를 잘 아는 사람은 사물의 용도를 잘 파악하여 그에 걸맞게 씀으로써 그 어떤 사물도 버리지 않는다(聖人常善救物, 故無棄物)’고 하였다.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누군가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행정당국에서는 그를 위한 지원책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버려진 쓰레기는 수거해야 한다. 제주섬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도민과 관광객의 양심을 무디게 하여 무단투기를 부추긴다. 이를 막으려면 쓰레기를 무단 배출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많은 벌금(과태료)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폐기물 무단투기를 단속하고, 널려 있는 폐기물을 수거하며, 수거된 폐기물을 분리하고, 분리된 폐기물을 각 환경시설에서 자원화하거나 처리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과 설비가 필요하다.

일부에서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일명 줍깅운동이 펼쳐지고, 업사이클링이라 하여 쓰레기를 더 높은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만드는 움직임도 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러한 방법으로 제주섬 전체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제주섬의 폐기물 무단투기를 단속하고, 수거하고, 분리하고, 재활용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그와 관련된 수만의 일자리가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투입되는 환경비용의 수십 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비용은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환경 일자리는 환경을 지키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린다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제주섬은 쓸 수 있는 땅과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사용, 재활용, 자원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쓰레기들은 소각하거나 매립해야 한다. 그러나 매립은 최후의 수단이라야 한다. 지금은 불가연성 쓰레기로 분리되는 것들도 웬만한 것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소각하여서 매립하는 쓰레기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쓰레기 소각에도 장단점이 있다. 쓰레기를 태우게 되면 에너지를 얻고 양을 대폭 줄일 수 있지만, 대기를 오염시키고 유해물질들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소각장은 가장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쓰레기를 소각할 때 나오는 연기와 유해물질까지도 완전 연소시키거나 정화할 수만 있다면, 소각장은 지역주민에게 난방과 온수를 공급해주는 선호시설이 될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 중심에 있는 슈피텔라우(Spittelau) 소각장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1971년 만들어져 운영되다가 1987년 대형화재로 재건축을 해야 했다. 당시 비엔나 시장은 시민들에게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유해물질과 악취가 발생하지 않게 하고, 전광판을 설치하여 시민들이 직접 오염물질 수치를 모니터링 하며, 연간 25만 톤의 쓰레기를 소각하면서 나오는 열로 6만여 가구에 무상으로 난방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리고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당대 최고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더트바서(Hundertwasser)에게 소각장을 멋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줄 것을 의뢰하였다. 마침내 1992년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면서도 멋있는 소각장이 완성되었다. 지금도 비엔나 시민들에게 했던 약속은 지켜지고 있고,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매년 50~6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30년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인구 증가와 관광객의 폭증으로 제주섬의 쓰레기 처리시설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폐기물 양이 급증했다. 그동안 하수처리장의 정화능력을 초과하는 오폐수는 제주바다를 오염시켰고,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설의 능력을 초과하여 생기는 악취와 소각장의 기술 미비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은 지역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였다. 그 과정에서 매립장의 매립 속도는 배가 됨으로써 제주도정은 육상과 해상에서 널려 있는 쓰레기들에 대해서는 극히 미온적이었다. 

제주섬은 자타가 공인한 아름다운 보물섬이다. 우리는 지난해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했다. 경제적으로 보나 과학기술로 보나 우리가 세계에 내놓을 만한 소각장을 못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의 과학기술로 제주시내 한복판에 슈피텔라우를 능가하는 최첨단 소각장을 짓는다면, 제주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제주섬이 명실상부한 환경수도가 된다는 명분도 살리게 될 것이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섬의 환경이 총체적 위기에 처한 지금 중앙정부와 제주도정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환경보전에 최우선을 두고 총력을 쏟아야 한다. 환경보전을 위한 쓰이는 비용은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를 살린다. 최근에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관광객에게 환경처리비용을 받는 환경보전기여금제도가 논의 중이다. 그를 위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 윤용택 논설위원·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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