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도시 - 일곱번째 이야기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남쪽의 귤나무를 북쪽으로 가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농작물도 자라나는 환경이 중요하다. 제주 농업이 특화성을 갖는 이유도 이런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작물의 월동이 용이하고, 육지부와 다른 작부체계로 인해 타 시·도보다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런 제주 농업이 흔들리고 있다. 태풍의 길목에서 자연재해의 잦은 발생으로 매년 피해가 발생하고, 날씨가 좋아 생산량이 늘어나면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제주의 영농비용과 농가부채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2020년 기준 농업경영비가 호당 4000만원, 농가부채가 8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우선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제주 농업의 특화성이 감소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볼 수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월동채소 중 하나인 양배추를 살펴보자. 올해 전국적으로 겨울 양배추 재배면적이 2988ha에 17만1000톤이 생산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주지역 비중이 64%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36%는 육지부에서 생산된다. 제주의 생산비중이 높지만 토질과 물류비 등 세부적인 사항을 고려한다면, 육지부에서 출하되는 양배추의 경쟁력이 제주산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

육지부에서 겨울 양배추 생산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후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작물 재배 가능 지역이 97km 북상한다고 한다. 제주에 딱 걸쳐졌던 작물재배 북방한계선이 육지부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감귤과 월동채소로 대표되었던 제주 농업의 특화성이 감소하고 있다. 따듯해진 기후에 맞는 열대·아열대 과수를 재배하는 것을 대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힘들어 보인다. 

올해 발효되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현재 제주에서 주로 재배되는 감귤 품종을 육종한 일본과의 첫 FTA이며, 이미 FTA를 체결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더 큰 폭으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열대 과일류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현재 열대 과일 재배가 많지 않은 만큼 국내 농업에는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나 지원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결국 제주 농업의 특화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품목 선택에 있어서 아열대·열대 과수와 작목들은 이미 외국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제주 농업은 어떻게 가야 할까? 무엇보다도 제주 농업의 관점에서 환경변화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제주 농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김태석 도의원. ⓒ제주의소리
김태석 도의원. ⓒ제주의소리

필자가 농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산업적 관점에서 볼 때 제주에서 농업을 대신할 산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제주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관광산업과 궁합도 잘 맞는다.

또 다른 이유는 도서지역인 제주의 지속성 관점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농사로 뒷바라지를 해온 우리 부모님들의 삶의 터전이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이야 말로 제주의 미래로 가는 길라잡이가 아닌가 하고 자문해 본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김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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