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에너지공사 무엇 하는가"

해상풍력 자료사진과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해상풍력 자료사진과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지난 해 마지막 날, 제주도는 탐라해상풍력발전 확장사업을 위해 필요한 ‘지구지정 변경계획’의 주민 열람공고를 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은 2017년 준공한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으로 제주시 한경면 앞바다에 3㎿ 풍력발전기 10기를 설치해 운영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4000억원을 투자해 8㎿ 풍력발전기 9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확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현행 30㎿ + 신규 추가 72㎿= 총102㎿/19기). 

기존에 지정된 풍력발전단지 면적이 10% 이상 증가할 경우, 관련 제주도 조례 및 고시에 따라 20일 이상 사업예정지역 주민 또는 이해관계인 등이 알 수 있도록 열람하고 의견수렴을 받은 후, 풍력발전사업심의위원회의 심의와 도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 열람공고는 여기에 따른 행위이다. 

하지만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1월20일, 이 사업으로 인해 “제주 연안에 1년 내내 정착해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들의 이동통로가 완전히 끊어지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남방큰돌고래들은 이동이 가로막히거나 또는 발전기들을 피해 매우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해서 서식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서, “돌고래 쫓아내는 탐라해상풍력 확장사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은 서식지와 이동경로로 바다공간을 점유하고 있던 해양포유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뿐 만 아니다. 계획안을 훑어보니 개발이익 공유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도 없고,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한림에서 한경, 그리고 대정까지 제주 서부 해안은 외지 대자본 위주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로 둘러싸일 것이다. 

결국 제주도정이 발표하여 추진해온 공공주도 풍력개발 계획이란 것의 실상은 민간자본을 위한 위장전술이었을 뿐인지 의문이 들었다.  

  공공주도 풍력개발계획은 어디로 갔나?
  
2015년 9월 원희룡 도정은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김태환 도정에서 허가받은 탐라해상(30㎿)과 우근민 도정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던 한림해상(100㎿) 및 대정해상(168㎿)을 제외하고(30㎿ + 100㎿ + 168㎿ = 298㎿), 1단계로 2022년까지 702㎿에 대한 해상풍력개발은 ‘공공주도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된 제주에너지공사가 하기로 돼 있었다(1단계 총보급목표 1,000㎿ - 기존 추진 중 298㎿ = 702㎿). 즉, 제주에너지공사 설립 전의 시범사업을 제외하고는 전부 에너지공사 주도로 개발사업의 초기 절차를 이행하는 계획이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풍력의 공공적 관리를 위해 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사업시행 예정자로 지정하여 개발후보지 선정 및 사회수용성문제를 해결”하고, “지구지정 및 인허가절차 완료 후, 경쟁에 의한 풍력발전 민간 참여사업자 선정, 풍력발전 공동개발 추진”을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18년 9월 제주도 풍력조례에 근거해 수립된 ‘제주특별자치도 제2차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 상의 ‘제주도 육․해상 풍력발전단지 보급목표’를 보면, 해상풍력의 경우 2022년까지 총 450㎿의 보급계획이 있고, 이는 기존 한림해상 100㎿와 대정해상 100㎿에 더해 제주에너지공사의 공공주도 해상풍력(한동평대 105㎿ + 월정행원 125㎿)과 정부지원 강정해상 20㎿ 뿐이다.

그런데 이번 탐라해상풍력 확장공고는 사업시행 예정자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아니라 기존 사업자인 탐라해상풍력발전이 ‘지구지정 변경방식’으로 관련 법정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72㎿ 규모의 신규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수행해야할 개발용량을 그저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민간사업자가 공정한 경쟁도 없이 기존 운영규모보다 2배 이상의 개발사업을 ‘수의계약’처럼 추진하는 것이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리고 기존에 제주도가 발표한 공공주도 풍력개발정책과 정합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제주에너지공사 그동안 무엇 했는가?
  
공고문에 첨부된 ‘지구지정 변경안’에 나온 사업추진 준비현황표를 보더라도, 사업자인 탐라해상풍력은 인근 지역 주민, 제주도청, 해양수산부 등과 협의를 한 내용은 있지만 ‘공공주도 사업시행예정자’인 제주에너지공사와는 무엇을 했는지 기록되지 않았다. 
  
다만 “사업시행과 관련 제주에너지공사 참여와 관련하여 금융약정 전에 제주에너지공사의 역할과 지분참여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예정임”이라고만 적혀있을 뿐이다. 검토결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검토예정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검토를 안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안타깝지만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공주도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받은 지난 2015년부터 7년간 무엇을 했는지를 보면 그럴 만도 했다. 2022년까지 702㎿에 대한 독점적 해상풍력개발권을 쥐었지만, 2015년 11월 공모를 해서 2016년 1월 선정․발표한 육상 1개, 해상 3개 등 4개의 후보지 중 3곳은 기존 민간사업자와의 관계 지속, 주민 민원 및 환경문제 등 다양한 사유로 사업추진이 지연되었다. 

현재는 105㎿ 규모의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지구지정과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완료했을 뿐이고, 월정․행원(125㎿)과 표선․세화2․하천(135㎿)은 지구지정 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거나 그마저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며, 나머지 잔여용량 337㎿에 대한 개발계획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공공주도 풍력개발계획을 발표한 당시에도, 실제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인허가․건설․운영을 해본 경험이 없는 제주에너지공사가 어떻게 제대로 추진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있었다. 그래서 제주도내에서 진행 중이던 탐라/한림/대정 등 기존 해상풍력발전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지분투자, 직원파견 등)으로 경험을 쌓고, 신규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득력있는 지적이 꽤 있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고 본다. 탐라/한림/대정해상풍력 모두 그간 지분변동을 통해 실제 투자한 사업자들의 변화가 있었다. 탐라해상풍력은 ‘두산중공업’과 함께 최초 주주였던 ‘포스코에너지’가 빠져나간 대신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이 주식을 인수했다. 

대정해상풍력은 법정소송과 중재를 통해 ‘삼성중공업’의 지분 일부가 두산중공업 등으로 주주가 바뀌었다. 한림해상풍력도 최근 EPC를 맡기로 했던 ‘대림건설’이 나간 대신 ‘현대건설’이 들어왔다. 

이러한 지분변동은 2012년 7월 제주에너지공사 출범 이후 있었던 일들이고, 기존 사업자들도 제주에너지공사에 사업참여 관련 의향을 전달한 적이 있었다고 들은 바도 있다. 에너지공사와 제주도가 이러한 제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기존 사업에 어떠한 형태로든 아무런 참여도 하지 않았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사업자가 굳이 제안을 하지 않았더라도 인허가권자인 제주도가 나서서 에너지공사의 역량강화를 위해 기존 사업자에게 요청을 할 수도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쉬울 뿐이다. 

 보다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올해 말이면 2015년 10월 제주도지사가 지정한 제주에너지공사의 ‘공공주도 풍력발전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는 종료된다. 기한을 연장해서 계속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제주에너지공사 설립 전처럼, 민간사업자가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도록 내버려둘 것인지는 차기 도정의 몫으로 남겨졌다.

해상풍력발전 추진을 통한 카본프리 아일랜드 실현을 위해 설립된 전국 최초의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지난 7년간 보여준 모습은 자랑스러운 면보다는 실망스럽고 부족한 측면이 더 크다. 그렇다면 공공주도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폐기해야 하는가?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현재 법률적 근거가 미흡한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보다 더 강화하고,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역량강화 노력을 보다 가열차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도지사는 제주도에 부존하는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 하고, 풍력자원을 활용한 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 제주도지사의 법률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몇몇 육지 사례에서는 사업개발권을 서로 매매하면서 업자들은 이익을 챙기고 있는데 비해, 정작 지역으로의 개발이익 환원은 찾아볼 수 없기에 오히려 ‘공공 개발자’의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이미 공공성 증진을 위해 ‘지구 지정제도’와 ‘공공주도 사업시행예정자’를 도입한 제주도는 보다 그 제도를 강화하면 될 일이지,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으로 제도 자체를 없애버려서는 안 된다. 
 
올해는 제주도가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선포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면서(2012년 5월2일), 핵심사업인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제주에너지공사가 출범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다(2012년 7월4일). 2030년 카본프리 아일랜드 달성을 위해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는 올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되짚어볼 때이다. /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