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D-120, 관전포인트] 설 차례상 민심...현역 생존율, 2030-여풍 강도는? 공무원→의원 변신?

오는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공교롭게도 설날인 2월1일로 D-120일을 남겨 놓는다. 3월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밀려 여느때만큼 일찌감치 분위기가 달아오르진 못했지만, 일선에선 이미 치열한 물밑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임인년 설명절 연휴를 맞아 이번 지방선거에서 눈여겨 봐야 할 다섯가지 관전포인트를 정리했다.

현 제11대 의회에 대한 도민들의 평가는 역대 의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소위 국정농단 사태 여파와 전국민적 '촛불 바람'으로 민주당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현재 제주도의원 구성도 민주당 29명, 국민의힘 5명, 민생당 1명, 정의당 1명, 무소속 2명, 교육의원 5명으로 절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11대 의회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제주의소리]는 임인년 설연휴를 맞아 지역 내 오피니언 리더 176명에게 물은 설문조사를 통해 '11대 의회가 출범한 이후 지난 3년 6개월간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물었다.

설문 결과 '매우 잘한 편이다'라고 응답한 답변은 딱 한 표(0.5%)에 그쳤고, '잘한 편이다' 27.2%, '보통이다' 40.9%', 못한 편이다' 24.5%, '매우 못한 편이다' 6.8% 등으로 집계됐다. 대다수가 '보통' 정도로 평가를 유보한 반면, 긍정적(매우 잘한편+잘한편) 답변 27.7%보다 부정적(매우 못한편+못한편) 답변 31.2%가 더 높게 나타났다. 

늦어지고 있는 선거구획정과 맞물린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묻는 견해에도 의원 정수 확대를 '찬성한다'는 의견 42.6%보다 '반대한다'는 의견 50.5%가 더 높게 나타났다. 나머지 6.8%는 '잘 모르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의원 정수 확대가 지역내 분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가장 확고한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이 많은 것은 그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시 동지역 선거구 출마 예상자 명단 / 그래픽=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

  포인트 1. "재신임 받겠다" 현역 의원 생존률은?

이번 선거에선 43명의 현역 의원들도 저마다의 위치에서 냉엄한 심판대에 서게 된다.

기존 31개 선거구에서 삼양·봉개동 선거구의 안창남(무소속), 노형동갑 선거구의 김태석(더불어민주당), 일도1·이도1·건입동 선거구의 문종태(더불어민주당), 한림읍 선거구 박원철(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경·추자면 선거구 좌남수(더불어민주당) 의장 등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사유는 제각각이다. 

그외 26개 선거구에서는 모두 현역 의원이 재도전에 나선다. 비례대표 7명도 전원 표밭을 다지고 있다. 무주공산으로 일컬어지는 선거구에 이름을 올리거나 현직 의원 간 경선도 마다치 않고 있다. 일도2동갑 박호형-강민숙, 삼양·봉개동 김경미-한영진, 아라동 고태순-고은실, 노형동갑 고현수-문경운 의원 등이 현역 의원 간 맞대결을 예고했다.

전현직 의원 간 리턴 매치도 4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도민 평가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특히 지난 선거가 유독 정당(민주당) 프리미엄이 강했다는 점을 상기했을 때 보수야권의 전직 의원들이 절치부심 재기를 노리고 있다.

교육의원 다섯 자리는 생환은 차치하고 정수가 보전될지 조차 불투명하다. 설연휴 직후부터 국회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제주에만 남아있는 교육의원 제도 존폐에 대한 신속하고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교육의원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

결국 불출마 선거구에 더해 인구수 초과로 분구가 확실시되는 신규 선거구, 새로운 얼굴들이 선보일 비례대표까지 현역 의원의 절반 가량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대세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시 읍면지역 선거구 출마 예상자 명단. ⓒ제주의소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시 읍면지역 선거구 출마 예상자 명단  / 그래픽=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

  포인트 2. 대선 직후 지방선거, 초유의 정치일정 '복잡한 셈법'

오는 3월 치러지는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도 초미의 관심사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약 한 달 앞둔 시점에서 6월 치러질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느때라면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을 설 차례상 화두도 지방선거보다 대통령 선거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의원 예비후보 등록일은 선거일 90일 전인 2월 18일부터다. 통상적으로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제한적이나마 공식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 이를 기점으로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이 유독 각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검증에 대한 공중전에 치우치면서 제주정가도 얼어붙은 분위기다.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간 초박빙 양상을 보이자 지방선거 '개별선거운동 금지령'까지 내렸다.

불과 석 달 간격으로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실시되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대선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3월 9일 대통령이 당선되면 5월초에는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들어가면 새 정부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만들어질수 밖에 없다.

각 선거구의 유력 후보들도 물밑에서는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데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 예정자들 사이에서 '출마 선언'은 금기어로 취급되고 있다. 대선에 총력전을 펼치는 와중에 자칫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기 십상인 이유다. 모두가 ‘정중동’ (靜中動)이다. 

이를 두고 현역 의원과 도전자 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현역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일정을 가져갈 수 있게 됐지만, 가뜩이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제한적인 도전자나 정치신인 입장에서는 '개별 선거운동 금지령'이 더욱 뼈아프게 됐다.

반면 대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진보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기존 일정에 맞춰 선거운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귀포시 동지역 선거구 출마 예상자 명단. ⓒ제주의소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귀포시 동지역 선거구 출마 예상자 명단 / 그래픽=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

  포인트 3. 대선판도 뒤흔든 'MZ세대' 돌풍 어디까지?

대선 국면에서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의 기세가 거세다. 정치성향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에게 미칠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세대적 특성상 모든 정당이 2030세대를 겨냥한 공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2030은 민주당 계열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젊은층은 보다 실리주의적 경향을 보이며 '스윙보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2030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가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다만, 30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배출하는 등 중앙정치권의 획기적인 변화와는 달리 아직 지역정가에서는 청년 정치인들이 현실 정치의 벽을 깨뜨리기엔 무리가 있는 듯한 모습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청년 주자는 아라동 선거구 강경흠(29) 전 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을 비롯해 30대 주자는 제주시 일도2동을 선거구 박건도(32) 정의당 제주시을위원회 부위원장, 이도2동갑 김기환(32) 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 이도2동을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에서 근무한 한동수(39)씨, 삼도1·2동 강원근(39) 민주당 제주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정도다.

이마저도 정의당 후보이자 '제주가치' 도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박건도 부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각 선거구에서 쟁쟁한 현역 의원과의 경선 경쟁을 뚫어야만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로 프리패스 출마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청년 후보들이 제주시 동지역으로만 몰려있다는 점도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서귀포시 동지역, 읍면지역은 물론 제주시 읍면지역으로만 치우쳐도 대다수의 유력 후보들은 50~60대가 대다수다.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새로운 도전자가 치고 나올 여지는 있지만, 아직은 기성정치의 벽을 실감케 하는 구도다.

  포인트 4. 여성 정치인 약진했지만...후보자는 10% 남짓

여성의 정치 진입을 막았던 '유리천장'이 깨진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불과 제9대 의회까지만 해도 여성 후보의 지역구 당선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여성들은 비례대표 할당 없이는 얼굴을 내밀기 힘든 구조였다.

심지어 여성 할당제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곤 했다. 선거법 상의 지역구 여성 할당 비율을 채우기 위해 패색이 짙다고 판단되는 선거구에는 여성 후보의 이름만 올려놓는 식이었다. 끝까지 부정했지만 사실상의 '버리는 선거구'나 다름 없었다.

2014년 6월 제10대 의회에 이르러서야 여성 정치인의 첫 지역구 당선 사례가 나왔다. 직전 의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낸 이선화, 현정화 의원은 각각 6선거구와 24선거구에서 당선되며 벽을 넘어섰다. 2018년 제11대 의회에도 강성의, 고태순, 이승아 의원이 각각 화북동, 아라동, 오라동에서 당선되며 역사를 이어갔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여풍(女風)의 강도가 관전포인트다. 이달말 기준 [제주의소리]가 자체적으로 추려낸 지방선거 후보군 100여명 중 여성 후보는 10% 남짓이다. 이 또한 제주시 동지역에 쏠려있다.

여성 후보 면면의 경쟁력만 따지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이들이지만, 후보자 수의 절대치로는 여전히 기형적으로 부족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귀포시 읍면지역 선거구 출마 예상자 명단. ⓒ제주의소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귀포시 읍면지역 선거구 출마 예상자 명단 / 그래픽=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

  포인트 5. 고위공직자 정치 입문 러시...이번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위공직자 출신들의 입당 행렬이 이어졌다.

최근까지 조천읍장을 지낸 김덕홍 전 읍장은 국민의힘 입당과 함께 조천읍 선거구 출마를 공식화했다.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현대성 전 실장도 국민의힘 입당과 함께 한경·추자면 선거구 출마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현 전 실장은 한경면 고산리 출신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강영돈 전 제주도 관광국장, 11월에는 이윤명 전 대정읍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강 전 국장은 한림읍 선거구, 이 전 읍장은 대정읍 선거구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보수정당을 선호하는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애초에 퇴직 공무원의 정치 입문은 예삿일이긴 하다. 11대 의회에도 표선면장 출신인 강연호 의원(국민의힘), 대정읍장 출신인 양병우 의원(무소속)이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민주당에선 학교장 출신으로 교육의원을 역임한 강성균 의원이 있다. 이보다 앞서 9~10대 의회에서도 고태민, 구성지, 박규헌, 현우범 의원 등이 고위공직자 출신이었다. 

고위공직자 출신 도의원은 소위 '길을 아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지방의회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인 조례 제·개정과 예산 심의 과정에 있어서도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기존에 지닌 공직 네트워크가 의정활동에 유리하게 작용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불거지는 공적자원의 사유화 논란에서도 마냥 자유롭지는 못하다. 각 선거구의 출마자 중 유독 해당 지역의 읍·면장을 맡은 사례가 많았다는 점은 재고가 필요하다. 공직에서 맡은 역할이 자신의 입신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의회의 기능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인데, 고위공직자 출신의 도의원들이 오랜 공직생활에서 형성된 공무원들과의 네트워크로 말미암아 '견제와 감시'보단 '인간 관계'에 더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판단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결국은 출신이나 정당보다 후보자의 자질이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각 출마자들이 지닌 진정성은 결국 유권자의 표심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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