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음식물감량기 논란](하) '조례 개정안' 통과 놓고 서로 눈치...교육청-의회-제주도-노조 함께 머리 맞대야

'제주특별자치도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억제,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 개정안 처리를 놓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학교급식실 노동자 손가락 절단 사고가 2018년 이후 6차례나 잇따라 일어나면서 가장 절박해야 할 제주도교육청은 손을 놓은채 '조례 개정안' 통과만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조례가 통과되도 문제다. 음식물 폐기물 처리 주체를 놓고 제주도와 교육청은 다시 갈등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제주도가 제출한 '음식물류 폐기물 조례 개정안'을 심사 보류했다. 심사 보류한 이유는 수집·운반·처리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제주도는 조례 개정안에 주택·소형음식점의 경우 폐기물 수집·운반 처리비용을 kg당 30원에서 60원으로 인상하고, 2025년까지 165원으로 인상하고, 다량배출사업장의 경우 212원에서 712원으로 각각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제주도의회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상안이 과도하다며 아예 음식물폐기물류 조례 개정안 심사를 보류해 버렸다. 

문제는 2월 임시회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음식물폐기물류 조례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제주도는 수수료 인상안 조정을 하지 않았다. 의회에 제출된 조례 개정안이기 때문에 의회에서 수수료 문제를 조정하면 된다는 논리다.

반면 의회는 조례를 심사 보류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새롭게 조례 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제주도와 의회가 음식물폐기물 수수료 인상 문제를 놓고 폭탄 돌리기 하듯 서로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가장 급해야 할 제주도교육청은 조례 개정안 관련해 제주도와 의회에 조례 통과를 요구하거나 협의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

자칫 조례 개정안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뒤늦게 처리되거나 차기 의회에서 새롭게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음식물폐기물류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남은 과제는 많다. 일단 제주도교육청 의도대로 음식물 감량기 시설에 대해 사용중지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당장 처리난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 제주도에서 200㎡ 이상 다량배출사업장 중 음식물 감량기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총 944개소. 관광숙박업소 225개소, 대형음식점 546개소, 집단급식소 167개소, 농산물공판장 1개소 등이다. 집단급식소 대부분이 학교 급식실이다. 

제주도는 음식물 감량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공공에서 처리는 할 수 있지만 수집.운반은 교육청에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수집·운반까지 공공에서 맡게 될 경우 나머지 음식물 감량기를 사용하는 곳에서도 감량기 대신 공공에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음식물 감량기를 설치한 다량배출사업장 중에서 유독 학교 급식실에서만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조와 교육청에서 요구하는대로 감량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수집운반은 교육청과 학교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음식물 감량기를 반드시 설치해서 처리해야 하는 조례 부칙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라지게 된다"며 "조례가 통과되면 다각도로 음식물 폐기물 처리 방법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노동자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상황에서 조례나 사용연한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대책 마련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책없이 철거하자는 말이 아니라 감량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음식물을 처리할 것인지 노조와 교육청, 도청이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음식물폐기물류 조례 개정안만 기다릴 게 아니라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제주도와 의회, 노조와 대책마련을 위한 자리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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