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공식 일정 마치고 기자들 저녁 자리 나타나 소맥 여러 잔... '건강상 이유'는 핑계였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입당 전인 지난해 7월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치킨집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TV토론 연기를 요청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후보의 건강'을 꼽은 가운데, 정작 같은 날 저녁 윤석열 후보는 술자리에 참석해 술(소맥)을 여러잔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애초에 윤 후보의 건강 문제를 TV토론 연기의 이유로 진지하게 언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의 저녁 자리에 나타나 약 1시간 정도 머물렀고 이 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도 여러 잔 마셨다. 제주 일정을 동행한 기자들이 한 횟집의 3개 방에 흩어져 식사 중이었는데, 윤 후보는 이곳을 찾아 각 방을 돌았고 방별로 술을 2~3잔 정도(총 6~9잔) 마셨다.

이날 서울에선 한국기자협회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정의당 관계자가 모여 오는 8일 열릴 예정이던 대선후보 토론회의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주관 방송사(JTBC)의 편향성과 윤 후보의 건강을 거론하며 토론회 연기를 주장했다.

결국 '8일 TV토론'이 무산됐고 한국기자협회는 "국민의힘의 불참 선언으로 대선후보 초청 합동토론회가 무산됐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토론 주제와 형식에 대해 논의하던 중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건강상 이유로 토론회를 2~3일 정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라며 "또한 국민의힘은 한국기자협회가 특수정당과 특수관계에 있다고 주장했고 주관 중계방송사를 이미 정해놓고 토론회 틀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이번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라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술은 한 두 잔 인사 차원"... 건강이상설 부인

4.3희생자들을 참배하는 윤석열 후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4.3희생자들을 참배하는 윤석열 후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민의힘 측은 윤석열의 후보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 술자리에 있었던 이양수 의원(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건강상의 이유'가 토론 연기의 한 사유였는데 제주 술자리는 어떻게 된 것인지 묻는 <오마이뉴스>의 전화에 "몸이 안 좋다는 게 무슨 이야기인가"라며 "몸이 안 좋아서 토론을 미루자고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5일)도 술을 많이 먹은 게 아니고 그냥 테이블별로 한두 잔씩 인사 차원에서 마신 것"이라며 "건강에 문제될 정도로 마신 것도 아니었다. 만약 몸이 안 좋았다면 오늘(6일) 광주 일정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일정을 동행한 김병민 선대본부 대변인 역시 윤 후보의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TV토론 협상단인 황상무 선대본부 공보특보는 전화통화에서 "(협상 과정에서 윤 후보가) 기침을 좀 하니 가라앉은 다음에 하자고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한국기자협회가) '국민의힘이 건강상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밝힌 건 음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후보는 5일 제주를 찾아 ▲ 오후 1시 제주4.3평화공원 참배 ▲ 오후 2시 30분 강정마을 방문 ▲ 오후 4시 30분 제주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 ▲ 오후 5시 50분 동문시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제주해군기지(강정마을) 인근을 찾아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라고 말하며 잠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4.3평화공원을 찾아선 방명록에 "무고한 희생자의 넋,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윤 후보는 다음날인 6일 광주로 이동해 국립5.18민주묘지,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 등을 찾았고, 광주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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